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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중대재해법에 안전 비상 걸린 발전현장"(하) 업계 대안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1.14 16:23

노동계 '위험의 외주화+기업인식 개선'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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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동준 씨의 어머니 강석경 씨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나면 기업주를 징역형에 처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중대재해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발전업계의 현장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입법의 단초가 사실상 발전 현장의 잇따른 사망사고였던 만큼 발전업계의 충격과 경각심은 그 어떤 산업보다 클 수밖에 없다. 발전 현장 근로자 사망사고를 계기로 이번에 벌써 두번째 입법이 이뤄졌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김용균법’이 이미 지난 2018년 제정됐다. 발전산업은 공기업 중심 구조에도 위험현장이 많아 대표적인 안전 사각지대로 꼽힌다. 이번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발전업계 경영이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기획 ‘중대재해법에 안전 비상 걸린 발전현장’을 주제로 중대재해법 입법에 따른 발전업계의 의미·파장, 취약성, 개선대안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분석,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고 김용균 씨와 심장선 씨 등 한국전력 산하 5대 발전사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잇따르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5대 발전사들은 현재 사장과 감사를 제외한 상임이사 2명 가운데 한 명을 기술안전본부장으로 선임하고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한 방침들을 마련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인 ‘위험의 외주화’와 원청사들의 인식 개선에 대한 개선점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중대재해 근절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전 산하 5대 발전사들 안전체계 강화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공기업들은 모두 ‘기술안전본부장’으로 상임이사로 선임했다. 또 지난해 경영평가부터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감점 부과를 확대하는 등 안전관리 기준을 꾸준히 강화했다. 각 사 별 안전 대책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유족과 재발 방지 대책에 합의하고 상하·차 업무를 화물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못하도록 감독할 계획이다. 또 안전 인력을 충원하고 안전 설비를 보강하는 등 노동자의 작업 환경을 개선할 방침이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이사회를 개최해 올해 안전경영 예산을 204억원으로 확정했다. 특히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해 △빅데이터 기반 안전지수의 전사확대와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CCTV 관제시스템 구축 △밀폐공간 작업자 모니터링 시스템 확대 △스마트 안전기술과 통합관리체계 도입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남부발전은 안전관리부서의 책임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관리제도인 ‘현장안전관리기법’(RFSC, Risk Free Safety Control)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현장안전관리기법은 △계층별·작업별 맞춤식 교육으로 안전부서 계도역할 강화 △작업자 실수 시 다치지 않는 예방 안전설계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집중관리제도 △작업자 눈높이에 맞춘 위험표식관리 등이다.

고(故) 김용균 사망 사고가 발생한 서부발전은 유사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총 203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안전관리제도 재구축과 안전설비를 개선하고 있다. 주요 제도 및 설비개선 사항으로는 △현장점검 2인 1조 시행 및 관련 인력 충원 △안전펜스 13.8km·방호울타리 64개소 설치 △컨베이어 운전 경보설비 466개·경광등 설치 등이다.

중부발전은 지난해 현장안전관리강화 대책회의를 열고 △중부발전과 협력기업의 안전관리 통합운영 △안전에 대한 경영진 책임강화와 중대재해 안전관리 계약특수조건에 대한 무관용 원칙처리 △안전활동에 대한 상·벌의 공정한 집행 등을 결의했다.

◇‘위험의 외주화’ 근절+기업 인식 개선 돼야

업계에서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재해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동안 외주업체가 발전사의 정비 업무를 도맡아 진행해 왔다. 때문에 현재 발전사에서는 자체적인 정비 인력과 기술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장 업무가 많은 만큼 사고율도 높다. 한국전력 산하 5대 발전사에서 발생한 산재 기운데 비정규직 산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 산하 5대 발전사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24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 산재는 221건으로 99%에 달한다.

노동계가 외주화를 반대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최저낙찰제에 따라 비용을 줄여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원청에게 비교적 낮은 가격을 받고 노동을 창출해야 하니 정작 노동자들의 안전이나 보건에 투자할 예산이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위험의 외주화’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청업체에 대한 법적 강제성도 마련되지 않았다. 노동계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때 ‘위험 작업 2인1조 근무’ 원칙을 법에 명시하자고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대부분 현장에서 하청업체의 내부 지침이나 원청업체와의 도급계약으로 ‘2인 1조 작업 의무화’ 규정을 마련하기는 하지만 내부 지침에 불과하다.

내부 지침에 불과하다 보니 하청업체 근로자의 안전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상태에서는 관리감독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원청사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청사들이 상황을 방치하는 이유는 사고예방이나 사고 발생 후 대응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벌금이나 배상 비용이 적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고 해서 사고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라며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돼야 하고 위험수당이 합당하게 지급되도록 하는 게 해결책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가 가져가는 이윤을 조금 줄이고 안전에 비용을 더 투자하게 만드는 유도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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