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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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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D램·낸드 ‘양날개’로 본격 사업확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23 15:32

인텔 낸드부분 인수 中정부 승인받고 비상 채비
D램 의존도 낮추고 기업용 SSD 시장 강화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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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SK하이닉스가 중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한 승인을 얻어냈다. 발표 14개월 만이다.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최종관문으로 꼽히는 해외 경쟁 당국 승인을 모두 얻어내면서 인수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으로 SK하이닉스는 계약대금 지급 등 실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는 D램 사업과 견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사업이 인텔 인수를 계기로 시장 지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중국 정부로부터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한 조건부 승인받았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인텔로부터 제외한 NSG(Non-volatile Memory Solutions Group)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텔 낸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낸드 단품과 웨이퍼 사업, 중국 다롄팹 등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사업부 전체가 대상이다.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심사 대상인 8개국에서 경쟁 당국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싱가포르 승인으로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무조건부 승인을 얻어냈지만 중국은 묵묵부답이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 발목을 잡기 위해 몽니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심사를 지연해 무산시킨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면 얻는 실익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을 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 다롄팹을 SK하이닉스가 이어받아 투자를 지속할 수 있어서다.

중국이 SK하이닉스에 제시한 조건은 6가지다. 중국 시장에 PCIe 기업형 SSD, SATA 기업형 SSD 제품을 부당한 가격에 공급해선 안 된다는 것과 발효일로부터 5년간 생산량을 지속 확대한다는 내용, 중국 경쟁업체 경쟁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서면·구두 계약 체결을 금지한다는 내용 등이다.

인수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으면서 남은 절차는 계약금액 지급 등 실무 작업뿐이다. 계약금액은 총 90억달러(약 10조 7000억원)로 2차에 걸쳐 지급될 예정이다. 승인이 나오는 시점에 우선 70억달러를 지급하고 이후 계약 완료가 예상되는 2025년 3월에 나머지 20억달러를 지급하는 절차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로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가 공고해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에서는 D램 시장만큼 존재감이 뚜렷하지 못하다.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4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

D램 시장과 견줘 기술 경쟁력이 부족한데다 여러 업체가 삼성전자 뒤를 쫓으며 경쟁 강도가 심화하고 있어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인텔이 갖고 있던 비율을 더해 삼성전자에 이은 2위로 올라서게 된다. 단숨에 시장 지위를 선두권까지 높일 수 있는 셈이다.

D램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 SSD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된다.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 매출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0.6%인 반면 낸드는 23.4%에 불과하다. 낸드 사업이 성장하면 D램에 편중된 사업구조로 변동성이 컸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인수를 계기로 SK하이닉스는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SSD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 기업용 SSD 시장 점유율은 10.7%다. 삼성전자(40.4%)와 인텔(19.6%), 키옥시아(10.1%)에 이어 4위에 불과하다.

이달 발표된 조직개편에는 ‘미주사업’ 조직이 신설됐다. SK하이닉스는 조직을 낸드플래시 사업 위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 등 현지 데이터센터 업체들에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 승인을 받았으니 인수 마무리를 위한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용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글로벌 선두권 업체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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