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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불안에 ‘관세맨’ 트럼프도 가세...증시 ‘살얼음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6.03 08:00

美금융시장, ‘트럼프발 관세폭탄’에 출렁...다우 6주연속 하락

트럼프, ‘불법 이민’ 멕시코 모든 제품에 관세 5% 부과 위협

인도에 ‘개도국 특혜관세’ 중단 선포...중국과 관세보복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멕시코, 인도 등과 ‘관세 전쟁’을 선포하면서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관세 보복전을 본격화했고, 멕시코를 상대로는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인도에는 기존에 부여하던 개발도상국 특혜관세 혜택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가뜩이나 위축된 글로벌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 미국 금융시장 출렁...증시 ‘비명’, 금 가격은 ‘활짝’

미국 금융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354.84포인트(1.41%) 급락한 24815.0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36.80포인트(1.32%) 하락한 2,752.0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4.57포인트(1.51%) 내린 7453.15에 각각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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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사진=다음)


이로써 다우지수는 지난주 3.01% 하락했다. 6주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2011년 이후로는 최장기간 하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채권값은 초강세를 보였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금리)과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2.129%로 전날보다 0.088%포인트 하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번 주에만 0.2%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면서 2%선을 위협받게 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금리는 1.937%로 0.136%포인트 급락하면서 2%를 밑돌았다. 이는 무역전쟁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도 더욱 부각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1.5%(18.70달러) 상승한 1,311.10달러에 마감하면서 1300달러 선을 되찾았다.

반면 투자심리가 바짝 위축되면서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5%(3.09달러) 내린 53.50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월 12일 이후로 최저치다.

이로써 WTI는 이번 주 8.7% 급락했고, 5월 월간으로는 1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 트럼프, 전방위적 관세폭탄...‘불법 이민’ 멕시코에 관세 으름장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중국을 넘어 멕시코, 인도로 향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더욱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자국 산업 보호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세계 무역 질서를 해친다는 비판론에도 불구하고 관세를 압박 카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 문제를 이유로 오는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제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그럼에도 이민 ‘위기’가 계속되면 7월 1일부터 관세를 10%로 인상하고,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수를 극적으로 줄이거나 없애는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8월 1일부터 15%, 9월 1일부터 20%, 10월 1일부터 25%로 관세율을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는 유럽연합(EU), 중국과 함께 미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로, 토마토 등 농산물부터 자동차, 카펫까지 다양한 상품을 수출한다.

지난해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3465억달러(약 412조6000억원)였으며 이에 대해 5% 관세를 매긴다면 173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고 관세율이 인상될수록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관세 부과시 수익성에 타격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개장한 한국 증시에서 기아자동차 주가는 전날보다 4.5% 내렸으며 일본 증시에서도 도요타, 닛산, 마즈다는 각각 2.9%, 5.2%, 7.1% 하락했다.



◇ 인도에 ‘특혜관세 혜택’ 중단 선포...중국과 관세부과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에 관세 전쟁을 선언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도가 공정하고 합당한 시장접근을 제공하겠다는 점을 미국에 확신시켜주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며 6월 5일부로 인도의 특혜관세 혜택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도입해 120개 개도국에서 특정 상품을 수입할 때 무관세 등의 혜택을 부여해왔다.

인도는 2017년 기준으로 미국에 56억 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를 무관세로 수출해 GSP의 가장 큰 수혜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인도가 미국 무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무역 장벽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GSP 혜택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인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도 "미국과 강한 경제적 유대를 계속해서 구축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히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시진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아울러 계속해서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던 중국과의 관세 전쟁도 본격화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발표 후 이에 적용되는 중국 화물선이 처음으로 미국 항구에 도착했다고 1일 보도했다.

화물선에는 타이어, 치실 등 각종 물품이 실려 있어 추가 관세 부과는 결국 미국 가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10일 오전 0시 1분(미 동부시간)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적용 시기에 일종의 유예기간을 둬 협상에 무게 중심을 뒀다.

지난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 출발하는 중국 화물이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관세 인상 효과를 지연시킨 것으로 이들 화물이 도착하는 데는 2~3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미중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는 본격적으로 실행에 들어가게 됐다.

중국도 이달 1일 자로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대해 추가 관세를 품목별로 5%, 10%, 20%, 25% 부과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3일 성명을 통해 6월 1일 오전 0시부터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대해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뒤 이를 추가 유예하기 위한 발표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32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 부과에 나서겠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대두(콩) 수입 주문을 중단하고 반도체 등 첨단 제품의 원료인 희토류의 대미 수출 제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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