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6위 건설사인 태영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새해 벽두 금융시장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까지 부동산 가격이 하늘 모르게 치솟자 ‘부동산 불패론’에 편승해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수익을 담보로 무분별하게 건설사업에 공사비를 대 준 것이,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시장금리 상승, 공사비용 증가로 부동산 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부동산 PF 연체율이 급증하고 이로 인한 도미노 충격이 빚어지면서다. 자칫하면 금융기관은 빌려준 돈을 떼이고,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진 여러 건설회사들은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금융기관들과 건설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과 경제 전반에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부동산 PF 부실화는 먼저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헤칠 수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 등에서 돈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돈의 흐름이 막히는 것이 신용경색이다. 금융시장에 공급되는 자금의 절대량이 줄어들거나 자금의 통로가 막히면 금융 기관들은 자산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금 회수에 나서게 되고,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기업활동이 위축돼 자금 부족으로 파산하는 기업이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은 다시 부실채권에 대한 손실을 감당하느라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두번째는 부실한 부동산 PF의 매각이나 청산은 부동산 시장에 공급 확대효과를 불러 공급과잉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게 된다. 이는 고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물량 증가와 가격의 하락을 동시에 초래하고, 이는 부동산 업계 전체와 금융회사들, 이른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가격이 높을 때 내집을 마련한 서민들에게도 적지않은 재정적 부담을 안긴다. 세번째로 부동산PF 부실화는 경기 침체와 불황, 고용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부동산 부실로 인한 금융 시스템의 충격은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 둔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시장과 연계된 가계 자산의 불안정성으로 주머니가 얄팍해진 소비자들은 소비를 절제하게 되고, 가계의 소비활동이 줄어들면 불가피하게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기업들의 투자와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므로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의 고용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기업과 가계의 연체율을 볼 때 우리 경제에 빨간 신호는 켜졌다.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악순환 고리의 재앙이 닥칠 수 있다.더 나아가 금융기관 상호 간에 보유 자산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는 시점이 되면 필자가 우려하는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정확한 상황 진단과 평가를 통해 기민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먼저 부동산 시장 충격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금융시장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제분야의 여러 이벤트, 외부 충격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위기 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각각의 경제 영향 시나리오를 활용해 그 여파가 어느 정도가 될지를 예측하고, 금융 위기 상황에서의 PF의 안전성을 평가, 상황에 맞는 조치를 해야 한다. 부동산 PF 부실의 충격에 금융기관들이 입을 수 있는 손실 또는 자금 과부족 등을 측정하고 자본확충계획과 같은 비상대책을 수립, 실행해야 하는 시점이다.사람의 몸에도 건강 이상 신호가 있을 때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수술이 필요하듯이 부동산 PF의 운영과 거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잠재적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박세원 S&P글로벌 상무/ 거시경제 및 국가리스크 한국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