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9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김기령

giryeong@ekn.kr

김기령기자 기사모음




[에너지X액트]‘완전자본잠식’ 셀리버리, 상폐 위기에도 묵묵부답…주총 아수라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1 08:00

주총 2일 전 장소 변경 공시…주주들 ‘혼란’
주총 15분 만에 종료…주주 질의 안 받아
주주들, 조대웅 대표·경호업체와 몸싸움
‘자본잠식률 242%’ 감사의견 거절 받아

셀리버리 주총

▲지난 3월29일 경기 김포 효원연수문화센터에서 열린 셀리버리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이의 있습니다. 이의 있다고요. 이렇게 주주들의 질의를 다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3월29일 경기 김포 효원연수문화센터에서 열린 셀리버리 정기 주주총회는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소액주주들이 안건 표결에 앞서 수차례 이의제기를 했으나 이사회 의장인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는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채 표결을 강행했다. 질의가 모두 묵살되자 소액주주들의 분노는 커졌고 주주들과 회사 측의 갈등은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9시간을 기다렸는데"…허탈해 한 주주들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주총은 약 9시간이 지난 오후 5시59분이 돼서야 개최됐다. 약 2600장이 넘는 소액주주연대 위임장을 검사인 한 명이 검수하면서 위임장 확인 작업에 시간이 지체됐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었다. 앞서 지난 13일에 열린 임시 주총도 위임장 확인 작업을 이유로 5시간 동안 지연된 바 있어 소액주주들은 “또 시간 끌기 작전을 쓰고 있다"며 분노했다.


앞서 서울 영등포구 와이피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주총은 개최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경기 김포로 장소가 변경됐다. 갑작스럽게 장소가 변경되면서 참석하지 못한 주주들도 있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주주들은 소액주주연대에서 모금을 통해 직접 마련한 생수와 간식을 먹으면서 장장 9시간을 대기했다. 주총장 내부에는 주총을 알리는 현수막이나 안건 관련 책자조차 준비돼 있지 않았다. 사측은 주총 시작 전 외부를 오갈 때 사용하는 출입증도 따로 마련하지 않아 참석한 주주들은 투표용지를 임시 출입증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셀리버리 주주총회

▲3월29일 경기 김포에서 열린 셀리버리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가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셀리버리 소액주주연대

오후 5시59분, 조 대표가 경호업체 직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대표가 개회 선언을 시작하자마자 주주들은 조 대표를 향해 “회사를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고 온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소리쳤다.


주주들의 고성에도 안건 심의와 표결이 이어졌다. 투표함도 없이 사측이 일일이 투표 용지를 거둬가거나 거수하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표결 과정에서 주주들이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으나 조 대표와 사측 관계자들은 이를 묵살한 채 투표를 이어나갔다.


주총은 주주들의 질의 시간도 없이 서둘러 진행되면서 제1~5호 안건에 대한 표결이 15분 만에 종료됐다. 투표 결과 △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 △2-1호 의안인 사내이사 김형 선임의 건 △4호 의안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3개 안건이 가결됐다. △2-2호 의안인 심동식 사내이사 선임 안건 △이정현·최용석 사외이사 선임 안건 △3호 의안인 감사 오재현 선임의 건 △5호 의안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은 부결됐다.


투표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사측과 조 대표의 일방적인 진행에 항의했다. 특히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확보한 25.61%의 지분이 의결권으로 인정받지 못한 점에 분개했다. 회사 측은 주총 시작 전 위임장 확인 작업 과정에서 “사설업체인 액트를 통해 모은 전자위임은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탈(VC)사인 CKD창업투자가 소액주주 측에 위임한 17만주도 인감 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의결권에서 제외했다.


소액주주·사측 또 대립 격화…몸싸움까지

조 대표가 주총을 종료하고 황급히 주총장을 빠져 나가려고 하자 소액주주들은 조 대표에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경호원들과 주주들이 대립하면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호원들이 주주들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소지품이 바닥에 나뒹굴고 주주들이 준비한 피켓이 찢어졌다.


셀리버리 주주총회

▲셀리버리 소액주주들이 조대웅 대표이사가 탄 차량을 막고 있고 경호원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5분여간 이어진 몸싸움 끝에 조 대표는 건물에 미리 준비된 차량에 탑승하는 데 성공했으나 주주들이 차량을 막아서면서 야외에서도 한 차례 몸싸움이 벌어졌다. 차량 안에서 경적을 계속 울리고 경호원들이 주주들을 제지하면서 10분 넘게 지난 후 조 대표가 탄 차량이 주총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왔다는 주주 김 모씨는 “투자 유치 받겠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는데 결국은 상장폐지 위기까지 맞았다"며 “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구체적인 계획 없이 자금 상황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뻔한 말만 되풀이하고 저렇게 도망가는 걸 보면 너무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자회사에 무리한 투자…완전자본잠식에 상폐 위기

셀리버리는 국내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지난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이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추진 소식에 주가는 지난 2021년 1월 10만원선에 거래되면서 시가총액이 3조원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가 3월2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회사는 성장세에 힘입어 물티슈 제조업체인 리빙앤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전환사채 등으로 유치한 자금을 리빙앤헬스의 화장품 사업에 무리하게 투입하면서 회사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3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감사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지난해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 21일 제출된 감사보고서에서도 삼덕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삼덕회계법인은 “셀리버리는 당기와 전기에 영업손실이 각각 195억6800만원, 668억9200만원이 발생했고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467억7800만원이 더 많다"며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셀리버리의 지난해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261억원, 자본금은 183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242.6%에 달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