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20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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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제5차 계절관리제 평가와 미세먼지 대책

정부에서 올해 제5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 (2023년 12월~2024년 3월)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번 기간 중의 평균 농도는 21.0ug/m3으로 1년 전에 비하여 15%정도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계절관리제 시행 이래 가장 낮은 평균 농도라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달성하였다. 이러한 성과는 발전 부문을 포함하여 산업부문, 수송부문, 생활부문등 각 부문의 핵심 추진 목표를 정하고 추진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추진 내용과 성과를 살펴보면 일부 불일치하는 일들이 있다. 발전 부문의 경우 정부 측에서는 석탄화력 가동 정지 확대가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4차 계절관리제 기간 중에 총 유연탄 발전의 전력 거래량이 76,793GWh이었던 것에 비하여 5차 계절관리제 기간의 발전량은 85,657GWh로 오히려 11.5%정도 증가하였다. 산업 부문에서는 대형사업장의 자발적 미세먼지 감축 협약을 감축 노력에서 성과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제철 경기 위축, 건설 경기 위축 등이 원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 2024년 1월에서 3월까지의 철강 생산량이 1600만톤 정도로 2023년 동기에 비하여 3.2%정도 줄었고 건설 경기 위축에 따른 시멘트 산업의 생산량 감축 등과 같이 중공업과 에너지 과소비 업체의 경기 위축이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국외 유입 요인으로서 중국의 상황을 검토해 보자. 실제 우리의 5차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기간에 대한 중국 석탄화력 발전량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였지만, 2022년과 2023년의 연간 발전량 자료를 가지고 살펴보면 중국의 석탄화력 발전량은 2023년에 5,741TWh 정도이었고 이는 2022년에 비하여 약 6.4%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계절관리제 기간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23년에 24.6ug/m3으로 2022년에 비하여 6.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어느 정도 인과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중국의 석탄 소비와 관련하여서는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올해까지는 중국의 석탄 수입량이 상당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최근 상황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전반적인 3월 중순에 1월 중순과 비교하여 발전용 석탄 사용량이 15% 정도 줄어 든 것으로 분석이 되고 있는데, 이는 경기 부진, 기후 문제로 상대적으로 따뜻한 평균 기온 등과 결부하여 더욱 전체 석탄 사용량의 감소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최근에 중국의 건설 경기가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에서 20%이상 줄어 들게 됨에 따라서 건설과 관련된 철강 수요에도 큰 타격을 주어서 제철용 원료탄으로서의 석탄 수요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석탄 수요 상황을 살펴보면, 중국 각 지역의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에 다소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경의 예를 가지고 살펴보면 2024년 1~3월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2.8ug/m3으로 2023년의 106.8ug/m3과 비교하여 약 3.8%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것을 보이고 있다. 특히 3월의 자료만 보면 감소율이 1년 전에 비하여 13% 정도 줄어들었다. 북경의 평균 농도는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수치이지만, 이러한 높은 농도와 계절적 풍향을 감안할 때에 인접국으로부터의 유입은 계절 관리제 초미세먼지의 분석에서 주요하게 고려하여야 하는 기초 조건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기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주제가 상위의 개념으로 자리잡고, 미세먼지가 하부 구조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그에 따라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소 줄어 들어가고 있다. 더욱이 겨울철 초미세먼지 상황이 상대적으로 개선되어 봄철 황사와 같은 자연재해성 미세먼지만이 국민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제5차 계절관리제 기간 중의 다소 고무적인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도 한몫을 하였다고 본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외부적인 요인, 국내 경기 요인 등으로 국내 미세먼지 악화의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요인들로 인한 대기질 상황 악화는 그 변동성이 크고, 국내 행정력이나 통제만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따라서 지금의 성과에 대하여서도 다양한 요인들에 대하여 좀 더 심도 있는 인과 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게 국내 대기질 관리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여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하여 과학계와 행정당국의 긴밀한 협력과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하겠다. 박기서

[이슈&인사이트] 공익법인 규제 재검토해야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2022년 국세청 공시 공익법인 기준 기업이 설립한 공익법인의 수는 784개이고 이중 대기업집단이 설립한 공익법인은 약 70~80여개 정도이다. 공익법인은 국가가 해야 할 교육, 장학, 사회복지, 의료 등 사회적 과제를 대신 발굴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그룹계열사 지배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공익법인에 대한 법제, 특히 대기업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순기능은 고려하지 않고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강력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제도의 균형을 잃은 측면이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에는 첫째 공정거래법에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있다. 예외적으로 합병, 임원의 선임과 해임 등 일부 중요사안에 대해 특수관계인과 합산하여 최대 15%까지만 행사가 가능하다. 공정거래법상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제한은 다른 외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공익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의도치 않은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많은 공익법인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평상시라면 문제가 없으나 외부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공익법인이 보유한 지분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둘째, 상속증여세법상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계열사 발행 주식 5%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경우 가산세가 부과된다. 계열사가 발행한 주식의 5%를 넘는 주식 보유를 사실상 금지하는 효과가 있다. 주식 기부에 대한 면세 한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엄격하다. 미국은 공익법인이 기업이 발행한 주식의 20%까지 면세가 인정된다. 일본은 주식발행 총수의 50%까지 공익법인이 취득할 수 있고 별도로 상속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독일, 스웨덴은 아무런 규제도 면세 한도 규정도 없다. 이러한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는 세계적인 트랜드에 역행하는 것으로 공익법인의 사회공헌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 취지는 공익법인을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 유래가 없는 규제를 도입하면서까지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의 지배를 막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과연 합당한 것일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집단의 지배와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이케아 그룹은 스티흐팅 잉카 재단, 인터로고 재단, 인터 이케아 재단을 정점으로 그룹을 구성하고 있고 매년 수십 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칼스버그 그룹도 칼스버그 재단이 칼스버그사의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고 차등의결권을 활용하여 77%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발렌베리 재단은 지주회사 지분 23%를 보유하면서 의결권은 50% 행사하고 있고, 아르마니, 롤렉스 등도 재단을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다. 해외의 기업들은 공익법인을 통해 기부를 하면서, 기업의 영속성도 동시에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특정 기업집단의 총수가 자신이 가진 주식을 기부하겠다고 공익법인과 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는데, 상속증여세 완화와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개선이다. 발행 주식 5%가 넘는 지분을 기부하면 최대 60%의 상속증여세 부과로 기부의 취지가 퇴색되고, 의결권 제한으로 외부에서 경영권을 위협하게 되면 자칫 외부세력에게 경영권을 침탈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건부 약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저해하고 기업의 경영 안정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ESG, CSR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익법인이라는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이어나가는 사회적 요구와도 맞지 않다. 이제는 공익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버리고 발렌베리,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유정주

[특별기고] 라인야후 사태, 국익 관점에서 적극 대처해야

네이버는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지 않고 시장이 작기 때문에 반드시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 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계속 해외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메신저 앱 '라인(LINE)'이 탄생하여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였으며 '야후재팬'과 합병하여 '라인야후'가 되었는데, 일본 시장을 석권하고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도 진출해 있다. 매출 규모는 지난해 1조8146억엔(15조928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적·기술적 관계를 끊으라"는 행정지도를 하면서 '라인야후 사태'가 불거졌다. 지분 매각 압박을 받은 네이버는 라인야후 경영권을 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 최대지주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가지고 있어 1주라도 지분이 넘어가면 주도권은 소프트뱅크가 쥐게 된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의 해외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일본의 라인 강탈 시도는 명백한 국익 침해이자 반시장적 폭거"라고 지적했다. 이제 라인야후 사태는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 정권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대형 이슈로 커졌다.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섰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도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자본구조 변경을 제외한 정보보안 강화 대책을 제출하고자 한다면 네이버에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어떠한 차별적 조치나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면밀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와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회사 직원들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개인정보 약 52만 건이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과태료 등의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통해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는데, 적성국 기업에나 적용할만한 과도한 조치이다. 이를 근거로 소프트뱅크는 네이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한국인 이사를 해임했다. 일본측이 민·관이 역할을 분담하여 '네이버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 “일본 정부 생각을 4월쯤 확인했고, 민간 기업과도 대화를 계속 해왔다"고 밝혔지만, 미흡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본 정부의 생각을 확인만 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입장을 전달했어야 했다. 라인야후의 한국 법인 격인 라인플러스 간담회에 참석한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 기업이 해외 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대반전을 이룬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조치를 하였지만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 훼손을 우려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과 케미(chemistry)에 의존한 탑다운 방식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을 확보하고 성장 잠재력이 막대한 기업의 경영권이 하루아침에 일본에 넘어갈 처지에 있는 이 문제는 단순한 민간기업 이슈가 아니다.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이자 국제 규범 위배 소지가 있는 통상 이슈다. 네이버가 경영권을 넘겨 라인야후와 관계가 단절되면 일본 시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놓침은 물론, 동남아 시장 확장 기회마저 넘기게 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묵과하면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민간 기업 하나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한일관계 개선 및 한미일 관계 강화를 의식한 나머지 한일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 문제에 있어서 소극적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늦었지만 정부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의사결정을 한 것은 다행이다. 라인야후가 7월 1일까지 일본 총무성에 행정지도 답변서를 제출하는 만큼 정부는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하며, 국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우리 기업의 이익과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물가안정과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 규제

최근에도 여전히 고물가는 진행형이다. 올해 들어 물가수준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 수준인 2%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외식 물가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표 먹거리인 떡볶이, 비빔밥, 김밥, 햄버거 등의 물가상승률은 5%를 상회한다. 외식물가는 35개월째 전체 물가수준을 상회하는 등 안정세에 접어들 기미가 전혀 없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우 대체로 규모가 작은 영세 사업자로서 원재료·공공요금 인상에 취약하다. 규모 및 범위의 경제 측면에서 비용절감이 어려운 영세 사업자의 경우 식재료 및 전기·가스료 인상시 이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이시키는 정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의 국민 경제구조에서 차지하는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23%이며, 이는 OECD 국가 중 7위일 만큼 높다. 이는 미국의 3배, 일본의 2배 이상 해당되는 수치이다. 우리의 물가상승률이 높은 이유가 자영업 비중이 높은 국민경제의 구조적 특징과 연관되며, 최근 들어 유가, 곡물류 등 원자재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급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 기인한다. 더욱이, 국제결제 통화인 달러대비 원화의 가치절하가 빠르게 진행되며, 물가상승 요인으로 수입단가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최근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또 다른 잠재적 요인으로 배달앱 서비스의 중개수수료율이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증가하기 시작한 배달음식 수요가 엔데믹 기간에도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피자, 치킨 등 야식에 대한 배달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음식배달 서비스는 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의 3사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높은 배달비로 소비자의 배달수요가 줄어들자 배달앱들은 배달비 무료정책을 앞다투어 제시하며, 소비자의 배달앱 이용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비 무료혜택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대신 배달앱들은 자영업자에게 높은 중개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요금제 서비스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에 중개수수료로 전체매출의 약 7%, 업주 부담 배달료 2,500~3,300원, 결제수수료 1.5~3.0%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무료 배달정책이 일반화되며, 일부 배달앱의 경우 배달비 포함된 새로운 요금제에서 중개수수료율이 무려 27%까지 상승하여, 자영업자의 큰 재무적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이, 업주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대체로 정률 요금제가 적용되며, 매출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구조이다. 배달비 무료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요금제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은 소비자 선택을 받기가 어려워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대체로 2만원 정도의 치킨 한 마리 판매시 수수료 등으로 대략 30%의 비용 지출이 이루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러한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율 정책이 지속되는 한 결국 자영업자들은 판매가격에 배달 관련 비용액을 이전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뜩이나 높은 수준의 원자재와 공공요금 가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배달앱의 지나친 중개수수료율 책정은 비용절감이 어려운 영세한 자영업자의 판매가격 인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배달앱에 대한 중개수수료율 규제가 시급한 시점이다.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은 자영업자의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고물가 현상의 심화를 가져오고, 이는 결국 민간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올해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1.3%를 기록하는 등 기존 예상치 0.6%를 상회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경기회복 신호탄으로 기대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도 상향조정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수출호조세로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경제성장률 상향조정에 대한 의견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민간소비 측면에서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서비스 소비로 이해되는 올해 1분기 서비스업 생산은 전분기에 비해 0.8% 늘었다. 하지만, 서비스업과 해외지출을 제외한 재화 소비는 오히려 0.2% 감소했다. 즉, 국내 소비자의 해외소비는 늘었지만, 국내 소비는 오히려 줄었다는 해석이다. 이는 민간소비 개선이 뚜렷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민간소비가 고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볼 때, 아직 물가수준이 내수소비를 유도할 만큼 낮지 않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잠재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배달앱 서비스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뚜렷한 민간소비의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배달앱이 금융사가 아닌 만큼 현 제도상으로 카드사처럼 금융당국에서 직접적으로 중개수수료율을 규제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배달앱의 시장 독과점 구조하에서 이루어지는 높은 수수료율에 대한 상한선제 도입 등 효과적 정책 마련을 통해 물가 안정화에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민간소비 개선을 통한 경제성장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서지용

[신율의 정치 칼럼] 지지자들만 국민인가?

“양당 교섭단체의 사전 합의도, 의회 운영의 기본 절차도, 존중과 이해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정신도 모두 짓밟은 반민주적 다수당의 폭거(다)". 얼핏 보면,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발 성명인 것 같다. 그런데 해당 언급은 민주당으로부터 나온 말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의회에서 학생 인권 조례 폐지 조례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독으로 통과시키자, 이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인 것이다. 현재 서울시 의회에서는 국민의힘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학생인권 조례 폐지가 잘된 일이다, 잘못된 일이다, 여부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논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수(數)의 횡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독주가, 서울시 의회에서는 국민의힘의 독주가 횡행하고 있다. 양당은 '국민'이라는 이름을 팔아,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주저 없이 수(數)적 우위를 내세워 해치우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박찬대 신임 원내 대표는,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22대 국회 1호 법안은 민생 회복 지원금 관련 법안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국민 명령에 민주당이 화답해 행동하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도적 의원 숫자가 '국민 명령'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국민 명령'이라는 단어는 여권에서도 등장한다. 지난 2일 해병대원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은 여야가 힘을 합쳐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여기서는 행정 권력의 행사 가능성이 '국민 명령'으로 변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를 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국민의 명령'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만, '국민'은,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국민 전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지지자'들만을 의미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국민'으로 포장하면,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진짜' 국민들도 진영에 따라 갈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1.8배 정도 되는 압도적 의석을 획득했지만, 양당의 지역구 득표율은 불과 5.4%p.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양측이 각각 자신의 지지자를 '국민'이라고 지칭하면, 상대 정당을 찍은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는, '국민'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상대 정당 지지자들을 '국민'으로부터 소외시키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국민 양분화에 의한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니, 지난번 영수 회담의 긍정적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일 발표된 NBS 조사(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응답률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27%였고,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29%를 기록해 31% 지지율의 국민의힘에게 밀렸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양극화가 심해지면 그 어떤 이벤트가 있어도 중도층은 아예 정치를 외면하게 되고, 양쪽 지지자들은 진영 논리에 더욱 충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국민'의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갈라치기는 그만하자. 신율

[이슈&인사이트] 검색엔진 사용 줄고, 생성형AI 이용 늘어난다

검색시대에서 AI시대로, 인터넷 활용 방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검색엔진'이 중요한 인터넷 활용 수단으로 여겨졌다. 20222년 11월 30일 챗GPT(ChatGPT)라고하는 생성형 AI가 일반에게 공개된 이후 이 세상에는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그중 하나는 검색엔진 사용이 점차 줄어들고 그 자리를 생성형 AI가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20년 구글 아성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전망도 나오도 있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정보 검색이 늘면서 기존의 검색엔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세계 검색 시장의 순위와 점유율은 다음과 같다. 1위 구글(Google): 92.54%, 2위 빙(Bing): 2.44%, 3위 야후(Yahoo!): 1.64%, 4위 바이두(Baidu): 1.08%, 5위 얀덱스(Yandex): 0.54%, 6위 덕덕고(DuckDuckGo): 0.45%, 7위 소구(Sogou):0.44%, 8위 에코시아(Ecosia): 0.14%, 9위 선마(Shenma): 0.08%, 10위 네이버(NAVER): 0.07% 순이다. 구글은 글로벌하게 가장 널리 쓰이고, 빙과 야후는 미국과 유럽 쪽에서, 바이두는 중국에서, 얀덱스는 러시아에서, 네이버는 한국에서 주로 쓰인다. 구글은 2020년 기준 전세계 검색엔진점유율이 92.54%에 달한다. 2위인 빙, 3위인 야후, 4위인 바이두를 합쳐도 5%가 조금 넘는 수치이다. 네이버는 0.07%로 상위 10종 중 가장 낮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와 국내시장의 네이버는 내부 점유율이 타국가들과 다른 독특한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구글의 시장 점유율이 정점을 찍고 줄고 있다. 구글의 점유율은 지난해 5월 93.11%로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검색엔진점유율에 대한 최신 통계인 2024년 4월 기준 자료를 찾아보면, 세계 6대 검색 사이트(검색엔진) 중 1위 구글: 90.91%, 2위 빙: 3.64%, 3위 얀덱스 1.61%, 4위 바이두: 1.15%, 5위 야후: 1.13%, 6위 덕덕고: 0.55% 순이다. 전년 동기(2024년 4월)와 비교하면 구글 점유율이 92.82%에서 1년만에 1.91%포인트 줄어서 90.91%가 되었다. 한달 전인 지난 3월 91.38%와 비교하면, 한달새 0.47%포인트나 떨어졌다. 최근 12개월간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5월 93.11%와 비교하면 2.20%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그러면 그 빈틈을 누가 치고 들어왔나?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 빙의 점유율은 3.64%를 기록, 전년 동기 2.76%다 0.88%인트 늘어난 게 눈에 띈다. 생성형 AI 사용이 늘면서 일반 검색엔진의 사용은 줄고, AI를 접목한 검색의 이용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구글은 제미나이(Gemini)라는 생성형 AI가 별도로 있지만, 빙에는 코파일럿이라는 생성형 AI가 같이 있어서 검색하고 이어서 생성형 AI도 사용할 수 있어서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올 하반기 중에는 구글의 점유율 90%선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세계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줄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는 강세를 보이면서 네이버를 추격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둘러싼 구글과 네이버 간 검색엔진 대결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이 최근 크롬에 '제미나이'를 접목하자 네이버가 AI에 기반해 검색 품질을 업데이트하면서 맞불을 놨다.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네이버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지난해 12월(60.01%)을 제외하고 모두 50% 후반대를 기록했다. 반면 구글의 국내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29.10%에 이어 올해 1월 29.4%를 시작으로 꾸준히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여 지난 4월에 35.76%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런 추셰로 가면 2년쯤 후에는 구글이 네이버를 역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검색엔진마케팅'이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여겨졌다. 생성형 AI가 등장하고 나서는 '생성형AI마케팅'이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생성형AI마케팅이 제대로 도입되지는 않았다. 생성형AI마케팅은 필자가 개발하였으며, 생성형AI를 적절하게 훈련시켜서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생성형AI마케팅은 필자가 개발한 '소크라테스식 대화법 AI 훈련'방법과 함께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생성형AI마케팅을 강조하고 강의와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해외은행 직원들이 생성형AI마케팅 교육을 받으러 필자를 찾아오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AI강국이 되려면 기업들이 생성형AI마케팅을 적극 도입하고 활용해야 한다. 문형남

[이슈&인사이트] 중동 분쟁 장기화와 한국경제 리스크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테러로 시작된 전쟁이 7개월째로 접어들고 확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고강도 보복 작전과 하마스의 반격으로 전개되고 있는 전쟁에 헤즈볼라와 후티가 가세하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전투를 치러본 경험이 있어 단순 테러집단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후티반군은 홍해를 운항하는 상선들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여기에 맞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가 연합은 후티반군과 예멘에 폭격을 가하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구두 경고를 해 오던 이란이 직접 나섰다. 먼저 양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그림자 네트워크'를 겨냥한 공격으로 장군멍군을 주고받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지난 1월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에 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본부를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유엔 사무소와 각국 대사관 등이 몰려 있는 마제흐 지역에 있는 한 주택을 미사일로 폭파시켜 IRGC 소속 장교와 대원들을 폭사시켰다. 나아가 이스라엘은 4월 1일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타격하여 IRGC의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를 제거했다. 그러자 이란은 자국 외교기관이 공격을 받았다고 분노를 표시하고 300여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하여 이스라엘을 타격하였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이스파한의 군사 기지를 공격했다. 이스파한은 이란의 핵 관련 시설을 비롯한 군사 시설이 대거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상대방의 본토를 직접 공격함으로써 오랫동안 중동 전역에서 암암리에 벌여온 선전포고 없는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불안이 다시 고조되자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다행히 양국은 보복은 가하되 레드라인은 넘지 않는 '약속대련'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파국은 피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으로부터 날라 온 미사일과 드론의 99%를 요격했다고 밝혔듯이 이란의 대규모 공격으로 입은 피해가 무시할 정도였다. 자국 영토를 겨냥한 공격이 이뤄진 만큼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스라엘은 아이언돔도 막기 힘든 '램페이지' 미사일로 이란의 S-300 기지를 파괴함으로써 '방공망 무력화'라는 실력은 보였지만, 이란이 반격 안 할 수준을 골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감한 핵시설을 공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동기에 의해 공격은 가하되 서로 선을 넘을 듯 말 듯 눈치 곡예를 벌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이다. 전쟁은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선제공격-보복-재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 보복 강도를 높이다 보면 돌발 변수에 의해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에 이어 중동 정세가 악화되어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고, 이에 더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세계경제는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3중고에 빠졌다.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높고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중동 분쟁이 격화되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상선들이 수에즈운하 이용이 어렵게 되어 물류비용 부담이 커졌는데, 후티반군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만약 이란이 가세하여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 국제 원유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원유수입량의 80%가 통과할 정도로 호르무즈해협은 에너지원의 생명선이기 때문에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그렇지 않아도 물가가 올라가 팍팍해지고 있는 서민들의 생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국제유가 충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분쟁으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우리나라 올해 4분기 물가상승률이 4.9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불안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원유 도입선 다변화, 비축량 확대, 가격 헤지 등 원활한 원유 수급을 위한 대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 속히 종식되어 지척에 있는 러시아산 석유도 수입하여 바람 잘 없는 중동 정세와 관계없이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삼성전자에 美 보조금이 독배인 이유

2024년 4월 15일 자 소식통에 의하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을 근거로 삼성전자에 9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인텔의 12조 원과 대만의 TSMC의 9.3조 원에 이어 3위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3조 5000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이에 더해 2030년까지 약 62조 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보조금을 통해 삼성전자의 56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최소 2만 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9조 원의 보조금은 삼성전자의 2023년 연간 영업이익 6조 5670억 원의 1.5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보조금을 받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좋은 일인데 한국 증시의 반응은 7만 전자로 역주행을 보이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미국의 '칩스법'은 향후 5년 동안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73조 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반대급부로 칩스법은 2조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초과 이익 공유는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초과 이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상세한 회계 자료와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각종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이중 제품별 생산 능력과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 가격 증감 등은 기업의 핵심 영업 비밀이다. 미국 상무부를 통해 인텔 등의 경쟁 기업으로 유출되면 예상치 못한 피해가 예상된다. 더욱이 치명적인 독소조항은 중국 견제용 '가드레일' 조항이다. 중국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때 '가드레일'을 넘으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보조금을 받는 순간 삼성전자는 약 24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중국에 투자한 현지 공장을 첨단화하는데 한계에 직면한다. 반도체 공장이 첨단화를 못 한다는 것은 수년내에 폐쇄를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보조금을 9조 원이나 받는 데 주가가 7만 전자로 역주행하는 이유다. 주식시장에서는 미국의 보조금이 독배라고 생각한다. 각종 언론은 한국에서도 반도체 투자에 미국 칩스법에 준하는 보조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의 반도체 투자 환경은 미국과 전혀 다르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보조금 없이도 자생할 수 있다. 2022년만 해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8조 원에 달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하는 올해 말 일몰을 맞는 K칩스법 적용 기간을 내년 이후 3년간 더 늘리는 것으로 족하다. 한국에서는 보조금보다는 반도체 투자 인프라 환경을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프라 중에서 시급한 것이 반도체 기술인력 조달이다. 의사 공화국 체제하에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인재의 고갈은 심각하다. 의대 증원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이재용, SK하이닉스의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 이 정권이 들어선 2년 동안 이들이 대통령 외국 순방 등에 동원된 것이 13회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19년부터 120조 원을 투자해 올해까지 완공하려던 공장이 2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6년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 원 투자를 기획하고 있는데 역시 인허가 절차가 문제다. 무역협회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반도체 장비 및 소재의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교란에 취약한 구조다. 장비·소재의 자립도 제고를 위한 벤처 육성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이 국가에 요구하는 것은 보조금이 아니라 자율과 인프라, 그리고 시간임을 유의할 일이다. 윤덕균

[이슈&인사이트] 영수회담, 그 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 영수회담이 끝났다. 700일이 넘도록 서로 만나지 않았던 여야 대표들이 서로 한자리에 앉았다는 것만으로도 열흘 넘게 뉴스가 됐었다. 언론은 총선에서 대패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까 관심을 보였다. 두 시간 넘는 대화에서 서로 일치를 본 것이라곤 단 한 가지, 의료개혁의 필요성뿐이었다. 그것도 원칙적 동의에 그치고 구체적 합의는 없는 반쪽짜리였다. 이재명 대표가 제기한 이슈들이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선거에 대패한 윤 대통령으로선 3년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표류하지 않게 하려면 적어도 한두 가지 정도는 수용해야 할 상황이다. 사실 영수회담에서 제기된 이슈들, 채상병 특검, 대통령 가족 특검, 이태원참사 특별법 등은 대부분 과거지향적 이슈들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그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지도자들이 2년 만에 만나 논의할 이슈들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소리다. 지금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더 중요한 미래 이슈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의료개혁에 의견을 같이 한다는 것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또 하나 이재명 대표가 그토록 강조한 25만 원 생활지원금 정책이 미래지향적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크다. 이 대표의 제안은 광역단체를 기준으로 각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지역 상품권으로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국민이 물가상승과 소득감소의 압박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쓸 돈을 주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예산 13조 원을 추경예산으로 잡자면서 자신의 제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했다. 말이 적극 검토지 사실상 이를 수용해야 협치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금은 전 국민 대상 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고 그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이 제안은 21대 총선 직전 문재인 정부가 전 국민 대상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의 현금을 지원한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복사판이다. 당시 지원으로 인한 효과는 자영업자들의 매출액이 반짝 높아진 것이 전부였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나 소비증가 효과는 거의 없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투입 예산 대비 매출 증대 효과가 최대 36% 정도로 나타나 이른바 투자승수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팬데믹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영업 제한으로 소비가 크게 침체되었기에 소비진작 효과가 그 정도나마 나타날 수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침체를 빠졌던 반도체가 회복되고 있고, 자동차 및 방산 수출 증대 등으로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데, 오히려 물가는 급등하고 있어 정부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기준이자율을 낮추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대 수준에 이르러 지원금을 지급해도 소비가 늘어나기 어렵다. 국가부채도 GDP(국내총생산) 대비 55%에 가까워지고 법인세를 비롯한 세수 부족이 커지고 있는데, 생활지원금을 지급하자면 부채는 더욱 늘어나 후속 세대에 큰 짐이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선거마다 반복되는 현금지원이 유권자들에게 마약처럼 인식될 가능성이 커진다는데 있다.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원하려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보편적 지원은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재정구조가 급속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뻔히 아는 정치인들이 필요성과 효과에 의문이 있는 보편적 재정지원을 반복하자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을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뜨리는 것에 불과하다. 총선에서의 압승을 바탕으로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 명령이라면서 A4 용지 10장이 넘는 요구사항을 읽었다. 선거에 이겼다고 자신과 민주당의 공약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몰아치는 것은 의미 없는 힘자랑에 불과하다. 국민은 모두 싫고 불편하지만 오만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금 더 미웠기에 민주당을 선택한 것뿐이다. 과거지향적 문제만을 가지고 국민감정에 기대어 건설적 미래에 대한 준비나 논의 없이 정치적 이익만을 취하려는 정치지도자들을 가진 이 나라의 국민이 불쌍하고 안타깝다. 홍성걸

[이상호 칼럼] 이스라엘과 이란이 자제력을 보인 이유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200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이란의 대리 세력인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및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군벌 참전으로 점차 확전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난 4월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이란 영사관 폭격으로 이란 정예 쿠드스군 고위 사령관을 포함한 13명이 폭사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4월 13일 이스라엘에 300여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공습을 감행했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요르단 등 국가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은 공격 드론과 미사일 99%를 요격하는 데 성공하여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에 이스라엘은 4월 19일 다수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이란의 핵시설 인근 지역을 목표로 재보복을 단행했다. 이란은 방공 시스템인 S-300 대공미사일 등을 잃었지만,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보복 공격은 여러 면에서 의아한 부분이 있다. 우선 공격 규모에 비해 양측의 피해가 가볍다는 사실이다. 탄도미사일 등 300여 대가 동원된 이란의 공격은 전례 없던 수준으로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 하루 전 미국에 계획을 통보하고 심지어 공격 루트까지 사전에 흘렸다는 루머가 있다. 복수를 위해 최대한 공포와 피해를 강요하는 보복 기습 공격의 군사적 성과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스라엘은 탄도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무기체계를 동원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은 미사일로 이란의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기습 제거한 후 같은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던 나머지 미사일들을 공중 자폭시켰다. 이미 제거한 목표를 추가로 타격할 필요가 없어서겠지만, 이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더 공격할 수 있지만 이 정도만 하고 봐준다며 희롱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스라엘은 언제라도 이란 전역을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보복 공격을 보면 사전에 연습 된 연극 공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명분과 여론 때문에 서로 보복 공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지역과 국제 환경을 감안해 서로 원하는 수준의 보복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아마 최근 국제정세만 아니었다면 양국은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중국해 지역에서 긴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전면전 발발을 원치 않은 미국 등 서방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는 체면은 지키면서 피해는 최소화한 합리적인 대응을 선택했다. 최근 국제정세를 혼탁하게 하는 4대 세력인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연대가 심상치 않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축소 또는 지연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패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승리하고 서진(西進) 한다면 미국과 나토는 유럽에서의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감행하며 북한이 한반도에서 무력도발을 한다면 미국은 4개 다른 지역에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는 아무리 미국이라도 절대 감당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전쟁에는 미국의 동맹국과 연합국들도 참전하게 되어 결국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체면치레하는 수준에서 보복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이런 불안한 타협이 계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우선 이스라엘이나 이란 모두 정권 위기 타개와 국내 정치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돌려야 하는 처지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은 부정부패 및 권력남용 등 문제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고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는 계속되는 시위, 내부 분열,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갈등 속에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계속 공격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이란의 하수인인 헤즈볼라와 본격적인 교전에 들어가면 결국 두 나라는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로 전례 없던 어려움을 겪은 국제사회는 이제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 유럽 전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중동에서의 전면전 불씨를 꺼트리며 중국의 대만 점령 의지와 북한의 호전성을 잠재워야 한다. 하지만 과연 이게 실현할 수 있는 목표인지 확실치 않다. 이들 국가는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평화보다는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서로 연대를 통해 각자의 목표 달성을 지원한다. 아직 국제사회는 이런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의 연대를 깰만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체면치레 보복 공격 사례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미국과 서방이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성과를 달성한 긍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를 교훈 삼아 향후 국제사회가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합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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