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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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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A2, 英 자주포 교체 사업서 배제…獨 RCH 155에 밀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6 10:59

유럽 내 인접·NATO 회원국 여부·가성비 측면서 열위

K-9A1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A1 자주곡사포·K-10 탄약 운반 차량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

영국 국방부가 자국 자주포 교체 사업에서 독일산 원격 조종 곡사포 155mm 차륜 포병 시스템(RCH 155)을 선정함에 따라 경쟁 상대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A2가 배제됐다. 그 배경으로는 영국과 독일 간 다방면에서의 협력과 생산 지역이라는 태생적 한계,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 등이 꼽힌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주곡사포 K-9A2는 최근 영국 국방부의 신형 '기동 화력 플랫폼(MFP) 사업' 입찰에서 사실상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력 경쟁 상대였던 크라우스 마파이 베그만의 RCH 155이 영국-독일 정부 간 협력 강화에 따라 일종의 수의 계약 형식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동 능력과 관련, 영국 국방부는 차륜형 자주포인 RCH 155가 별도의 정비를 요하지 않고 2000km 이상의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K-9A2가 채택한 궤도 구동 방식은 정비 소요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차륜형 자주포 제품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답했다.




지난 23일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동해 국방·안보 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양국은 복서 차량에 장착될 RCH 155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그린 수소 수출 등 재생 에너지·생명 과학·부동산 자본·공간 투자 등 독일 기업이 영국에 80억파운드(한화 약 13조7678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고, 불법 이민 조직 범죄 소탕에도 공조하기로 하는 등 양국은 밀월 관계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양국 간 합작 프로그램은 각국에 수백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우리 군대가 미래 지상전을 위한 전투 승리 능력을 갖추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는 탈퇴했지만 인접국에서 생산한 무기 도입 의지가 강하고, 독일이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K-9A2가 MFP 사업에서 밀려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RCH 155

▲독일 크라우스 마파이 베그만이 제작한 차륜형 자주포 RCH 155. 사진=KNDS 제공

RCH 155는 분당 최대 9발을 발사할 수 있고, 세계 최초로 주행 중 사격도 가능한 곡사포여서 회피 기동 능력도 우수한 무기 체계로 정평이 나있다. 또한 헌터 킬러 사격 능력도 갖췄다. 사거리는 베이스 블리드(BB)탄은 최대 40km, V-LAP탄은 최대 54km이다.


K-9A1에 기반한 K-9A2는 △포탑 전기 구동 △원격 무장 △탄약 장전 완전 자동화 △냉방 장치 등을 탑재할 예정이나 아직 시험 단계에 있어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주행 중 사격이 가능하도록 개발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 진행 중인 만큼 당사는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는 사격 후 신속 기동이 가능하다는 점 등 생존성 확보 차원에서 차륜형 자주포의 장점이 돋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낮은 생산 단가·운용비·수리비와 저소음도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K-9 자주포 시리즈의 가성비가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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