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26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가계가 지난해 벌어들인 소득이 지출 증가를 크게 앞지르면서 '여윳돈'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든 영향까지 겹치며 가계의 자금 축적 속도가 한층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26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50조원 넘게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순자금 운용액은 한 경제 주체가 운용한 자금에서 조달한 자금을 뺀 값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는 이 지표에서 플러스를 기록하며, 기업이나 정부 등 자금 수요 주체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증가세는 소득 확대와 지출 증가 둔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가계 소득이 지출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 데다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여유자금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자금 운용 총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계의 전체 운용 규모는 342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00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주식과 펀드 등 위험자산 투자와 보험·연금 적립이 동시에 확대된 점이 두드러졌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운용액은 106조2000억원, 보험·연금 준비금은 87조1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주가 상승 흐름 속에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가계의 자금 조달 규모 역시 확대됐다. 지난해 가계가 외부에서 끌어온 자금은 7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예금취급기관 차입이 크게 늘며 전체 증가를 이끌었다. 증권사나 여신전문사 등 기타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도 증가했는데, 이는 신용공여나 주식담보대출 확대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계부채 비율은 소폭 낮아졌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로, 전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도 낮은 수치로, 대출 규제 영향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 성장률을 밑돈 결과로 분석된다.
기업 부문에서는 자금 조달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 조달액은 3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영향이다.
반면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에 따라 자금 조달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일반정부의 순자금 조달액은 52조6000억원으로 증가해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재정 지출 증가 폭이 수입 증가를 상회한 데 따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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