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픽사베이 |
8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주요 원자재 가격은 1년 전보다 30∼95%까지 치솟으면서 최고가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구리와 알루미늄,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와 니켈, 코발트 등 전기차와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원자재의 가격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일반적으로 광물 가격은 경기를 가늠하는 선제지표로 여겨진다.
구리 1t당 가격은 지난 5일 기준 9021달러로 작년 같은 날 5667달러보다 59% 올랐다.
실물 경기를 바로 가늠할 수 있어 ‘닥터 코퍼(Dr.Copper)’라고 불리는 구리는 올해 초부터 1t당 8000달러까지 오르며 8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고 11년만에 9000달러를 넘어선 뒤 최고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구리 가격이 오르면 구리 수요가 많다는 뜻이며 경제가 살아난다는 신호로 통한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건설 등 인프라 구축이나 제품 생산 활동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사용량이 증가한 구리 가격도 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구리 가격이 떨어지면 구리 수요가 줄어 경기가 침체된다는 걸 의미한다.
같은 날 기준으로 알루미늄은 1t당 218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7% 오른 수치다.
알루미늄도 구리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부터 창틀까지 모든 곳에 사용되는 원자재다. 특히 중국이 네이멍구 자치구를 시작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알루미늄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공급 부족에 의한 가격 상승 우려도 예상되는 분위기다.
전기자동차와 ESS 배터리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원료로 꼽히는 니켈과 코발트 가격도 치솟고 있다.
니켈 1t당 가격은 1만6349달러를 나타냈다. 최근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지만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됐던 일 년 전보다 28% 올랐다. 코발트는 1t당 5만2785달러로 지난해 3만3000달러보다 60% 올랐다.
철광석은 1t당 176달러를 기록해 지난해는 90달러보다 무려 95% 올랐다. 철광석은 지난 2011년 말부터 1t당 160달러 이하에 거래돼 왔다.
원자재 가격이 일 년 사이 급등한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백신 개발과 각국의 부양책으로 회복되기 시작했고 전 세계가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나서면서 신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경기 회복 기대, 중국 제조업에 대한 낙관적 전망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좋은 환경"이라며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대로 오르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7일(현지시각) 배럴당 70달러 선을 돌파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올해 3분기 80달러 선을 기록한다고 예상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에만 7.5%정도 오르더니 67달러 선을 넘어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OPEC+)’에서 4월 산유량을 동결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상승했다.
두바이유 역시 올해 1월 초 50달러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 올라 최근 63달러대에 진입했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4월부터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는 경질 원유 기준가격 가산금을 지난해 3월 이후 높은 수준인 1.40달러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몇 달 째 이어지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심원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 임금 등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오르면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전가되면서 결국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물가 지표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했다. 지난해 2월(1.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글로벌 유동성 증가 및 높아진 인플레이션 기대와 원유·원자재 가격 상승세 등 인플레이션 위험요인이 도처에 상존하고 있다"며 "여기에 백신효과에 따른 총수요 압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국제 원자재와 원유 가격 상승에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자 전문가들은 더 강화된 물가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보다 공급 가격 상승 요인에 따른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세계 인플레이션 충격이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물가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