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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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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우디 원전, 미국과 손잡는 ‘플랜B’ 적극 고려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3.01 12:26

원자력계, UAE 사업과 같이 미국과 합작이 여러모로 유리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사진=AFP/연합)



사우디 원전 수출을 위해서는 미국과 손을 잡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독 수주가 ‘플랜A’라면 컨소시엄은 ‘플랜B’다. 물론 이 경우에도 주력 노형은 우리나라가 UAE에 수출한 APR1400이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터빈 등 주기기는 우리나라가 맡고, 원자로냉각제펌프(RCP)와 원전계통제어시스템(MMIS) 원전노심설계 및 안전해석코드 등은 미국에 맡기는 형태다.

1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웨스팅하우스 살리기 발언 이후 농축우라늄 기술제공 등 사우디가 군침을 흘릴 만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원전 수주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전 사업 관련 특사격인 릭 페리 에너지부장관을 영국에 파견해 사우디 당국자들과의 회담을 벌이는 등 잰 걸음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웨스팅하우스의 주력 노형인 AP1000을 고수할 경우 우리나라는 가격을 최대 경쟁력으로 내세운 중국과 미국 틈 바구니에서 힘겨운 수주전을 벌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원자력계는 미국의 AP1000 고수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우리나라와 합작해 수주한 UAE 원전사업을 또 다시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한전이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에 원자로냉각제펌프와 원전계측제어시스템, 원전노심설계 및 안전해석코드 등은 웨스팅하우스 제품을 공급했다. 당시 한전은 UAE 원전을 턴키 수주하는 조건으로 이들 3대 제품을 웨스팅하우스에서 공급받기로 한 바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최근 이 제품을 모두 국산화했으나 성능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원자력계의 일반적 평가다. 웨스팅하우스와 손을 잡는 게 원전의 완성도는 물론 정치적 관계 강화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는 얘기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1일 "웨스팅하우스가 도시바를 거쳐 캐나다에 팔렸지만, 직원 대부분이 미국인이라 트럼프는 웨스팅하우스를 미국회사로 여기고 있어 사우디 원전 수주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웨스팅하우스를 살리는 방안으로 사우디에 농축우라늄 기술까지 제공하겠다며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다른 나라(중국)에 사우디 원전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손을 잡는 것이 유력한 방안"이라고 했다.

강재열 원자력산업회의 상근부회장은 "한국의 첫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도, 당시 한국이 국산화하지 못 했던 원자로냉각제펌프와 원전계통제어시스템 등은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손을 잡는 게 여러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웨스팅하우스의 주력노형인 AP1000은 중국과 미국에서 제대로 지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 노형을 내세우지 않을 가능성이 커 APR1400의 협상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사우디가 4월 발표할 예비사업자는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이 될 것이라는 게 세계 원자력계의 분석"이라며 "중국에 사우디 첫 원전시장을 내주지 않으려면 미국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플랜B’를 염두에 두고는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사우디가 의향서를 제출한 모든 국가(사업자)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떤 공식적인 얘기도 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나라 원자력계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코리아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숏리스트에 드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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