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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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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③ 한전이 그리는 스마트그리드 세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0.09.29 14:25

스마트그리드로 생활을 바꾸다

 
통신·가전·자동차 소비 패턴 변화
74조원의 스마트그리드 시장 형성

스마트그리드는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기술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를 창출 할 수 있는 신사업의 기회로 활용가능하다. 스마트그리드가 보편화되면 소비자가 오히려 전기를 되팔며 스마트미터, 전력저장장치, 스마트가전 등 다양한 기기들의 기술개발에 따른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2030년7월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김씨는 아침에 일어나 한전의 에너지 포털사이트를 통해 어제 하루 전력소비를 체크한다. 김씨는 집 현관에 자동으로 뜨는 모니터 확인을 통해서 하루를 시작한다. 에너지 포털사이트는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고 사용분석과 컨설팅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시스템이다. 에너지 포털사이트에서는 어젯밤 태풍으로 전국에서 일시정전이 발생해 많은 가정들이 불편함을 겪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나 성북구 일대에서는 스마트 파워그리드의 자기치유기능(Self-Healing)이 활동되어 사고구간을 최소화해 신속히 복구됐다. 각 가정이나 건물에 설치된 저소음 풍력발전기와 태양전지에서 생산된 전력은 전력저장장치에 저장, 자동으로 가정에서 보급되어 별 문제를 겪지 않았다.

성북구는 지난 2025년 스마트그리드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같은 지역에서 중소 전자기기 생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2009년 한전에서 도입한 PCCS(에너지포털)를 통해 직접 수요를 조절해 전기요금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후 매일 아침마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였다. 에너지포털에는 실시간 전기요금(RTP)을 비롯해 매일의 전기사용량, 예상 청구금액 등은 물론이고 부하이동시 요금절감액과 원가정보, 탄소배출량이 고스란히 표시되어 있다. 2009년 PCCS 시절과 달라진 것은 이러한 정보가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스마트 가전과 연결되어 가전기기들이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전기 사용 패턴을 구축하게 됐다는 점이다. 에너지 포털을 확인하니 지난 새벽 2시에 세탁기가 스스로 작동해 탈수까지 마친 것으로 되어 있다. 전동칫솔, 전기면도기, 식기건조기의 충전도 주로 새벽시간에 스스로 이뤄진다.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선 김씨는 집 앞에 주차된 전기자동차의 플러그를 뽑는다. 아직 충전기술이 완벽하지 않아 충전에 6~8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전기요금이 싼 새벽에 주로 충전을 시키기 때문에 요금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정에서 충전을 하지 못했을 경우 회사에 설치된 충전시설을 이용하거나 한전의 전기 충전소에서 이미 충전된 스마트 배터리로 교환한다. 더욱이 한번 충전을 하면 160~180km가량을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 저감으로 정부로부터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김씨는 스마트그리드로 효율은 높고 경제적 부담은 줄어 경제생활이 윤택해졌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도시로 거듭 발전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모든 것이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가능해졌다. 그야말로 스마트그리드가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한전이 그리는 스마트그리드 세상이다.

●통신·자동차·가전 소비 패턴이 바뀐다

이처럼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되면 개인의 삶뿐 아니라 우리 산업계의 모습도 확 바꿔놓을 전망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소위 ‘똑똑한 전력망’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기존 전력망에 IT(정보기술)를 접목시킨 기술이다. 예를들어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TV, 냉장고와 같은 전자제품부터 공장에서 돌아가는 산업용 장비들까지 ‘전기가 흐르는 곳’을 묶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먼저 가정과 업무공간에서는 스마트 계량기 사용이 일상화되어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의 전력사용을 저렴한 시간대로 자동 유도하고 소비자의 불편이 없으면서도 전기요금을 최소화한다. 스마트 계량기는 전기요금 정보를 가전제품에 제공하고 가전제품은 전기요금 정보에 기반해 전력사용을 자동 조절한다. 또 일반 가정에서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기 등으로 만든 신·재생 에너지를 저장해뒀다가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직접 한전 등에 전기를 되팔 수도 있다.

거리에서는 전기자동차가 운행될 수 있도록 전기충전소·배터리 교환소 등이 설치된다. 가정에서도 충전할 수 있는 설비가 구축된다. 이는 한전이 현재 제주시 구좌읍에 설치하는 스마트그리드 제주실증단지에서 구현하고 있는 모델들이다. 이처럼 스마트그리드는 에너지 건설 자동차 가전 통신 등 무관한 산업이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또 노후 전력망 교체에 따른 사업과 관련 설비 시장, 파생시장(자동차 인프라 시설,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등)을 포함해 새 시장이 탄생할 전망이다.

스마트그리드는 각 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바꿔 놓을 전망이다. 스마트그리드 세상이 보편화 된다면 전기절약 컨설팅 사업이 일반화 될 수 있다. 통신업계는 핸드폰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전력대에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 시스템 개발에 주력한다. 가전업체는 스마트가전 제품을 즉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세탁기 등 실시간 전기요금 정보교환이 가능한 제품들을 쏟아낸다. 또 전기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유소는 전기충전소로 변모 할 것이다. 건설업도 변신한다. 일반 주택을 짓기보다는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스마트 홈(Smart Home), 스마트 빌딩, 스마트 공장 등으로 시장이 형성된다. 여기에 맞춰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한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에는 2030년 스마트그리드가 국가단위로 구축되면 74조원의 내수시장 창출과 더불어 47조원의 에너지수입비용, 3조원 가량의 발전소 투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평균 5만개의 일자리뿐 아니라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수출 선점해 수출효과도 매우 크다”며 “스마트그리드는 상당한 부가가치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해외 스마트그리드 시장은…

최근 세계 주요국은 기존 전력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으로 스마트그리드 도입을 위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미국과 EU는 노후된 전력망을 개선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기후변화협약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스마트그리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07년 에너지독립안보법(EISA)을 제정하고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스마트그리드에 34억달러 지원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도 신재생 에너지 및 스마트그리드의 연구·기술 상용화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 정책 운영을 담당하는 캘리포니아 에너지국은 공공이익을 위한 에너지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기와 천연가스 운송 등에 연간 8000만달러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그리드 연구는 에너지시스템 통합, 신재생에너지 사용, 저탄소배출건물, 환경보존, 차량 등 전 분야에 걸친 통합연구를 통해 스마트그리드를 이용한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 강화와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

EU는 기후 및 에너지 패키지 20-20-20 정책에서 온실가스 저감,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 달성을 목표로 스마트그리드를 추진하고 있다. 20-20-20 정책은 2020년까지 1990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20%감소 에너지효율 20% 향상 신재생에너지 20% 증가를 말한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은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전력망과 연계한 종합적이고 효율화된 신규 전력망 구축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2020년까지 4조위안을 투자하는 스마트그리드종합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전국의 전력망을 스마트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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