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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에너지환경산업부장 |
그 서류는 ‘유성구 유성민간원자력안전·환경감시기구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정안이다. 원전은 없지만 원전에 준하는 시설이 있기 때문에 주민안전을 위해 당연히 감시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이 주장에 반응했다. 그는 최근 원전주변지역이 아닌 연구·교육용 원자로,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등이 소재하는 지역에 대해서도 환경 및 주민안전을 위한 ‘민간환경안전감시기구’ 설치근거를 마련하자는 내용의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유성구는 2004년 중수 누출사고, 2011년 백색비상 발령, 2014년 하나로 원자로 외벽 내진설계 미흡 발견 등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유성구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와 방사성폐기물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민간 감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그는 "방사선 오염에 대한 불안은 교육용·연구용 원자력시설이나 방사성폐기물시설이라고 해서 원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본부와 김 의원이 말하는 원자력 시설은 한국원자력연구소와 한전원자력연료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소형의 연구용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 또 여기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는 시설도 갖고 있다. 김 의원이 말한 크고 작은 사고는 모두 이곳에서 발생한 일들이다. 한전원자력연료는 말 그대로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갈 연료를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다. 두 기관의 공통점은 방사선과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두 기관은 분명 방사선과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다.
방사선과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감시기구 설치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원전과 이들 기관을 제외하고도 방사선과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시설은 전국에 널려있다. 원자력병원을 포함해 방사선 치료를 하는 대형병원 모두가 여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국 거의 모든 시에 감시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가?
전국에 감시기구가 설치된 지역은 고리 한빛 월성 울진 신고리원전 등 다섯 곳이다. 모두 원전이 있는 지역이다. 감시기구는 원자력안전법과 발전소주변지역지역에관한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장 먼저 이 기구가 설치된 곳은 고리로 1998년 12월이다. 그 다음은 한빛원전(2000년 3월)이고, 한울원전(2003년 10월), 신고리원전(2006년 8월), 월성원전(2006년 11월) 순이다. 이들 5개 지역은 위원회와 감시센터를 같이 운영하고 있다. 인원도 적지 않다. 위원회는 월성이 24명, 한빛과 신고리가 각각 20명, 한빛 18명, 고리 16명이다. 감시센터는 신고리 5명을 제외하고 모두 8명씩이다. 한 원전당 줄잡아 20여명이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40억 원을 웃돈다. 물론 이 예산은 사업자가 아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라는 얘기다. 5개 지역이 각기 감시기구 설립연도가 다른 것은 원전 상업운전 시기가 다른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유성에 감시기구가 설치된다면 예산은 물론 수억 원 정도일 것이다. 이 예산은 정부와 대전시가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대전시가 그렇게 살림이 넉넉한 곳인가. 아니다. 작년 대전시의 재정자립도는 불과 44% 정도다. 한푼이라도 헛돈을 쓸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수억 원의 예산이 아깝다는 게 아니다. 그 돈을 들여 안전성이 높아지고, 심리적 불안감이 말끔히 해소된다면 오히려 경제적이다. 하지만 법에도 없고, 효과도 불확실한 연구시설과 원자력연료 생산공장 ‘감시’에 인력과 예산을 쏟아 붓는 것은 낭비다. 연말이면 연례 행사처럼 벌이는 ‘보도블럭 갈아엎기’만 예산낭비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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