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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이재명이 지핀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 논란…李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할 것" 업계 "민간투자 유치 땐 불가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14 15:07

-李 "국가주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해 민간투자 유치" 공약…"민영화 계획 없어"



-국내외 전문가 "한전 전력 부문 독점, 에너지 전환 가로막는 걸림돌" 환영



-노동계 "민간투자는 민영화로 이어져 대기업 배만 불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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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이재명 지사가 국회 소통관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의 열린캠프’ 홈페이지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제시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공약을 둘러싸고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공약에 대해 "민영화가 아닌 국가주도의 대대적 투자에 따른 민간투자 유치 추진"이라며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반면 업계 등 일각에서는 "대규모 민간투자를 유치하려면 결국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 선행이 불가피하다"며 공약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노동계측이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공약과 관련 한전 송배전망 민영화 추진 의혹을 제기하자 이 지사측은 ‘가짜뉴스’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14일 이 지사측과 업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 공약 발표’를 통해 "국가주도의 대대적 투자를 통해 인공지능기반의 능동형 송배전망을 전국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한민국 어디서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생산·판매·공급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대거 창출되고, 창업과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민간투자는 재생에너지 생산과 설비, 판매, 유지관리, 지능형 전력망 등 사업에서 약 40조원 가량이 유치될 것으로 내다본다"며 "2030년까지 연 평균 20기가와트 규모 재생에너지 확대가 정책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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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문가 "한전 전력 부문 독점, 에너지전환 가로막는 걸림돌"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 지사의 공약이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20년 간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전력시장의 재편과 에너지공기업의 민영화 추진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에너지업계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손정의의 소프트뱅크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며 "에너지전환 정책이 무색하게 여전히 국내 전력시장은 소수의 전문가 집단이 타워 위에 앉아 알아서 전력을 생산하고 전달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외치며 소비자가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프로슈머, 수요관리, 분산형 전원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전력산업을 주관하는 산업부와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변화의 동기보다는 위계질서를 유지하며 피라미드 꼭대기 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만 관심이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해 말 발간한 ‘한국 에너지정책 국가보고서’에서 "한국의 전력 부문은 단일 구매자로 구성된 의무적 풀(mandatory pool)로 운영되고, 도소매 가격은 시장이 아닌 정부가 설정한다"며 "전력 부문을 개방해 전체 가치사슬에서 진정한 경쟁과 독립적 규제기관을 도입하지 못한 점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력산업은 전력 생산 및 수송,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을 사실상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구조다. 발전 부문은 한전 6개 발전자회사의 점유율이 80%를 넘고, 송·배전 부문은 한전이 100% 독점하고 있다. 판매 부문도 한전을 제외한 민간 사업자 비중은 미미하다.

이에 경영 비효율과 가격 왜곡 등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며 경쟁체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IEA는 국내 전기위원회 역할이 자문 제공에 그치고 있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모두 정부가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IEA는 "전기위원회 지위를 전력산업 규제기관으로 상향 조정해 관계 설정 및 시장 모니터링 역할을 강화하고, 새로 추가된 역할에 걸맞게 직원들의 권한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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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민간투자를 통한 사업, 결국 민영화로 이어질 것" 

 


노동계에서는 국가 주도의 투자와 민간투자 유치가 서로 모순될뿐더러 민간투자를 통한 사업이 민영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에너지 사회 공공성 및 에너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이 지사 공약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이재명 지사는 민자사업을 통해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단체는 "이재명 지사가 밝힌 민간투자를 통한 송배전망 건설은 한전이 운영하는 송배전망의 민영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꼬집었다. 특히 "민자투자를 통해 송배전망이 건설될 경우, 송배전망에 대한 민간자본의 장악력이 커지고 그 영향력은 다른 에너지 산업으로 뻗어 나갈 것"이라며 "이재명 지사는 한전의 민영화 의혹을 불러일으킨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의 실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민영화된 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윤의 논리에 따라 수행된다"며 "돈이 되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돈이 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빠르고 정의로운 전환이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에너지 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을 의미하고 이런 방식으로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다. 공기업이 매각되지는 않지만, 민간기업이 산업 장악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민영화와 같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대기업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고, 공공재와 공공서비스의 형평성과 공공성이 파괴된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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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 "에너지고속도로=민영화는 비약" 

 


이에 이 지사는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에너지공기업 민영화 논란과 관련 "사실도 아니고 고려대상도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에너지공기업 민영화는)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국민부담 증가와 고용불안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에너지고속도로를 민영화로 비약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세력도 있다"며 "지구적 과제를 정치적 마타도어로 악용하는 이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측에 따르면 에너지고속도로는 기존 화석연료 중심 중앙집중형 에너지체계를 재생에너지 기반 지역분산형 체계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 공약과 관련 "정부가 송배전망에 직접투자를 확대하는 등 재생에너지 연결 등에 필요한 대규모 공공인프라를 우선 구축한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고속도로와 램프구간을 잘 만들면, 국민과 기업이 화물차와 승용차로 편리하게 이용는 개념’이 ‘에너지고속도로’라고 이 지사는 설명했다. 이 지사는 "기후위기는 국가를 초월해 인류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며 "눈앞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허위사실을 진실인 듯 왜곡하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요청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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