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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수소법 통과에 시장 선점경쟁…기술 상용화 실증 속도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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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사장이 지난해 9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원욱·송갑석·정태호 의원 대표발의 ‘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수소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발전소로 전기를 만드는 전기사업자는 생산 전력의 일정 비율을 청정수소로 채워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청정수소 전용 계약 시장이 내년 말 개설되고 청정수소 인증제는 이르면 2024년 시행된다.

청정수소 전용 계약 시장은 수소 발전소가 연도별로 정해지는 국내 전체 수소발전 생산량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전용 구매입찰 참여를 거쳐 계약을 맺고 수소전력을 생산, 전력거래소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장이다.

연도별 국내 전체 수소발전 생산량은 올해 말 수립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규정될 예정이다. 청정수소 전용 계약 시장 개설은 사실상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와 유사한 수소발전의무화 도입으로 업계에선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수소 생산 전체 과정(저장·운송 포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기준으로 수소의 등급을 매겨 탄소 양을 적게 배출하는 등급 수소를 생산 및 소비할 경우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 청정수소 전용 계약 시장 내년 말 개설…대기업, 벌써부터 선점 경쟁


기업들은 벌써부터 관련 기술과 신사업 육성을 위해 국내외를 넘나들고 있다.

롯데그룹·포스코그룹·한화그룹·현대중공업그룹·GS그룹·두산그룹·효성그룹·코오롱그룹 등 국내 대기업은 지난해 수소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국판 수소위원회 ‘수소기업협의체’를 발족했다. 수소기업협의체는 국내 15개 주요 그룹과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여하는 한국판 수소 동맹이다. 이들은 각 사 인프라와 기술력을 활용한 보다 구체화된 사업 전략 포트폴리오를 내세워 수소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에 나섰다. 이들은 이를 통해 30년 뒤 2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수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특히 현대차와 SK, 포스코, 한화, 효성, 롯데 등 6개 그룹은 2030년까지 약 45조 원을 수소 분야에 43조40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ESG등 친환경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는 SK그룹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에 18조5000억 원을 투자해 2025년 세계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할 방침이다. 이는 수소 인프라사업 투자 계획을 내놓은 국내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SK의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은 크게 2단계다. 1단계는 에너지 업체 SK E&S가 액화수소 3만t 생산 체제를 달성하기 위해 약 5000억 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2단계는 2025년부터 친환경 ‘블루(Blue)수소’ 대량 생산 체제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 E&S는 인천시 서구 원창동 일대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약 1만3000평 부지를 매입해 연간 3만t 규모 수소 액화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또한 SK E&S는 연간 300만t 이상 액화천연가스(LNG)를 직수입하고 SK E&S가 대량 확보한 천연 가스를 활용해 보령LNG터미널 인근 지역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t 규모 청정수소를 추가 생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사업도 적극 추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수소를 대량 공급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SK그룹의 목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한국동서발전과 ‘해외 그린수소 연계 태양광 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호주를 시작으로 해외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고,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수전해)시켜 청정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SK에코플랜트는 독자적인 수전해 기술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어셀(양사의 합작사)과 고효율 수전해 방식인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 현재 경북 구미공장 등에서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그린수소 상용화 연구를 위한 ‘수소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연료전지 국산화 등을 위해서도 협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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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의 블룸SK퓨얼셀 구미 제조공장에 설치된 청정수소 생산시설인 130kW 규모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 실증 설비. SK에코플랜트


현대차는 2030년까지 수소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충전소 설치 등에 11조1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소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현대차 제품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 차량에도 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될 수 있도록 시스템과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현재 수소연료전지시스템보다 크기와 가격은 낮추고 출력과 내구성을 높인 차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해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길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 이외 모빌리티(이동수단)와 에너지 솔루션분야에도 적용해 미래 사업 영토를 넓히겠다"며 "기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이동 수단 외에 주택,빌딩,공장,발전소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연료전지를 적용해 전 세계를 수소사회로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화학 계열사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수소 생산과 수소탱크 사업을 공략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2030년까지 약4조4000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2030년까지 청정수소 60만t을 생산하고 수소 사업 매출 3조 원 목표를 실현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롯데케미칼은 2030년 탄소중립성장 달성과 함께 국내 수소 수요의 30%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 ‘에브리 스텝 포 H2’(Every Step for H2)를 발표했다. 또한 2025년 10만개 수소탱크를 양산하고 2030년에는 50만 개로 확대 생산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두산그룹도 지난 23~ 2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2 세계가스총회’에 참석, 수소연료전지 관련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선보였다. 두산퓨얼셀은 수소와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트라이젠’(Tri-gen)을 전시했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소 공급, 모빌리티용 수소 수요에 대한 탄력적 대응, 350㎾ 이상의 전력 공급 등이 이 제품의 장점이다. 두산 퓨얼셀파워BU는 10㎾ 고분자전해질형연료전지(PEMFC), 10㎾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등 건물·주택용 수소연료전지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개발 완료한 10㎾ SOFC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발전효율을 지녔다. 두산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밸류체인을 확대해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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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퓨얼셀의 인산형 연료전지 팩. 두산퓨얼셀


삼성물산 등 건설업계도 청정수소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1월 포스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그린수소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MOU를 맺고, 사우디 현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한 달 뒤인 2월엔 포스코·GS에너지·한국석유공사 등 5개사와 손잡고 중동 등 해외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국내로 도입·유통하기 위한 인프라(청정에너지 허브터미널)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미국 그린수소 생산 스타트업 레이븐SR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내 사업 협력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과 DL이앤씨는 암모니아에 주목하고 있다. 암모니아를 분해하면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얻을 수 있고,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꾸면 효율적인 저장과 운송이 가능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벤처기업 AAR과 손잡고 ‘암모니아 분해 수소 생산 시스템’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DL이앤씨도 사우디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암모니아 플랜트 건설공사 등과 수소 생산 사업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한화건설은 현대차증권,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국내 최초로 폐수 슬러지(침전물)에서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생산 플랜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은 그린수소 플랜트를 모듈로 만들어 미국 기업 ‘SG H2 에너지’에 공급하기로 했다. 롯데건설도 지난 2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청정수소 생산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MOU를 체결, 업계 경쟁에 뛰어들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된 만큼 연간 수소 발전량, 청정수소인증제와 수소발전시장 운영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며 "경쟁 입찰이긴 하지만 해당 발전량 만큼은 사업자들에게 보장하는 것이니 만큼 사실상의 의무화라고 볼 수 있다. 10차 전력수급계획과 연계해 올해 연말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업계, 원전 수전해·천연가스 개질수소 청정수소 포함여부 주목


산업부에 따르면 실질적인 청정수소인증제 운영 시점은 제도정비가 마무리되는 2024년 혹은 2025년이 될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의 연료전지발전용 수소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천연가스 개질(改質)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수소가 연말에 마련되는 청정수소 범위에 해당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부 측은 "천연가스 개질수소의 경우 현재 설계하고 있는 청정수소인증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안에 들어오면 청정수소로 인정되겠지만 만약 범위를 벗어난다면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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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청정수소 비지니스 포럼이 지난 27일 서울 노보텔 앰베서더 호텔에서 개최됐다


원자력을 활용해 생산한 수소는 사실상 ‘청정수소’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서울 노보텔 앰베서더호텔에서 한국원자력산업협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가 후원한 ‘원자력 청정수소 비즈니스 포럼’이 개최됐다. 포럼에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원자력 청정수소의 역할과 비전,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 및 기술개발 동향, 한수원의 청정수소 기술개발 추진계획, 청정수소 경제성 및 상용화를 위한 과제, 법·제도적 해결방안 등이 논의됐다. 아울러 ‘대용량 청정수소 생산/저장 플랜트 설계 및 인허가 대비 기반연구’ 과제 착수에 따라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홀딩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 한국원자력학회와 함께 ‘원자력 청정수소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들 기관은 △원자력을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 기술 개발 및 상용화 △해외원전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원자력 청정수소 사업모델 개발 △지속가능한 원자력·수소 산업 생태계 구축 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법안에서 말하는 청정수소에는 원전을 통해 만든 수소도 당연히 포함될 수 있다. 청정수소 인증은 원전, 천연가스, 태양광이나 풍력 등 발전원, 수전해, 개질 등 생산방식이 아닌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에 따른다. 어느 생산 방식이든 그 기준만 충족하면 청정수소로 인정된다. 기술적인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에 핑크수소, 그레이수소 같은 명칭은 사용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다 검토한 사안"이라며 "온실가스 배출 기준 충족 등 구체적인 청정수소의 범위는 법안 시행 후 연구용역을 거쳐 연말 쯤 시행령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존에 가동되고 있는 연료전지발전은 기존대로 RPS로 인정된다. 또한 현재 연료전지 발전소 공사계획 인가를 받고 공사중인 사업자인 경우에는 1년의 경과 조치를 두고 RPS 시장이나 수소 발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택권 줄 예정이다. 1년의 기한은 올해 연말 법안이 시행될 경우 내년 말까지이다. 이후 건설되는 연료전비발전 설비는 모두 수소 발전 시장에 편입된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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