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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 총수 '지배구조' 해법 찾기 고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0.29 15:5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재계 5대그룹 총수들이 ‘지배구조 재편’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경영권·지분 승계는 물론 순환출자 고리 해소, 지주회사 체제 확립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다양해 고민의 깊이는 각자 다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이재용·정의선 상속·증여 고민 '동병상련'...현대차는 순환출자도 풀어야


29일 재계에 따르면 지배구조 재편 작업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세밀한 구조조정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지분 상속과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고인이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18조원이 넘고 주력사인 삼성전자 4.18%(2억 4927만 3200주)도 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에 따라 상속세만 10조원대를 마련해야 하는 게 고민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건희 회장의 유언장에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 지도 변수다. 재계에서는 유언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본다.

상속이 마무리되면 이 부회장은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게 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주식 17.48%를 들고 있으며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31.63%에 달한다. 다만 검찰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계속해서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또 최근 국회에서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율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가다듬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머리는 더욱 아프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면서 동시에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까지 증여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래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까지 수반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의선 회장이 수조원대 금액을 양도세·증여세 등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그룹은 크게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 사업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존속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두는 그림을 제시했지만 시장에서 반대해 무산됐다. 이 때문에 새롭게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안은 주주들의 눈높이에 맞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짜야한다. 업계에서는 비율을 재조정해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합병을 다시 추진하는 안이나 현대차-현대모비스 분할·합병, 현대모비스 투자부문 분할 같은 방법들이 거론된다.

정의선 회장은 앞서 지난 15일 수소경제위원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 최태원·구광모 지배구조 미세 조정 작업...신동빈 숙원은 '호텔롯데 상장'

최태원 SK 회장은 일찍부터 지주사 체제를 확립해 뒀지만 지배력 강화와 그룹 사업역량 확대를 위해서는 미세한 조정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몸집이 불어난 SK하이닉스는 현재 지주사 체제에서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기 힘들다. 현행법상 지주사 손자회사는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지분 100%를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K그룹은 일찍부터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최근 SK텔레콤이 모빌리티 부문을 물적분할해 분사하거나 다른 사업부문의 별도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작업과 그 궤를 같이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개정안은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가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들고 있는데, 추가로 10% 지분을 인수하려면 6조~7조원의 현금을 써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텔레콤이 가진 현금성 자산은 1조 5000억원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SK텔레콤을 중간 지주사로 전환하는 대신 투자부문을 떼어내 SK(주)와 합병하는 방법도 염두에 둘 것으로 본다. 수년간 고민했던 중간지주회사 체제를 대신할 수 있는 해법인데다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영향력·지배력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의 경우 LG(주)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체제가 상대적으로 잘 짜여진 상태다. 다만 미래 먹거리인 LG화학 배터리 부문 분사 관련 잡음이 남아 고민이다. LG화학은 30일 임시주총을 열고 배터리 부문 분사를 추진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거세고, 2대주주(10.4%)인 국민연금이 여기에 반대 의견을 표시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결정은 구공모 회장의 지배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물적분할로 배터리 부문을 100% 자회사로 편입해야 지분율 감소 없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롯데는 고인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워낙 기업공개를 꺼려한 탓에 ‘밀실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배구조 정점에 일본 광윤사가 있어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있다.

신동빈 회장은 2017년 롯데지주를 출범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롯데지주는 계열사 흡수합병 등을 활용해 대부분 국내 계열사들을 거느리게 됐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를 매각하는 결단도 내렸다.

다만 지주사 아래 지배구조와 별개로 상단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롯데가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고 본다. 롯데는 일본 광윤사가 일본 롯데홀딩스를,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호텔롯데를, 호텔롯데가 롯데지주를 지배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 없이는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논리적으로 벗어던질 수 없는 셈이다.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흘려보낸다는 비판도 계속해서 받아야 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을 99% 들고 있다.

변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호텔롯데의 주력 사업인 면세점 업황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지분을 희석하고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고 싶은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신동빈 회장은 또 별세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재산도 상속받아야 한다. 현재 한국과 일본 정부가 재산 상속시 발생하는 세금 등을 두고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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