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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비용이 업계의 예상만큼 하락세를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배터리 비용은 기술발전 외에도 원자재 가격 등에 크게 움직인다. 그러나 현재 낮은 가격대에서 횡보하고 있는 리튬, 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 가격이 향후 공급부족으로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배터리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낮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6일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금속시장 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는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를 향해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가격이 무한정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벤치마크의 앤드루 레이랜드 전략자문 총괄은 리튬이온 배터리 셀 가격은 규모의 경제와 기술 향상에 힘입어 6년 전 킬로와트시(kWh)당 290달러에서 현재 110달러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하락추세를 고려했을 때 배터리 가격이 앞으로 kW당 60~7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레이랜드 책임은 "그렇게는 안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많은 차량제조업체 이사진들은 배터리 공급망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배터리 비용이)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레이랜드 책임은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 변동성은 광물 추출 단계에서 공급망에 편입된다"면서 "가격은 공급, 수요, 원가, 재고 수준이라는 시장의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향후 10년간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의 수요와 공급 사이의 괴리율을 고려했을 때 현재와 같은 리튬, 코발트, 흑연, 니켈 등은 낮은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MI는 리튬 공급이 앞으로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4~5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야 한다고 예측했고 다른 원료의 경우에도 향후 비슷한 규모의 추가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규모 광산업체인 BHP그룹 관계자 역시 최근 "탈(脫)탄소 및 전기화를 향한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향후 30년 내에 구리 생산량이 두 배로 증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광산업체의 입장에선 새로운 채굴 프로젝트에 대한 인센티브는 현재 가격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즉 미래를 대비해 원자재 공급량이 앞으로 획기적으로 증가해야 하는데 리튬, 코발트 등의 가격이 너무 낮아 새로운 투자에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해석이다.
실제 4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2017년에 기록된 최고가 대비 73% 떨어졌고 코발트 가격 또한 한때 톤당 9만 4000달러 수준까지 뛰어올랐지만 지금은 3만 2000달러선까지 고꾸라졌다. 아연과 니켈 가격의 경우 하락세가 리튬과 코발트에 비해 극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과거 고점 대비 각각 23%, 15% 가량 빠진 상황이다.
앞으로 세계적 탈탄소 움직임이 가팔라지면서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배터리 셀 가격이 오히려 역상승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BMI는 "원자재 가격이 지난 10년 동안 기록된 최고 수준까지 회복되면 배터리 셀 비용이 36%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이를 차세대 NCM 811 배터리에 적용하면 비용이 kWh당 87.2 달러에서 119달러까지 오르게 된다"고 밝혔다. NCM 811기술은 배터리의 가장 비싼 구성 요소인 코발트의 사용 비중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높인 것이다.
여기에 배터리 셀 생산에 대한 마진까지 반영되면 70 kWh급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판매가격은 2500달러 가량 더 인상될 것으로 예측됐다. 레이랜드 책임은 "전기차가 본질적으로 내연기관차를 대체해야 하는 자동차인 점을 감안할 때 완성차 업체들은 이같은 비용인상분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