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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 왼쪽부터) 안영훈 이랜드리테일 대표와 황성윤 이랜드이츠 대표. 윤성대 이랜드 파크 대표,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유통업계가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온라인 강화와 함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공략을 위해 젊은 경영진을 잇달아 발탁하고 있다.
최근 업계에선 3040대 CEO(기업 최고경영자)가 대거 등장했다.
◇ 경영진 세대 교체 통했다…이랜드 3040대 CEO 확대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최근 3040대 경영진을 대폭 늘리고 있다. 핵심 계열사의 ‘최고 경영자(CEO)’에 젊은 경영자를 전면 배치해 경영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이랜드그룹은 최근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이츠의 신규 대표에 각각 안영훈 대표(1981년생)과 황성윤(1982년생) 대표를 선임했다. 이랜드의 3040대 대표 선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랜드는 지난 2019년 당시 40세인 최운식 대표, 38세인 윤성대 대표를 각각 이랜드월드와 이랜드파크 CEO로 발탁한 바 있다.
이렇게 이랜드가 3040대 CEO 확대에 나선 것은 기존 3040대 CEO들이 코로나 위기 속에도 경영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실제 이랜드월드는 최 대표 부임 이후 실무진의 권한 강화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브랜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최 대표는 먼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제때 빠르게 선보일 수 있도록 MD(상품기획자) 등 실무진의 권한을 크게 강화했다. 예컨대, 브랜드 컬래버이션(협업) 기획의 경우, 기존에는 대표에게 먼저 보고하고 계약을 진행해야 했지만, 지금은 MD가 먼저 직접 계약을 하고 대표에게 보고하는 ‘선(先) 계약 후(後)보고’ 방식으로 변경됐다. 또 빅데이터를 패션 브랜드 상품 기획에 대입해 직접 디자인한 상품을 글로벌 본사에 제안하거나 자체 제작하고 있다.
이에 이랜드 의류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특히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3위권 밖이었던 뉴발란스는 연매출 5000억을 기록하며 고공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스포츠 브랜드 순위 역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는 뉴발란스 매출이 7000억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뉴발란스가 2위에 진입하며 기존 나이키-아디다스 양강 구도가 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윤성대 이랜드파크 대표는 호텔·리조트 콘셉트를 차별화하는 등 직접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며 코로나 위기 극복에 나섰다. 그의 활약으로 독채 펜션을 콘셉트로 강원도 고성에 오픈한 ‘켄싱턴 설악밸리’는 코로나19로 호텔과 리조트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도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뒀다.
◇ 이커머스도 3040대 CEO 주도 체질개선 박차
젊은 직원의 비율이 많은 이커머스도 최근 3040대 CEO 주도로 경영 체질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위메프는 올해 2월 하송 부사장(45세)이 대표로 취임한 뒤 직급 및 개인등급평가제를 폐지했다. 사원·대리·과장·차장 등 부장 이하 구성원 호칭을 ‘매니저’로 일원화한 것. 이사·상무·전무·부사장등 임원 직급 역시 없애고 모두 ‘리더’로 통일됐다.
또 개인의 성과와 역량을 기존의 획일적인 S-A-B-C 등 등급으로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개인의 등급 평가 자체를 없앴다. 대신 동료들과 협업 시 서로 칭찬 또는 보완할 점을 서술형의 방식으로, 상호 코칭하는 ‘밸류애드(Value Add)’ 제도를 도입했다.
티몬은 장윤석 대표(78년생)가 최임 이후 조직 문화 개선 등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티몬은 최근 회사의 변화를 이끌 특별팀인 ‘이삼팀’까지 발족했다. 이 팀의 주요 구성원은 MZ세대 임직원으로, 티몬의 새로운 비전 달성과 플랫폼 차별화를 위한 시스템 개선 및 전략, 기획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최근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젊은 경영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전통적인 경영 방식으로는 트렌드가 빨라지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기조가 있다"며 "기존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MZ세대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런 경영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pr902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