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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배상도 끝났는데'...후진하는 사모펀드 사태, 판매사들 '곤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16 08:11

금감원, DLF 중징계 취소소송 항소 무게...일부 의원도 '지지'



사모펀드 연루 대다수 금융사, 투자자 배상 완료



내부통제 부실 등 문제점 개선...소비자보호 주력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사모펀드 사태가 좀처럼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금감원의 항소를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도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 고발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결국 손 회장을 상대로 항소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이미 우리은행이 사모펀드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하는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한데다, 금감원을 상대로 1심에서 승소한 만큼 우리금융을 둘러싼 사모펀드 사태가 현재보다 큰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이 부사장이 손 회장을 고발한 것을 두고 본인의 형량을 감경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 금감원, 항소 기정사실화...국회의원들도 ‘항소’ 촉구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에서는 현재 손 회장이 지난달 말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DLF 사태 중징계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 금감원의 항소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자칫 금감원이 항소를 하지 않을 경우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전현직 CEO를 대상으로 중징계를 내릴 만한 근거가 없다는 금융권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손 회장과 같은 이유로 금융감독원에 소송을 제기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당시 하나은행장)에 대한 1심 판결이 연말께나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굳이 항소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정부나 기관이 소송에서 패소하면 향후 승소 여부를 떠나 항소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관례처럼 여겨졌다"며 "우리금융은 재판 중에 금융감독원장이 윤석헌 전 원장에서 정은보 원장으로 바뀐 점이 변수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만일 파장이나 실익 등을 따져보면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항소를 하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금감원을 향해 즉각 항소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명은 최근 금감원을 향해 "1심 판결은 내부통제 마련에 관한 금융사지배구조법 하위법령 및 규제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해 금융사 수장에게 면죄부를 주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항소를 포기해 1심 판결이 판례로 굳어진다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감독당국의 금융사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며 손 회장의 문책경고 처분 취소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하라고 촉구했다. 재판부가 1심에서 손 회장에 대한 제재조치 사유 5개 가운데 ‘금융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4가지 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만큼, 금감원이 항소를 통해 2심에서 보다 치열하게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한다면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측은 "내부적으로 항소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항소에 대해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 여론전은 끝났다...우리은행, 각종 외풍에도 영향 없을 듯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금감원이 항소에 나선다고 해도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크게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손 회장이 승소한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극히 낮은데다, 우리은행은 이미 사모펀드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배상절차까지 완료한 상황이다. 또 이번 소송의 핵심은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금감원이 손 회장을 상대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린 것이 ‘타당했는지’에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소송과 별개로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대다수의 금융사들은 투자자들 배상 조치를 마치고, 불완전판매, 내부통제 부실 등 사모펀드 사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까지 개선을 완료한 상황이다. 즉, 우리금융의 사모펀드 사태가 과거처럼 사모펀드 투자자를 중심으로 여론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핵심 피의자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손 회장을 비롯한 우리은행 임직원을 검찰에 고소, 고발한 것도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타격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사장은 우리은행이 2019년 2월부터 선취 판매 보수를 여러 번 받기 위해 짧은 만기의 펀드를 기획하고, 라임자산운용에 무리하게 상품 출시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과 우리은행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사태는 운용사에 1차 책임이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상황에서 (이제 와서) 손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고소, 고발인은 라임펀드를 위법하게 운용해 투자 손실을 초래한 당사자이고, 우리은행 임직원이 이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본인의 형량 감경을 위해 허위 고소, 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우리금융지주, 경영 현안 집중

금융권에서는 DLF 소송전과 이 전 부사장의 고발 등을 감안해도 손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 우리금융 경영 현안에 집중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촉박한 시간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3월 DLF 사태 관련 중징계 처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지지에 힘입어 연임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을 비롯해)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전현직 금융사 CEO들은 작년부터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고,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미 손 회장은 지난해 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을 당시 법원에 중징계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을 거쳐 연임에 성공한 전례가 있는 만큼 2심 결과가 (손 회장을 비롯한 CEO들의 연임을 결정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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