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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경쟁력이다] 중기,"예산-컨설팅 확대보다 면책조항이 먼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26 16:42

대기업 발빠른 대응과 달리 중소기업 예산·인력 부족 '속수무책' 입장



정부 "위반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면책 해당, 별도로 신설 계획 없다"



학계 "근로자 부주의 연관성 따라 면책 여지 있어…기업 악용 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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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가 지난 24일 충남 천안 소재 기업 신진화스너에서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촉구 현장간담회에서 참석한 한 중소기업인이 업계의 애로점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중소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제도 보완의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우려와 불만 핵심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무거운 처벌 수준과 법이 요구하는 산업재해 예방 안전수준에 대응할 여력 부족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골자는 기업이 경영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 산업 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벌금형뿐 아니라 징역형을 부과한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 내용이 불명확하다고 고충을 토로하며 보완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녹록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감안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기업들이 ‘중대재해 1호 기업’을 피하기 위해 전담부서 신설과 최고안전책임자(CSO) 선임 등으로 발빠르게 선제대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한마디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호소이다.

특히 인과관계를 가리는 게 복잡하고 어려운 산업재해의 특성상 사고 책임자에 대한 무조건 ‘일벌백계식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며 면책조항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4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정부에는 시설개선 및 전문인력 채용에 필요한 비용 지원을, 국회에는 고의·중과실 없는 경우 면책 가능한 조항 신설을 요청한다"고 건의했다.

실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과 법령해설서, 업종별 자율점검표, 사고유형별 매뉴얼 등을 배포한데 이어 주요 문의사항을 취합한 문답자료를 공개해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안전관리 기술과 재정 지원 예산을 지난해 9700억원에서 1조1000억원 규모로 대폭 늘렸으며, 컨설팅 제공 대상도 3500개로 확대해 중소기업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힘쏟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지원 활동에 중소기업계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예산과 컨설팅 지원 확대로 기업들의 실무인력 충원과 자문료 지급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겠지만, 근무자 부주의에 따른 산업재해에 사업주의 면책조항 신설 요구에는 정부의 답이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컨설팅과 예산 규모 확대 차원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대표자의 노력과 상관없이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중대재해에 면책조항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안전 관리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도 면책조항 등이 당장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요구에 정부는 기업이 책임 의무를 다한다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 준수를 확실히 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책임을 면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입법 이후 시행이 확정된 상황에서 당장 별도의 면책 규정을 마련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면책 조항 요구에 직접적 연관성의 여부에 따라 면책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자칫 면책조항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학계의 의견도 있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서 음주처럼 근로자 부주의와 직접적 연관성이 있다면 소명 가능한 부분"이라며 "그렇더라도 기업의 인적관리시스템에서 근로자의 업무능력 상태를 가려내 개인의 부주의 문제를 미리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만 근로자 부주의에 대한 면책 인정률이 높아지면 경영책임자 등이 빠져나갈 구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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