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20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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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겉도는 부동산PF 대책

국내 16위 건설사인 태영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새해 벽두 금융시장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까지 부동산 가격이 하늘 모르게 치솟자 ‘부동산 불패론’에 편승해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무분별하게 건설사업에 공사비를 대 준 것이,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시장금리 상승, 공사비용 증가로 부동산 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부동산 PF 연체율이 급증하고 이로 인한 도미노 충격이 빚어지면서다. 자칫하면 금융기관은 빌려준 돈을 떼이고,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진 여러 건설회사들은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금융기관들과 건설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과 경제 전반에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부동산 PF 부실화는 먼저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헤칠 수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 등에서 돈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돈의 흐름이 막히는 것이 신용경색이다. 금융시장에 공급되는 자금의 절대량이 줄어들거나 자금의 통로가 막히면 금융 기관들은 자산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금 회수에 나서게 되고,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기업활동이 위축돼 자금 부족으로 파산하는 기업이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은 다시 부실채권에 대한 손실을 감당하느라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두번째는 부실한 부동산 PF의 매각이나 청산은 부동산 시장에 공급 확대효과를 불러 공급과잉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게 된다. 이는 고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물량 증가와 가격의 하락을 동시에 초래하고, 이는 부동산 업계 전체와 금융회사들, 이른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가격이 높을 때 내집을 마련한 서민들에게도 적지않은 재정적 부담을 안긴다. 세번째로 부동산PF 부실화는 경기 침체와 불황, 고용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부동산 부실로 인한 금융 시스템의 충격은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 둔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시장과 연계된 가계 자산의 불안정성으로 주머니가 얄팍해진 소비자들은 소비를 절제하게 되고, 가계의 소비활동이 줄어들면 불가피하게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기업들의 투자와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므로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의 고용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기업과 가계의 연체율을 볼 때 우리 경제에 빨간 신호는 켜졌다.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악순환 고리의 재앙이 닥칠 수 있다.더 나아가 금융기관 상호 간에 보유 자산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는 시점이 되면 필자가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정확한 상황 진단과 평가를 통해 기민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먼저 부동산 시장 충격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금융시장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제분야의 여러 이벤트, 외부 충격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위기 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각각의 경제 영향 시나리오를 활용해 그 여파가 어느 정도가 될지를 예측하고, 금융 위기 상황에서의 PF의 안전성을 평가, 상황에 맞는 조치를 해야 한다. 부동산 PF 부실의 충격에 금융기관들이 입을 수 있는 손실 또는 자금 과부족 등을 측정하고 자본확충계획과 같은 비상대책을 수립, 실행해야 하는 시점이다.사람의 몸에도 건강 이상 신호가 있을 때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수술이 필요하듯이 부동산 PF의 운영과 거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잠재적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박세원 S&P글로벌 상무/ 거시경제 및 국가리스크 한국총괄

[이슈&인사이트] 새해 외교안보 분야 화두와 과제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으면서 윤석열 정부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윤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확장억제에 관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도출하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하고,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면서 냉담을 넘어 거의 단절에 가깝게 악화된 채 방치된 상태의 한일관계를 회복시켰다. 그리고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국간 안보·경제를 망라한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NATO)정상회의 등 국제회의에 활발히 참석하며 다자외교의 외연을 확장했으며 자칭 ‘1호 영업사원’으로 공을 들인 세일즈외교 성과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1년여 동안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로 대표되는 중동 ‘빅 3’에서 거둔 체결한 계약 및 MOU 사업 성과가 792억달러(107조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새해에는 윤석열 정부가 직면할 도전과 리스크 또한 만만치 않다. 윤 정부는 올해 중점적으로 회자될 세 가지 화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선거 이슈이다. 올 한해 동안 미국, 영국, 인도 등 70여 국가에서 20억명이 참가하는 선거가 진행된다. 오는 13일 미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만 총통 선거를 필두로, 3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한 당사자인 러시아에서 대선이 치러지고, 6월엔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된다. 11월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경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동맹 경시 경향이 다시 표출돼,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와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은 크게 수정될 수 밖에 없고 한미일 협력 유인도 약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4월에 중요한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주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8일 김정은이 측근들에게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북한이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연초 군사·사이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물샐 틈 없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세계 공급망 문제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첨단 반도체, AI, 양자 등 하이테크 기술 분야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나서자 중국은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로 맞섰다. 미국은 화웨이가 시장에 5~7㎚(나노미터)급 프로세서를 내놓자 추가 반도체 제재에 착수해 주요산업분야의 ‘레거시 반도체’(legacy chips)로 불리는 범용 반도체 현황 조사에 나섰다. 이에 중국도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금지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80%에 육박한다. 경제와 안보가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상황에서 공급망 이슈는 기업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민관이 협력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세계 공급망 리스크를 다각적이고 선제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셋째는 지정학적 화두다. 2022년 2월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종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중 간 긴장과 갈등의 영향으로 대만해협 파고는 높아만 가고 있다. 아울러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북한 핵문제 해결은 요원해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성과가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빈손 회의’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중간 대립과 관계 악화에 기인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형성된 신 냉전구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은 이런 정세변화에 편승해 포탄을 제공하며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도모하고, 중국과의 연대에 주력하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기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진영 간 대결보다 미국 견제에 주력하는 중국은 러북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군사밀착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한국으로서는 한중관계 회복과 발전을 통해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마침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한미 동맹 못지않게 한중 관계도 중요한 관계라며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윤 정부가 한미·한일·한미일 관계 강화와 NATO 정상회의 참석 등을 통해 전통적 협력관계 복원과 강화, 외교 외연 확대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에는 안정적 관리에 외교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 주재 총영사

[이슈&인사이트] 새해 한국경제 화두와 과제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작년 경제성장률이 1%대의 저성장을 면치 못해 새해를 맞는 경제계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못하다. 당초 2.5%대를 예상했던 작년의 성장률이 1.4%까지 하락하게 된 것은 반도체와 중국에서의 수출 부진이 주된 원인이다. 이 두 문제는 상당 부분 미중 패권경쟁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산업의 구조와 시대변화의 방향이 상충하여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이다.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은 최근 5년간 기업주도의 자유무역 세계화 체제를 형해화하였다. 미국은 미중 패권경쟁 구도 하에 경제안보 개념을 도입하고 안보위협 국가에 반도체 등 첨단분야 거래를 제한하는 디리스킹(de-risking) 동맹 체제를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들도 경제안보의 명분으로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국가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는 국가수반을 선출하는 선거가 50건이 넘는 전례가 없는 해이다. 특히 미국, EU, 인도, 러시아, 대만 등 미중 패권경쟁에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들에서 선거가 이루어진다. 미국의 경우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선출되면 민주당에서 구축한 동맹체제를 해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미중 패권경쟁은 적어도 10여 년 이상 지속될 것이고 각국의 국가주의와 국가들간의 합종연횡은 더 심해질 것이다. 자유무역 세계화 체제에 최적화된 한국산업은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함에 따라 과도기적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출 감소와 저성장의 쇼크를 당하면서 현실의 변화를 절감한 정부와 산업계는 올해를 새로운 변화의 원년으로 공식화하고 최적의 변화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새해 한국경제의 화두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출주도 패러다임의 재편을 제안한다. 먼저 미중 패권경쟁과 국가주의 패러다임에 상응한 우리나라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과 과제는 무엇일까? 최우선적으로 미국의 대중 기술력 견제로 가능해진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 확대 기회를 절대로 무산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과 신산업의 육성에 한국경제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 현재 정부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이 과제는 70년대의 수출진흥과 80년대의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한 것과 같은 정도의 강력한 민관협력과 정책 추진력이 요구된다. 둘째, 벤처·중소·중견기업들의 역동성과 혁신역량을 대폭 제고하여 전문기업화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R&D 지원과 벤처캐피털의 활성화, 기업활력법에 따른 사업재편 촉진, 산업계의 도전문화 조성 등이 긴요하다. 끝으로 정부 R&D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현 정부에서 제안한 해외 첨단기술 기관과의 R&D 국제협력과 현재 일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경쟁형 R&D의 확대 및 성과도출, 빅데이터와 챗GPT의 R&D 사업과 관리에서의 활용방안 개발 등이 긴요하다. 세 과제를 포함하여 대중 기술력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기부-기재부 협력형으로 운영하는 R&D 예산시스템을 미국과 같이 대통령실로 이관하고 대통령 의제로 직접 관장하기를 건의한다. 보호주의 경향을 띠는 국가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행 수출주도 경제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첫째, 내수를 강화하여 수출과 내수의 병행 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전체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국내생산 증가율과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만으로 고성장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졌으므로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보장하는 내수기반 확충에 힘써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현재 소비확대에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다. 이와 함께 내수산업 확충의 핵심인 서비스산업 혁신에 돌파구를 제공하는 정책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규제를 혁파해야 하는데 그동안 제안되었던 네가티브 규제시스템의 도입이나 사후규제를 이번에는 관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동반성장이나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21세기형 기업문화의 조성과 촉진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수출방식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 국가주의가 득세하면 양자 관계에서 큰 폭의 흑자구조를 지속하기가 어렵고 소나기 수출도 제약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해외투자를 통한 현지생산과 중간재 수출을 연계하고 일부 역수입을 하는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물량 위주의 수출보다 차별화 제품 위주의 수출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수출대상국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 비용상승을 초래하므로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종합상사와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등 수출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의 외교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개도국에서는 정상외교의 영향력이 지대하므로 중소 수출기업들의 정상외교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제 수출은 정부와 기업, 공공지원기관의 합작품이 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중국의 도전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한국산업에 천재일우의 회생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산업의 변신을 성공시켜 올해가 한국경제가 선진국의 선두대열에 우뚝 서는 변화의 첫해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장윤종 KDI 초빙연구위원/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

[이슈&인사이트] 갑진년 새해의 정치 소망

갑진(甲辰)년 새해가 밝았다. 필자는 새해를 맞아 국내외 정치경제를 관통할 화두와 함께 상황을 진단하고 새해에 우리나라가 마주할 현안과 과제, 그리고 대응방안에 대해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국제정치적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비록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및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은 주요국의 한 축으로 부상한 우리에게 한미동맹에 따른 상당한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하마스-이스라엘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주춤하면서 전황이 장기화되면 지원 요구가 커지고 전후 복구도 그만큼 미뤄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반도체를 비롯한 경제적 이슈와 함께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높이고 있고, 북한의 핵 위협이 상존한 상황에서의 식량이나 경제문제의 악화는 외부적 도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안보적 상황은 세계 경제의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공급망 붕괴가 통상과 산업발전의 기회를 제한할 것이다.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어우러져 러시아와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기회가 제한되었고, 경제 악화로 세계 각국의 구매력마저 떨어지며 이래저래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는 치명적이다. 현대차가 장부가격 2873억원인 연산 20만대 규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단돈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이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국내 상황도 녹록치가 않다. 지난해 상반기 법인세 납부액을 보면, 글로벌 호황이었던 K-팝의 영향으로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등 콘텐츠 분야와 제조업 중에는 자동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IT분야의 불황으로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지난해 7000억원으로 2022년(7조3000억원)의 10분의 1토막으로 줄었다. 법인세 세수가 줄었다는 것은 기업의 수입이 줄었고 경기가 그만큼 나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물가상승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해 국민의 체감경기는 최악을 치닫고 있다. 특히 전세 사기로 청년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1월까지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전세 사기 피해 1만2433건 중 67%가 수도권에서 발생했고, 피해자 중 70%가 30대 이하 청년층에 집중됐다. 가계부채도 1876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가구당 약 1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따라 이자부담률도 역대급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초에 발표된 통계청의 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의 비소비지출(평균 1280만원) 중 이자비용이 247만원으로 전년대비 18.3% 증가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 이슈 중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합계출산율 0.73이 상징하는 저출산이다. 이는 세계 최저 수준임은 물론, 외신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중세 유럽의 흑사병보다 더 빠른 인구소멸을 의미한다. 이젠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새해는 저출산을 극복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는 결국 정치인데, 새해 대한민국 정치의 시계는 4월10일에 있을 제22대 총선에 맞춰져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를 구성해 떠난 민심 붙잡기에 나섰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분당의 위험 속에서 헤매고 있다. 두 정당 모두 서로의 약점에 기댄 반사이익을 기대할 뿐 아직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극복할 만한 뾰족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87년 체제 이후 철 지난 운동권의 이념에 파묻혀 정치권을 점령해 각종 특권과 이익을 누리며 국민 위에 군림해온 x86 세대의 퇴출이 가시화됐다는 점이다. 73년생 한동훈의 등장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 그와 띠동갑인 85년생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었을 때 시동 걸린 세대교체가 정치 자체의 개혁으로 바뀔 가능성이 보인다.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구태를 보여온 정치인을 모두 퇴출시키고 도덕성과 품격, 나라와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선도할 사람들로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구성된 제22대 국회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이나 출세, 당리당략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패거리 정치의 보스를 위해 희생하고 기여한 정도가 아니라 마을과 지역사회에서부터 국민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해 온 청년들이 정치를 통해 국가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4년의 정치에서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 큰 차를 타고 비서를 대동하면서 거들먹거리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중교통 타고 팔을 걷어붙이고 밤새워 토론하며 정책을 만들어 가는 실무형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22대 국회의 첫 회기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모두 없애는 법을 발의하고 제일 먼저 통과시키는 헌신적인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최근 인지능력이 제한적이고, 사회성이 발달하지 못해 학령기 학교 부적응으로 학교폭력과 따돌림 피해 본 사람들이 학령기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성인으로 살아가면서 일상 및 사회생활과 직업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 적절한 교육과 지원의 부재로 사회적 배제와 단절을 겪는 사람을 ‘경계선 지능인’이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대와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연루돼 사회의 주변인으로 맴돈다. 이들을 위한 뚜렷한 사회적 지원 정책이 부족한 주된 이유는 경계선 지능인을 독립된 정책대상자로 인정해야 할지, 발달장애의 범주에 포함시켜 유사 정책대상자로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12일에 사회보장위원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제3차 사회보장 기본계획’과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에 새롭게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대한 내용이 반영됐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경계성 지능인’ 용어에 대한 정의부터 정립해야 한다. 2008년부터 국가차원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되면서 학교 교육은 경쟁체제로 변화됐다. 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보충 지도의 대상이 돼 집중적인 학습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계속된 학습의 실패 경험들은 ‘학습된 무기력(Learned Hopelessness)’을 초래했고, 그 결과 학업의 포기 뿐 아니라 또래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학령기에 이런 경험을 한 아동들에게 ‘경계선급 정신지체’, ‘느린 학습자’, ‘애매한 아동’, ‘경계선급 지능 아동’ 또는 ‘경계선 지적 기능 아동’이라는 용어들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요구를 지닌 아동 혹은 다양한 학습자’라고 일컫는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 5’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으로 진단받기 위해서는 개념, 사회, 실행 영역에서 지적 기능의 제한성(IQ 70 이하)과 다양한 환경(가정, 학교, 일터, 공동체)에서 한 가지 이상의 일상생활(의사소통, 사회참여, 독립적 생활) 기능에 제한성이 발달기(18세 이전)에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 2020년 10월 제정된 서울시의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에서는 경계선 지능인을 ‘지적장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평균 지능에 도달하지 못한 인지능력(IQ 71∼84)으로 소속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의 부적응은 낮은 지능이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된 결과다.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직업생활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낮은 지능 때문일까? 지능은 경계선에 속하지만 적응 행동 기능에는 어려움이 없는 이들도 있다. ‘일상생활과 직업활동의 곤란함’이 지적 기능의 제한성 때문인지, 적응 행동 기능의 어려움 때문인지, 사회적 환경의 부재 때문인지를 면밀히 파악한 후 신중하게 용어를 선택해야 한다. 뚜렷한 원인 진단 없이는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없다. 둘째, 경계성 지능인에 대한 구체적인 특성과 지원요구를 파악해 그에 맞는 개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 현재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정책은 발달장애인과 매우 유사하다. 지능 제한성 유형(IQ 70∼84, 85∼99)과 적응행동 제한성의 유형(개념적·실제적·사회적 적응행동의 어려움)에 맞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경계성 지능인과 그 가족의 삶이 더욱 개선된다. 셋째, 무엇보다 경계성 지능아동에 대한 교육당국의 관심이 중요하다. 경계선지능을 가진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80만명으로 한 학급당 2∼3명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들은 특수교육서비스와 일반교육사이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학교에서 소외받는 경계성 지능아동 중 소수만이 지역사회의 종합사회복지관이나 장애인복지관에서 단기간 프로그램 참여하는 정도다. 특수교육 담당 부서나 학습부진 담당 부서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해 이들에 위한 교육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경계성 지능인은 학령기에 적절한 교육을 못받으면 ‘학습의 무기력’과 ‘낮은 자존감’ 그리고 ‘대인관계의 단절’이 성인이 돼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김경열 영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ChatGPT를 통해 본 새해 경제전망

"예측하건데, 2024년 새해는 AI(인공지능)가 만개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활짝 시대가 열린 것 처럼 말이다." 꼭 1년 전에 필자가 에너지경제신문에 기고한 ‘AI시대,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라는 제목의 글 일부 내용이다. 그리고 2023년은 어김없이 GenAI(생성 인공지능)가 부상했다. 필자의 전망이 맞았다라는 안도가 아니라 그만큼 GenAI가 갖는 잠재적 변화의 힘이 막강하고 분명했기 때문일 것이다.2023년이 몇일 남지 않은 현재, 거꾸로 ChatGPT에게 새해 경제전망을 물어봤다. ChatGPT는 "시의적절한 주제"라면서 주저 없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선 세계 경제의 역동적인 특성을 고려해 내년 경제에 영향을 주는 10가지 핵심 요인을 꼽았다. 글로벌 경제동향, AI와 같은 미래첨단 기술발전, 각국의 통화정책,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신흥시장 동향, 노동시장 역학 변화, 무역관계와 공급망, 소비자행동과 소매 트렌드, 부동산 및 주택시장 동향, 의료부문의 발전 등이다. ChatGPT는 이를 토대로 새해 전망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2024년 세계 경제는 도전과 기회로 가득한 복잡한 미로를 계속 헤쳐나갈 것으로 봤다. 기술 발전부터 지정학적 역학 관계의 변화까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며, 개인적·직업적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파악할 수 있는 4가지 주요 트렌드를 제시했다. 첫째, AI 혁명과 고용시장의 역학 관계다. 급성장하는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현상에 그치지 않고 AI가 다양한 산업분야에 통합됨에 따라 전 세계 고용 시장을 재편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AI가 업계에 가져올 변화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또는 AI가 주도하는 고용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기술을 향상시키거나 재교육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둘째는 기후 변화 이니셔티브 및 비즈니스 전략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친환경 경제에 적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는데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나아가 친환경 관행을 향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에서 어떤 기회가 발생하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세번째는 진화하는 이커머스의 세계와 소비자 습관이다. 소매업의 디지털 혁신은 소비자 행동을 계속 진화시키고 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쇼핑 습관은 어떻게 변화했으며, 이는 소비자 행동의 광범위한 트렌드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지, 그리고 비즈니스 소유자의 경우, 이렇게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도에 맞춰 전략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헬스케어의 미래다.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급속한 변화를 예상하면서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이 개인의 건강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헬스케어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채택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2024년을 ‘적응과 성장’의 한 해로 규정하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 모두가 이러한 도전을 어떻게 성장과 혁신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최신 정보를 파악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것으로 주문했다.‘ChatGPT가 본 새해 경제전망’은 인공지능이 갖는 잠재적 능력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매 번 물어 볼 때마다 말을 달리하는 GenAI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정하고 가이드 하는 일이 중요하다. 즉, GenAI가 경제전망이라는 나름의 전문분야를 답하지만 이런 답을 이끌어 내는 데는 질문의 주제를 기획하고 질문 내용을 정제하는, 다소 복잡한 프롬프트의 과정을 거친다. 2024년에는 우리가 GenAI와 더 가까이 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GenAI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가능하도록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GenAI가 생성하는 결과를 어디에 활용할 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아는 만큼 물어보고 GenAI는 물어본 만큼 대답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GenAI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김한성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고문

[이상호 칼럼] 드론 대량 운용으로 대북방어력 높여야

지금 세계는 화재가 발생한 화약고가 터지기 직전과 같은 상황이다. 이 화약고가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위기는 현재 세계 여러 곳에서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초래했고, 한반도의 위기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방은 사면초가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심리전, 국내에서 암약하는 친북세력의 전방위적인 국방 무력화 책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군의 전력과 준비 태세는 눈에 띄게 부실해졌다. 더군다나 갈 수록 심화되는 출산율 저하로 병력 확충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2036년 병력 자원은 18만 명으로 줄어 제대로 된 군 전력 유지가 어려워진다. 최근에는 징집 자원이 부족해 심지어 우울증 등 정신 질환자까지 ‘묻지마 징병’을 하는 실정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군은 현 상황 개선을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 병력 자원 부족에 시달리는 육군은 최근 ‘아미타이거(Army Tiger)’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 장비로 병력을 대신하면서 전투력을 유지 또는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계화 또는 차량화 장비 보급을 통해 기존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더 넓은 지역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 대신 장비’가 한국군의 전력 개선의 ‘키워드’다. 급변하는 국제 환경과 커지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의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북한의 장사정포와 핵, 미사일 등을 조기에 제거하는 한국형 ‘3축 체계’ 확충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전력 개선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북한의 위협을 신속하게 감지해 대응,보복하면 군과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조기에 응징할 수 있다. 최신 과학기술과 첨단 무기는 부족한 병력을 대신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고도의 방어체계 구축과 유지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하지만 정부가 북한 공격이 확실시되더라도 정치권의 갈등 등으로 북한을 선제타격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 있다. 선제타격을 못한다면 ‘3축 체계’는 ‘돈만 먹는 하마’가 된다. 따라서 군은 ‘3축 체계’ 같이 즉각 사용 여부가 불확실한 고가의 장비를 보완하기 위해 저렴하고 신속하게 개발·배치할 수 있고 위기 시 적은 인원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연구해야 한다. 정치 바람을 타지 않으면서 북한 공격을 조기에 저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 대표적인 대안이 드론과 무인 전투장비다. 드론이 전쟁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된 건 최근이다. 드론은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활약한 후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대규모로 활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한 달에 1만 대 정도의 드론을 소모할 정도로 크게 의존하고 있다. 드론 공격을 받은 병사나 장비는 즉시 무력화된다. 우크라이나에게 드론은 ‘가성비 전투’를 가능하게 하는 천사 같은 존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 드론의 공중 지배로 하마스 전력이 전방위로 타격당하자, 하마스는 휴전 협상 우선 조건으로 이스라엘 드론 사용 중지를 내세운 바 있다. 현대전에서 일선 병력에게 드론은 공포와 전율의 저승사자이다. 드론을 피해 숨을 곳도 없고, 드론 공격을 피할 방법도 없다. 우크라이나는 가격이 매우 저렴한 소형 상용 드론을 주로 사용한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오픈마켓에서는 카메라가 장착된 체공시간 15~20분, 비행 거리 20km 정도의 드론을 3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 미국의 대형 정찰 드론인 ‘글로벌호크’ 가격이 대당 8000억 원, 155㎜ 곡사포탄이 1발이 300만 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싸다. 곡사포탄 1발 값으로 소형 드론 100대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국산 드론은 중국제 싸구려 드론보다는 비싸겠지만 인공지능(AI)을 탑재해 활용한다면 드론 조종사 없이도 장사정포는 물론 전진 배치된 북한군과 공격 자산과 무기 등 군사시설을 광범위하게 타격할 수 있다. 군은 지난 6월 드론사령부를 창설했으며 최근 ‘10만 드론 비축론’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수도 서울이 휴전선 접경에 가까이 있는 만큼 군은 유사시 방어 개념을 개전 초기 민간인과 군인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이것이 군 전력 개선의 핵심이 돼야 한다. 개전 시 즉시 사용이 어려울 수 있는 ‘3축 체계’ 등 전략 자산을 보완하기 위해 드론 10만대가 아니라 100만 대를 비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슈&인사이트]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과제

필자는 지난달 ‘정치권의 신데렐라, 한동훈 활용법’이란 제목으로 에너지경제신문에 칼럼을 썼다. 한 장관의 정계 진출 시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직접 맞붙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와는 달리 국민의힘은 논의 끝에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이로써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으로 정계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여당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분분할 만큼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는 위험과 기대가 교차한다. 한 장관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가 걸어온 특수부 검사의 길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정치인 한동훈’의 비대위원장직 수행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자리를 맡은 이상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동훈이 당면한 과제와 그 해결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먼저 당정의 수직관계와 대통령과의 친분이 오히려 한동훈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거기엔 ‘김건희 특검’을 포함한 대통령 일가의 문제도 포함된다. 속이야 어찌됐든 야당이 ‘한나땡’(한동훈이 나오면 땡큐!)이라고 생각하는 근본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 6개월 동안 법무부 장관으로서 한동훈의 행태를 봐온 사람들에게 이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수 많은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과 비난에 원칙과 상식에 입각해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보편적 원칙과 상식에 따라 대통령과의 관계나 당정관계를 관리하면 거리낄 것이 없다. ‘누구도 특권을 가질 수 없고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한 야당의 비판이나 비난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외부의 비판이나 야당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적은 내부에 있다. 당 내부의 질시와 견제, 그리고 예상되는 공천잡음은 근본적으로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염두에 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부의 적은 외부보다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같은 편의 비판은 사실관계를 떠나 야당이나 외부의 적이 문제 삼기 딱 좋은 소재가 된다. 특히 SNS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순식간에 가짜뉴스로 확대 재생산돼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만일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이를 법적 잣대로 따지려 든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뻘밭에 빠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한동훈을 정치 초년생이라고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동훈이 할 일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원칙과 상식에 따라 도덕성과 품격을 갖춘 후보를 공천할 공천위원장을 찾아 공천을 맡기고 그 결과에 따르는 것이다. 총선을 앞둔 한동훈 비대위원장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중도확장이다. 연령대로는 2040의 지지를 확보하고, 성별로는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넓혀야 한다. 1973년생인 한동훈은 우리나라 제2베이비붐의 중심세대다.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이들은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앞으로 막대한 복지부담을 짊어져야 하지만 저출산 심화로 자신들이 받을 혜택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은 86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에 눌려 그동안 정치·경제·사회적 성공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한동훈은 그들에게 한국 사회의 주도세력 교체의 희망이 될 수 있다. 마침 21대 국회에서 2/3에 달하는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반민주적 국회 운영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의 구속 등과 입만 열면 민주화를 부르짖는 민주당과 개딸들의 부도덕함과 천박함에 진저리를 치는 국민이 많다. 이는 한동훈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썩어빠진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과 이를 수행할 정치세력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정치인 한동훈의 정치 인생은 그에 대한 ‘반신반의’로 시작될 것이다. 많은 국민은 여야 모두에게서 실망을 넘어 좌절을 경험했고,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주장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1년 6개월이 그다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때에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불리던 한동훈 전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치를 시작한다는 것에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거나 비상식적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인 한동훈은 내로남불이 아니라 스스로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정치 인생을 시작해야 한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저성장-과잉부채 악순환에 빠진 한국경제

최근 들어 가계, 중소기업, 자영업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경제 전 부문에 걸쳐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의 장기화와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에 시중에 풀린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자금이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이들 자산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금리로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부실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하지만 지금 관찰되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시중의 과잉 유동성과 금리인상에 따른 결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부채의 ‘부실가능성’이다. 부채는 돈을 빌린 사람이 갚을 여력만 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보유한 부채가 왜 커졌고, 부채상환 능력이 부족해진 이유가 뭘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2.7%)의 절반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도 최근 3년 연속 평균치를 밑돌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10년 이후엔 연 평균 3%대 초반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졌다. 동시에 경제의 두 축인 기업과 가계의 부채비율은 가파르게 뛰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해도 GDP의 75%에 불과했던 기업부채는 올해 6월 기준 124% 로 높아졌고, 가계부채도 같은 기간 50%에서 102% 수준으로 2배 늘어나며 각각 세계 주요 국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현상을 유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먼저 경제 성장의 둔화는 표면적으로 반도체 등 주력 산업 부문의 경쟁력 약화와 높은 수출의존도로 인한 글로벌경기와의 강한 동조 영향이 크다. 더 근본적 이유는 과도한 법인세와 상속세, 각종 부담금, 예측불가능한 규제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 등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국내 산업의 여건이다. 이런 불확실성에 갇혀 혁신역량을 가진 기업들은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혁신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고, 국내 산업의 구조는 전통적 주력업종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 대기업과 그에 종속돼 있는 다수 중소기업 간 수직적 분업구조의 근본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이러한 구조적 특수성이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맞물리면서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되고, 그로 인해 불황의 그늘도 깊어지고 있다. 기업부채의 급격한 증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생계형 자영업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이는 일차적으로 부족한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 때문이지만, 아이디어와 기술을 토대로 한 기회형 창업과 혁신에 기반한 성장을 기대하기 곤란한 정체된 산업여건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부문에 막대한 정책자금 대출과 대출을 촉진하기 위한 보증의 형태로 정책을 펴왔다. 이로 인해 많은 한계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해 생존을 이어가고 있고, 한계기업의 증가는 역설적이게도 정부 지원 확대를 다시 뒷받침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기업의 투자 감소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그런데 일자리 부족으로 늘어난 한계계층에 대한 정부 지원이 주로 저리 대출 형태로 이뤄짐으로써 시중 유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와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수도권에서 기업 투자가 상대적으로 활발히 이뤄지면서 일자리가 제한적으로나마 창출되고 있지만, 이는 지역소멸과 저출산, 수도권 부동산가격 상승이라는 총체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문제를 직간접적인 재정과 금융지원으로 해결하려 하면서 오히려 가계부채와 정부 부채를 키우는 모양새다. 부채 확대를 통해 기업과 가계가 생존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궁극적인 부채상환의 부담을 정부가 책임짐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가계-정부 모두의 부실위험을 초래하고 있다.현재의 위기는 모든 경제주체의 부실가능성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고 복잡해진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 구조로 인해 전개 양상도 예측하기 어렵다. 당국은 지금의 위기가 경제시스템에 누적된 문제에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 경제주체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 방향성은 경제시스템에 고착화돼 있는 저성장과 과잉부채 사이에 존재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과감히 끊어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어려운 시기에서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명확히 하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끈기와 지혜가 필요한 때다.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슈&인사이트]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로 본 한중 외교 시사점

중국이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출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제2의 요소수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3개월분의 요소 비축분을 가지고 있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주유소의 요소수마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요소에 물을 첨가하여 요소수로 만든 후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트럭 운행에 필수적인 소재다. 그러면 중국은 왜 한국에 요소 수출을 통제하는가. 단지 경제적 요인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어서 일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요소 수급을 맞추기 위해서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을 통제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세관에서 통관을 마친 요소까지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수출 통제는 상당히 이례적이며, 통관을 마친 요소 수출마저 통제해야 할 정도로 중국 내 요소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고 볼 만한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중국측에 요소 통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문의했지만 오랫동안 그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면 오랜 기간 답변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경제적 요인이 아닌 다른 요인 때문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한국이 과연 미국처럼 중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제품이라면 반도체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중국에 대한 타격을 입히는 정도보다 스스로 자해하는 격이 될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홍콩 우회 수출 포함) 반도체 수출 비중은 무려 55%에 이른다. 중국이 한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한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은 수백 가지가 넘는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급망기본법’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품목에 대해 중국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수입처를 찾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뿐 더러 설령 찾는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크게 상승하며, 그 품목을 활용한 완제품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한국은 반도체 및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중국의존도가 80%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구상 흑연 등 소재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고 있지만 향후 통제 품목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중국이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을 때 일본이 중국에 강경대응을 했던 것처럼 한국도 강경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최근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은 크게 강화하였으며, 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통제에 상당 부분 협력하는 것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강경하게 하는 발언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자극해도 중국의 반발에 대응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국내문제라고 하며 매우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미일 협력이 한중관계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할 때이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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