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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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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X액트: 주총 리뷰②] ‘주총 슈퍼위크’ 환호 vs 고배… 희비 갈린 주주연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2 15:42

소액주주의 반격...20곳서 주주제안 제출

여전히 최대주주에 밀리는 곳 많아...파행 사례도

DB하이텍·다원시스 등 주주 ‘승리’ 돋보여

29일 셀리버리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 대기 중이다. 사진=김기령 기자

▲29일 셀리버리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 대기 중이다. 사진=김기령 기자

[편집자주] 소액주주 운동과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거세지며 올해 주주총회는 큰 주목을 받았다. 일부 종목은 주주연대의 지분율이 최대주주를 웃돌기도 했다. 상황을 대처하는 태도는 종목마다 온도차가 컸다. 소액주주플랫폼 '액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지난 달 주주총회를 집중 취재한 에너지경제 자본시장부는 주총의 △양태 △성과 △결과 등을 중심으로 주주총회를 되짚어보고, 커지는 주주연대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에 대해 의미를 찾고자 한다.


국내 상장사들의 '주총 슈퍼위크'가 마무리된 가운데 주주연대를 중심으로 한 주주행동도 활발하게 나타났다. 단 이화전기, 아난티 등 많은 주총에서는 여전히 주주연대가 최대주주에 밀려 분을 삼켜야만 했다. 반면 DB하이텍, 다원시스 등 일부 상장사 주주연대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주주제안이 제출된 상장사는 올 3월 말 기준 20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DB하이텍, 이화그룹 3사, DMS, 아난티, 다원시스 등 주주연대가 제안한 안건이 정식으로 주총에 상정됐다. 대유, 비덴트 등 일부 종목에서는 주주제안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주주연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주주행동 움직임이 관측됐다.


액트 운영사 컨두잇 및 DB하이텍 주주연대의 이상목 대표는 “체감적으로 작년 대비 주주운동의 규모는 5배 이상 성장했다"며 “소액주주가 뭉치기만 하면 25% 이상의 지분을 결집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화전기·아난티 등은 최대주주에 밀려...셀리버리는 파행

단 적극적인 주주행동에도 불구하고 결국 주총 표결이 최대주주 측의 승리로 끝난 경우가 많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29일 이화전기 주총의 경우 김현 주주연대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다. 해당 주총에서 김 대표의 경쟁자는 사측이 추대한 후보인 도정철 이촌회계법인 회계사였는데, 주총 전 기준 사측이 이화전기 지분 5525만8439주(25.24%)를 보유해 4485만9366주(20.49%)에 불과한 주주연대 측이 불리한 상태였다.


주주연대는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기간 중 약 1258만주를 더 확보했지만, 사측도 400만주를 추가해 우위를 지켜냈다. 결국 본 표결에서도 김 대표는 5644만주의 찬성표를 확보, 5923만주를 얻은 도 회계사에 밀려 주주연대가 이사회에 참여하는데 실패했다.


아난티 주총도 아쉬웠던 사례로 꼽힌다. 아난티 주주연대는 올해 주총에서 이사회 결의가 없더라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제안했다.


그 결과 자사주 매입·소각의 건은 가결에 성공했지만, 정관 변경 주주제안은 부결됐다. 자사주 매입·소각 건 역시 주주연대 측은 당초 1640만주를 요구했으나, 사측이 정관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규모를 200만주로 축소해 의안에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주주연대의 패배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셀리버리 주주총회

▲29일 경기 김포에서 열린 셀리버리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가 경호업체의 경호를 받으며 소액주주들을 피해 주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영상=김기령 기자

셀리버리 주총은 사측의 만행으로 주주연대의 분노를 키웠다. 이미 셀리버리 측은 주총 전 주주연대의 주주제안을 단 하나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더욱이 주총 당일 오전 9시로 예정됐던 개회 시간이 위임장 검사를 이유로 약 9시간이나 미뤄졌으며, 주주연대의 이의를 받지 않은 일방적인 투표가 이뤄졌다. 그 결과 일부 안건이 부결되긴 했지만, '액트' 플랫폼을 통해 모인 25.61%의 지분은 의결권으로 인정받지도 못해 다시 한번 사측과 주주연대 간 분쟁의 불씨가 더욱 커졌다. 이미 셀리버리는 같은 달 13일에 있던 임시 주총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DB하이텍·다원시스 등 주주연대 '승리' 거둔 곳도

반면 주총에서 성과를 거둔 곳도 있다.


DB하이텍의 올해 정기 주총 쟁점은 '이사회 내 이사 수 조정' 의안이었다. 사측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정원을 '4인 이상 8인 이하'로 조정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이를 두고 주주연대에서는 사측이 이사회 정원에 상한선을 만들어 주주연대와 행동주의 펀드 간 분쟁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해석,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주주연대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자가 KCGI 측에서 낸 후보자에 밀려 탈락할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정관 변경 안건을 두고 주총 참여 주주 중 60.69%의 찬성표가 모이며 안건은 무사히 부결됐다. 정관변경과 같은 특별결의 안건은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와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분 8.58%를 쥔 국민연금도 주주연대와 뜻을 함께 것이 큰 힘이 됐다.


이밖에 다원시스 주주연대도 사측의 주요 사업 부문 대표의 연임안을 부결, 향후 추가적인 소통 강화 약속까지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거래 정지 중인 대유의 경우 사측이 낸 상근감사 후보 선임안을 작년 임시주총까지 합쳐 연속으로 두 차례 막아냈으며, 정치훈 대표이사로부터의 소통 강화, 그간 미흡했던 점에 대한 IR 담당자의 사과 역시 받아냈다.


이상목 대표는 “몇몇 주총 사례에서 보이듯 몇 퍼센트 이하의 예민한 표대결에서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수행했다"며 “단 주총 의장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이번 주총에서도 다수 남용됐고, 주총파행을 위한 의도적 전자위임장 거부 등 주총 문화에서도 아쉬운 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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