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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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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진입한 국제유가…내년 상반기 '60달러'까지 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18 14:41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국제유가가 한 달 넘게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향후 유가 전망에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파동이 심각한 수준으로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내년 상반기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1%(0.88달러) 오른 42.8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27%(0.57달러) 상승한 45.37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의 경우 지난 4월 마이너스까지 추락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지만 그 이후 반등에 성공해 이번 분기 40달러 초반 부근에 안착한 모양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 역시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수요둔화 우려로 지난 4월 20달러선이 무너졌지만 지난 7월 이후 가격이 배럴당 42달러에서 45달러 사이에 맴돌고 있다.

▲사진=네이버금융


이런 상황 속에서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상반기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당 가격대는 올 연초에 거래됐던 가격으로, 유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BoA의 과거 예측치 대비 상향조정된 가격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우리는 브렌트유가 평균적으로 올해와 내년 각각 배럴당 43달러, 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지난 6월 전망한 바 있다"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10개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의 감산 기조, 미국 셰일산업의 부진 등으로 인해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공급망이 계속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BoA 애널리스트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모빌리티가 축소된다 하더라도 글로벌 원유시장은 보이는 것보다 공급망이 실제 타이트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투자은행은 OPEC+의 감산 이행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의 지난달 감산 이행률은 95∼9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OPEC+ 산유국들은 지난달까지 산유량 감축 규모를 하루 970만 배럴로 유지하고 이달부터 770만 배럴로 축소키로 합의한 바 있다. 즉, 산유국들은 지난달 970만 배럴이라는 규모의 감산을 잘 이행한 셈이다.

여기에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셰일 업체들이 늘어나자 원유생산량 역시 줄어들고 있다. ‘세계 1위 산유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지난 3월 역사상 최고치인 하루 1310만 배럴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이달 첫째 주 산유량이 107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보고서는 "올 연말까지 하루 490만 배럴의 공급부족이 예상된다"며 "유가랠리가 계속 이어질 경우 내년 1분기에 백워데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oA는 "내년 브렌트유가 쉽게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며 "4분기 내 코로나19의 2차 파동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단기적으로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 가능성이 유가 상승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적용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국영 석유회사가 8∼9월에 최소 2000만 배럴의 미국 원유를 사들이기 위해 유조선을 잠정 예약했다"고 전했다.

이는 1단계의 미중 무역합의 이행 평가를 앞두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를 확대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선 글로벌 인베스터의 미히르 카파디아 최고경영자는 "미중 긴장이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또한 중국이 국경을 점차 열고 정상으로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원유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알래스카 북동부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에서 석유·가스 개발의 문을 열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원유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내무부는 관련 검토 작업을 마치고 ANWR 지역 내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공유지 경매 준비절차를 시작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석유·가스 개발이 허용되는 ANWR은 총 1900만 에이커 규모로 이중 150만 에이커 규모의 해안 평지 지대는 내륙으로는 북미에서 가장 원유 매장량이 많은 곳으로 추정된다. 북극곰과 순록 등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낙찰받은 기업들은 해당 구역 내에서 석유와 가스 탐사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석유·가스를 생산하려면 추가 승인 절차가 필요하며, 생산 시작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오늘 발표는 새로운 에너지를 책임 있게 개발하려는 알래스카의 40년 여정에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며 이 구역에 43억∼118억배럴의 원유 매장량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환경론자들은 개발 허용이 북극권 생태계와 야생동물들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당장 시추권 경매를 무산시키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과 함께 의회에서도 저지 활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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