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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신(新)북방정책과 한반도 신(新)경제구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11.28 12:47

이상준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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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장/국민대 교수


미국이 셰일 가스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에너지를 포함한 글로벌 운송로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이전만큼 크지 않고 남중국해를 놓고 미중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걸프만에서 출발해 호르무즈와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를 거쳐 한반도로 이어지는 에너지 공급선은 덜 안전해지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은 미중무역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도 다시 구성되고 있다. 글로벌 운송로와 가치사슬이 동시에 혁명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경로의존적 타성에 젖은 방식으로 무역을 바닷길에 100%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지경학적 협력구도 바뀌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을 억제하고 지경학적 협력구도까지 만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6·12 북미정상회담, 9월 문대통령의 평양방문 등으로 조성된 한반도의 변화에 조응하면서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한반도를 동북아 협력의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한다. 과거와 달리 이 구상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정·지경학이 평화를 보장하고 번영을 촉진하는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또한 남북경협 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국가와의 협력도 고려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를 차분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신경제구상과 신북방정책은 연동돼 추진될 필요가 있다. 그간 남북관계가 악화돼 북한이 빠진 상태에서 북방경제와의 논의가 진행돼 한계에 봉착한 적이 많았다. 북한이 구상하고 있는 경제발전전략을 분석하고 세부 협력 사업들을 진행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참여시키고 또 해양세력인 일본과 미국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면 경제성도 확보하고 안보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한반도신경제구상은 주변국과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 경제특구 가운데 북한이 공을 들이고 있는 원산-갈마, 나선 경제특구는 러시아 극동과 연계돼야 한다. 신북방정책과 한반도신경제구상이 연계되어야 하는 이유는 급변하는 국제경제통상환경에 우리가 적극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북극 야말 가스전 개발을 통해 아태지역으로 LNG 수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지체되는 동안 세계 천연가스 수출입은 점차 유연성을 가지는 LNG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남북러 가스관 연결 가능성을 고려할 때 UN의 대북제재, 서방의 대러 제재 뿐 아니라 PNG로 수입할 경우 가격을 낮출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중동에서 관성적으로 천연가스와 석유를 수입하는 구조에서 탈피해 미국, 호주, 러시아로의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에너지 안보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TSR을 현대화하고 북극 항로가 점차 열리게 된다면 글로벌 운송로로서 러시아의 가치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확장한 뒤 대형 LNG선이 통과 가능하게 됐다. 호주가 LNG를 본격 생산하면서 에너지 공급선으로서 러시아의 장점은 희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도 지리적 불리함을 딛고 글로벌 운송로로 도약하기 바라면서 자국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가치사슬을 세계 경제로 편입하고자 한다. 우리입장에서는 남북러 3각협력을 추진할 경우 북한을 글로벌 운송로와 글로벌 가치사슬로 보다 빠르게 편입시킬 수 있다. 그래서 유라시아 주요 관문과 거점 등을 연계하는 거시적인 그랜드 전략과 각 경로와 거점에서 발생하는 미시적인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작업이 병행적으로 꾸준하게 진행돼야 한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 논리에 따라 동북아슈퍼그리드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 양자간 문제로 국한되는 한중 전력망 연결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대비해 한러 전력망 연결 논의는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동해가 수심이 깊어 땅속에 묻지 못하고 바다속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차단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래서 북한을 경유해 들여오는 것이 현실적이고 경제성도 보장할 수 있다. 북한을 경유해야 하는 지정학적 위험이 존재하지만 HDVC 기술의 발전으로 러시아에서 송전한 전력이 비록 북한을 경유하지만 한국으로 바로 전달될 수 있다. 더욱이 한중 전력 가격차 보다 한러 전력 가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한러 전력망 연결은 경제성도 좋은 편이다. 북한 땅 경유에 대한 보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으로서 남북 전력망 연결도 고려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수입하는 천연가스와 석유의 상당 부분이 전력생산을 위해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력과 가스관 연결을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비핵화에 2년이 소요됐다. 남북러 3각협력의 보상체계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도록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신북방정책과 한반도신경제구상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변국과 주고받기를 연쇄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전략적으로 딜레마를 해소하고 선택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으로 아랫돌을 빼서 위에 괴는 임기응변식 대응과는 구분이 된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한국만의 단독으로 완성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동북아 전체를 공간적 배경으로 할 수 밖에 없으며 에너지 물류 네트워크 와 공간개발과 연계돼야 하며 그래서 신북방정책과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할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특히 러시아를 참여시키고 또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한반도 신경제구상 완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력자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안이 그만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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