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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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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망 태부족에 해상풍력 사업 줄줄이 ‘불허’ 대규모 실업우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06 07:52

최근 전기위원회에서 심의했으나 ‘한전의 계통접속 불가’ 사유로 대부분 불허

풍력업계 “국내 에너지공기업에서 해외풍력발전 업체로 이직한 인력 대부분 실업 위기"

"지금 상황 이어지면 올해말 내년초가 한계...글로벌 풍력기업 입장에선 한국 사업 철수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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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망 부족으로 국내 신규 해상풍력발전사업 인허가가 줄줄이 불발되면서 업계에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전력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전기위원회에서 신규 해상풍력발전사업 인허가가 대부분 '불허'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은 처음 사업을 추진할 당시에는 계통접속이 가능했지만 송전망 부족이 심해지면서 정작 발전사업인허가를 신청하는 시점에 '계통접속 불가'를 이유로 불허 판정이 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계통 접속 가능 여부를 판단받으려면 일단 주민동의나 풍황계측 등 사업 준비를 완료한 다음 전기위원회에 인허가 신청을 해야한다. 그런데 불허 판정이 나면 그동안 사용한 시간과 돈은 그대로 날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송전망 부족 문제는 신규 해상풍력사업 뿐만 아니라 기존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 태양광발전설비 들의 출력제어까지 발생시키고 있어 단기간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말이나 내년초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대회협력실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미 해외풍력발전 기업들에게 한국 시장의 매력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사업 진행이 계속 불발될 경우 관련 인력들이 자리를 더 이상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목젖까지 차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임에도 해상풍력특별법도 계속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예비지구선택, 가산점 등 정말 사업자들을 도울 수 있는 법안으로 22대에라도 다시 논의됐으면 좋겠다"며 “시대에 따라서 필요한 에너지가 바뀌어 왔다. 어떤 나라가 모두가 사용하기 위한 전기를 만들려는 사업자들을 힘들게 대하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3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고를 통해 정부의 풍력설비 보급 목표를 2030년까지 19.3기가와트(GW), 2036년까지 34.1GW 규모로 제시하며, 풍력발전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다만 국내 풍력발전의 설비용량은 작년 연말 기준 1970.365MW로 전체 발전시설 설비용량(약 13만 7300MW) 중 약 1.4%,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약 1만 5796MW) 중 약 11.5%에 불과하다. 2023년 한 해 동안 신규 설치 용량은 169.3MW(육·해상 합계)로, 전년 신규 설비용량(94.8MW)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전체적으로 아직은 초기 시장에 머물러 있다. 해상풍력 발전시설은 11개소, 53기(150.5MW)가 각각 설치돼 있다.


해상풍력은 사업 초기 상당히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20년 이상 장기간 회수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금융과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고도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이에 해외 대형 풍력발전 기업들은 국내 에너지관련 기업 현직자들에게 막대한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웃해 사업개발을 추진해왔다. 다만 예상치 못한 계통부족 문제로 사업 허가 자체가 불발될 위기에 처하면서 이들도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전기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정부의 탄소중립 방침을 보고 열심히 했을 뿐인데 정작 정부가 송전망 확충을 외면해 좌초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정부 차원에서 송전망확충특별법이라도 제정해야 하는데 전혀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전이 노력해서 특별법을 발의 됐지만 정작 산업부는 재정 투입을 위한 기재부나 국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여당조차 한전의 자구안에 송전망 투자를 줄이겠다는 내용을 억지로 집어 넣었다"며 “국가 정책에 따라 뛰어든 사업자들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이 맞는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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