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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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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재생에너지, 주민참여형 성공모델 확산시켜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16 10:00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 실장

김성훈 신재생 실장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 실장

덴마크의 삼소섬(Samso Island)은 주민들이 합심하여 재생에너지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개발에 나섬으로써 탄소제로섬으로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섬은 덴마크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동쪽 끝에 있는 수도 코펜하겐에서 서쪽 끝으로 한 참 이동해 페리선을 타면 약 2시간 정도면 삼소섬에 닿을 수 있다. 삼소섬의 면적은 114㎢로서 우리나라 안면도와 비슷한 크기이다. 섬 인구수는 약 4000명이며, 이 중 66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고, 덴마크 평균소득보다 20% 이상 낮은 낙후된 섬이었다.

이렇게 존재감이 없던 섬에 탄소중립 혁명이 있어난 계기는 바로 덴마크 정부에서 1997년 실시한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진대회’였다. 대회를 통해 ‘10년내 100% 재생에너지 자립섬, 100% 탄소중립적 방법으로 개발’을 내세원 ‘삼소섬 개발 프로젝트’가 우수상을 탄 것이다. 10개년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개발이 진행되어 2006년에 마침내 계획을 달성하게 된다.

세부 내용을 보면 육·해상풍력발전기 23MW를 설치해 섬 내 전력수요의 100%를 풍력발전으로 충당하고, 남는 전기는 육지에 팔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었다. 섬에 풍부하게 있는 밀짚 등을 연료로 지역난방을 도입해 주 난방원으로 활용하는 한편, 태양열 등 다양한 친환경에너지원의 적용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삼소섬은 최근 2030년까지 화석연료 제로섬으로 만들기 위해 휘발유 차량을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이용한 전기차로 바꾸어 나가는 작업이 적극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 덴마크에서 인구대비 전기차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되었다. 페리선도 기존 디젤연료에서 재생에너지연료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이미 2006년도에 재생에너지 자립섬이 된데 이어 명실상부한 탄소중립섬이 되기 위해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삼소섬의 개발은 정부주도의 개발계획이 아닌 농부들이 대부분인 섬 주민들의 폭넓은 참여를 기반으로 추진한 것이라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섬 주민들은 개인·협동조합 형태로 투자했고, 투자수익 창출은 물론 낙후된 섬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섬 중 하나로 만들게 되었다. 이로 인한 관광수입 등 부수적 효과 창출도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태백 가덕산 풍력은 국내 최초의 육상풍력 주민참여형 이익공유 사업이다. 이 사업은 민·관·공 상생 협업형 사업으로 설계되어 지역의 천연자원인 바람과 땅을 활용하는 풍력사업을 통해 지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환원되고,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등 지역사회 이익공유형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이 직접 투자하고 이익을 배분받아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한편, 발전소에서 발생한 이익은 지역 복지사업에 투자해 경제효과가 발생하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태백 가덕산 풍력 1단계 사업은 3.6MW 발전기 12기를 설치해 총 43.2MW규모로 지난해 6월 완공되었다.

특이한 풍력사업 추진주체도 눈길을 끈다. 한국동서발전과 강원도가 공동 최대주주를 맡고, 태백시 등 기초지자체, 지역기업 등도 출자에 참여해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와 발전공기업 협업체계를 갖춘 것이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마을기업을 설립하고, 설립된 마을기업은 채권 형식으로 풍력발전 사업에 투자했다.

창출된 수익은 마을기업을 통해 마을 전체에 이익이 분배될 예정이다. 지역주민 생업인 농업과 임업 지원을 위한 농기구와 비료 구매, 창고시설 구축, 마을 공동시설 개·보수, 장학금, 건강복지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이익이 공유된다. 또한 태백시민펀드를 개설해 태백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향후 20년간 8.2%대 금리 펀드로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발전소 인근 주민외에도 해당 사업지가 속한 지자체 경제에도 효과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삼소섬과 태백 가덕산 풍력 사례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탄소중립은 주민참여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단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물리적 개념으로만 생각해서는 요원할 뿐이다. 지역주민들이 재생에너지를 이해하고, 적용하고, 생활화하는 단계까지 가야만 재생에너지 확산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는 주민중심적인 사업모델 설계와 부단한 소통이 중심에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태백 가덕산 풍력 외에도 신안태양광 발전사업, 탐라 해상풍력사업, 자라태양광 사업 등 다양한 지역주민 참여형 상생모델이 창출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수용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기초 지자체들은 이런 다양한 성공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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