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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진 전력기금 ‘쌈짓돈’ 논란…도 넘은 행정입법 문제 제기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02 16:47

- 산업부, 전력기금으로 탈원전 비용보전 허용하는 시행령 발표



- 국회가 기금의 용처를 정부가 정하게 한 것은 정부에 대한 입법 및 예산통제권의 과도한 위임 사례



-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정부가 준조세인 기금을 임의로 활용"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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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가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회의 동의 없이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보전키로 하자 ‘도를 넘은 행정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입법은 실정법상의 용어가 아닌 학문상 관념으로 행정권이 일반적, 추상적 규범을 정립하는 작용을 뜻한다. 위임입법, 종속입법, 준입법 등으로도 불리며 행정입법은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당초 전력기금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송배전망 확충, 고성 산불과 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의 송배전 설비 노후화 보전에 쓰여야 하는 돈이다. 한국전력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 중 3.7%를 부담금으로 징수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조성한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의 발전과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001년 설치됐다.

기금은 국민에게 부과되는 부담금으로 조성되는 준조세 성격인 만큼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 기금 운용 정부가 매년 국회의 새해 정부 예산안 심사 때 기금운용 계획안을 국회에 제출, 심사 및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비록 현행 전기사업법이 전력기금 사용처 추가를 정부 행정입법인 시행령에 위임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 체계상 잘못됐다. 실제로 전력기금이 행정부의 편의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전기사업법 시행령에 기금의 사용처를 추가하고 있다.

여권과 정부는 탈원전 비용 보전 외에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운영 지원을 위해 이 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마련도 추진 중이다. 앞서 정부는 한전 공대 건설 및 운영 예산에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끌어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기금 사용 대상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핵심으로 야권 등에서 추진에 강력 반대하는 사항들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와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개편과 맞물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정부의 잇단 기금 활용 확대에 대해 "이러려고 전기요금 개편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부는 논란이 일자 "비용보전은 기금의 여유재원을 사용해 집행될 예정이며, 전기요금 인상 등 추가적인 국민 부담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급히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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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 외에도 현 정부는 원전 폐쇄, 한전 공대 건설비용 지원, 급전지시로 인한 손실 등을 전력기금으로 보전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전의 수익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의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을 전력기금을 활용해 보전해주기로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1월 전력기금 사용 범위를 명시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34조 제4호를 ‘전력산업 전문인력 양성’에서 ‘전력산업 관련 융·복합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리’로 개정하고 공포했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한전공대 운영에 이 기금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한전공대는 차기 대선(2022년 5월) 2개월 전인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설립 및 운영에는 1조6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 6곳 등 전 그룹사에 분담 출연시킬 계획이다. 전라남도와 나주시도 매년 200억원씩 10년간 2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탈원전)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와 다를 바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었다.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자력·석탄의 발전 비중을 줄이면서 요금인상을 단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결국 정부는 연료비연동제, 기후환경요금 부과를 통해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현 정부는 에너지 정책에 따른 비용을 공기업인 한전에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 그사이 한전의 주가는 6만원에서 2만 5000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부채는 37조 원이나 늘어났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정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4년에는 부채가 159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원전과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쇄에 따른 영업 손실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 계획대로 탈원전·탈석탄·탄소중립·그린뉴딜을 감당하려면 2030년까지 신재생 설비와 송배전망 확충에 35조원을 투자해야 한다"며 "각종 신재생 보조금과 탄소배출권 비용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조 5000억이었던 환경급전 비용이 2024년에는 2배인 5조 원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한전공사법을 무시한 한전공대 설립에 필요한 1조원도 부담스러운데 매년 지출해야 하는 운영비도 500억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상황으로 연료비연동제 도입에도 한전의 주 수입원인 전기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게되자 이제는 전력기금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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