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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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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할 말 다한 이재용…높아진 삼성의 '위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22 16:14

백악관·연방의원 등 만나 "반도체 보조금 차등 말라"



재계 "美정부·정치권도 이재용 의견 무시하기 힘들 것"



삼성. 이번주내 텍사스 테일러시 제2반도체 공장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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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워싱턴 DC를 찾아 백악관과 정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반도체 공급망을 논의하고 보조금을 요청하는 등 ‘글로벌 경영’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외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의 글로벌 위상이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과 19일 수도인 워싱턴DC에서 미국 의회 및 백악관 관계자를 만났다. 18일 미국 연방의회 의원과 반도체 지원법 처리 관련 논의를 한 데 이어 다음날에는 백악관 측과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부회장은 연방의원과 면담에서 ‘반도체 인센티브’ 관련 내용이 포함된 반도체 지원법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기업과 해외 기업 간 보조금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거점 확충과 연구개발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보조금 예산을 꾸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백악관 관계자를 만나 반도체 보조금을 화두로 꺼낸 이유다. 자칫 TSMC와 인텔에 보조금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보조금 논의를 앞서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이 정부 보조금을 독식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데 대한 견제 성격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국 기업에 지원금을 몰아주도록 압박하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은 5년간 520억달러(약 61조 63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조성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투입하겠다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 한국 등 아시아에 편중된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돌려놓겠다는 야심이 바탕에 있다.

하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회사들은 적극적인 ‘자국우선주의’ 여론전에 나섰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 반도체 기업이 아시아 기업들보다 생산원가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노골적으로 해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경계하는 입장을 내세운 것이다.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삼성전자와 TSMC 입장에서는 이러한 견제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지원법에 명시된 보조금을 해외 기업에까지 지급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보조금에 차등을 둬선 안 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의 글로벌 위상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해당 문제를 연방의회에 거론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미국 정부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 의견을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조만간 미국 측에 당근도 제시할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번주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출장으로 워싱턴DC를 찾은 자리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에게 파운드리 투자 계획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를 포함한 보조금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약 20조원)로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한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최근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삼성전자 미국 제2공장에 대한 세제 감면을 약속하면서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 지난 14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삼성전자 연구·개발(R&D) 거점 방문을 시작으로 바쁜 미국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모더나, 버라이즌 등 삼성 주요 협력사 고위 경영진과 회동하고 시애틀에 들러 마이크로소프트(MS) 및 아마존 경영진과 만나 추가 사업 관련 면담을 진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차세대 사업 모색과 함께 미국 반도체 기업에 견제 성격의 의견을 전달하는 등 위기 돌파를 위해 바쁜 행보를 보인다"며 "우리 정부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지원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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