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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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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X액트][주총 리뷰]①‘주총 런’부터 ‘최대주주 환영 플래카드’까지… 기업 주총 ‘천태만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1 16:01

-‘축제’였던 주총 Vs ‘전쟁터’였던 주총

-최대주주가 도망간 주총 Vs 주주연대 대표가 불참한 주총

[편집자주] 소액주주 운동과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거세지며 올해 주주총회는 큰 주목을 받았다. 일부 종목은 주주연대의 지분율이 최대주주를 웃돌기도 했다. 상황을 대처하는 태도는 종목마다 온도차가 컸다. 소액주주플랫폼 '액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지난달 주주총회를 집중 취재한 에너지경제 자본시장부는 주총의 △양태 △성과 △결과 등을 중심으로 주주총회를 되짚어보고, 커지는 주주연대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에 대해 의미를 찾고자 한다.


지난달 29일부로 정기주총기간이 끝났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주주연대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주주총회는 더 이상 최대주주와 '주총꾼'들의 놀이터가 아니게 됐다. 대부분 종목들은 소액주주들이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주주연대를 맺어 주총 장에서 한 축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보니 주총은 주주연대의 성격과 이를 대하는 최대주주의 태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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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HLB 주주총회에서 주주연대는 플래카드를 통해 진양곤 HLB 회장을 응원했다. 사진/HLB 주주연대 제공


올해 긍정적인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은 종목은 HLB그룹이다. HLB그룹은 진양곤 회장을 필두로 소액주주와 소통을 활발하게 한다고 정평이 났다. 지난 달 한 증권사 창구로 들어온 '유사 공매도'의 공격도 연대와 사측이 합심해 거뜬하게 방어하기도 한 것도 한 사례다.


HLB 주주연대는 주총장에 '경축, FDA 신약허가 임박', '고니(진양곤 회장의 애칭)하고 싶은거 다해~'란 플래카드를 들고 열렬히 환호했다. 진양곤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주주들의 환호성에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며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HLB의 주가 역시 환호성을 받을만했다. 지난해 12월 3만175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던 HLB의 주가는 지난달 26일 12만9000원까지 올랐다. 고가 기준 4배, 기말 종가 기준 3배 이상 주가를 끌어올렸다.




◇아미코젠, 주주연대 대표 퇴장시키기도


HLB같은 좋은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사측과 주주연대가 싸운 종목이 더 많다. 특히 아미코젠이 주목받는다. 바이오 의약 및 헬스케어 소재 전문 기업인 아미코젠은 주총 장에서는 고성과 몸싸움까지 있었다.


주주 대표는 신 회장의 선임과 관련해 금곡PF에 관해 질의하려 했으나 의장은 발언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활용해 주주 대표를 강제 퇴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주주연대 관계자의 출입 역시 시간을 넘었다는 이유로 진입시키지 않았다.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양 측의 갈등을 상당한 상태였다. 아미코젠은 주주연대의 주주제안을 상정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시간 차를 이용해 주주연대의 기회를 박탈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주총에서는 신용철 회장의 이사 재선임 건도 있었다. △비피도 투자 △전환사채(CB) 상환용 유상증자 △금곡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그에게는 '오너리스크'란 꼬리표가 달려있다. 지난달 27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기준 주주연대의 지분율은 16.57%로 신용철 아미코젠 의장과 그의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13.12%보다 3% p 이상 웃돌아 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농후했다.


현 경영진를 장악 중인 신 회장의 지분이 부족한 탓에 갈등의 소지는 내재된 상태였다. 게다가 신 회장의 소통 방식은 갈등의 골을 심화시켰다. 그간 신 회장은 1대 주주인 주주 연대와의 소통을 거부했다. 또 주총 전일 아미코젠의 한 개인 대주주와 약속이 있었으나,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신 회장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했다고도 전해진다.


◇'주총 런' 최대주주 혹은 주주대표

셀리버리는 아미코젠보다 더 심각했다. 고성과 몸싸움은 기본이었고,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주총장을 도망치듯 급하게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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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셀리버리 주주총회에서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와 주주연대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그는 지난해 주총 때 단상에서 주주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당시 셀리버리가 감사의견으로 의결거절이 나오자 “감사의견이 거절될지 몰랐다. 저도 피해자"면서 “회사 정상화에 목숨을 걸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정상화되지 않았고, 주주들은 그를 올해 임시 주총 때 해임코자 했다. 주주연대 지분율은 26.37%(지난달 27일 기준)에 달해 13.88%에 불과한 사측과 비교할 때 양 측의 지분율은 2배 이상 차이가 나 해임안도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집계 등을 이유로 그를 해임하는 안건을 포함한 임시주총의 안건은 모두 부결됐고, 그는 장내에 불이 꺼진 틈을 타서 도망치듯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29일 있었던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유사했다. 조 대표는 위임장의 적법성, 위임 절차 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액트'를 통해 집계한 주식을 인정하지 않고 주주총회를 마쳤다.


당연히 주주연대는 분노했다. 종료 후 조 대표가 황급히 주총장을 빠져나가려고 하자 소액주주들은 조 대표에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경호원들과 주주들이 대립하면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호원들이 주주들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소지품이 바닥에 나뒹굴고 주주들이 준비한 피켓이 찢어졌다.


5분여간 이어진 몸싸움 끝에 조 대표는 건물에 미리 준비된 차량에 탑승하는 데 성공했으나 주주들이 차량을 막아서면서 야외에서도 한 차례 몸싸움이 벌어졌다. 차량 안에서 경적을 계속 울리고 경호원들이 주주들을 제지하면서 10분 넘게 지난 후 조 대표가 탄 차량이 주총 현장을 빠져나갔다.


셀리버리와 다른 의미로 충격이 컸던 종목은 휴마시스였다. 주주연대 대표가 주총 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소액주주의 지분 11.19%를 대표하는 자이다. 휴마시스는 △남궁견 회장의 오너리스크 △코로나19 이후 불명확한 경영 방향 △2022년 한 때 9557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올해 1622원까지 80% 이상 빠진 점 등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또한 주주연대 대표가 주주연대의 의견과 배치된 투표를 진행했다고도 알려지며 주주연대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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