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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 칼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2.2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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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 ‘이익은 더하고 손해는 줄여라’ 라는 말이 있다. 이는 누군가에 선물을 주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경우 여러 번 하는 것이 좋고, 무엇을 빼앗거나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경우 짧게, 한번에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 이익보다는 손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이후 부동산 정책, 특히 재건축 대책은 후자와 같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내 놓았다. 한마디로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방안이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사실상 재건축 규제이다. 또한 재건축 연한도 40년으로 확대한다는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또다시 규제를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작년 6.19 부동산 규제 정책 이후 지속적으로 부동산 규제 방안이 나왔고, 올초부터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되었으니 재건축 시장은 규제의 연속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일 것으로 생각했는지가 궁금하다. 혹 다른 방향으로 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는지도 궁금하다. 물론 평균적으로 보면 이번 조치로 부동산 시장은 더 침체될 것이다. 또한 현재 재건축 안전진단을 준비하던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를 비롯한 목동, 상계동, 분당 등의 재건축 단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다 보니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초상집 분위기다. 이 지역들에 대한 투기 수요도 분명 줄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한민국의 재건축 단지가 이 단지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강남 등 최근에 입주한 재건축 새 아파트들은 희소성 이라는 혜택을 더 받게 되었다. 특히 올 2월 3.3㎡당 8000만원을 돌파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를 비롯한,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반포 자이 등 반포 한강변 빅 3는 가격 상승에 날개까지 달았다. 말로만 하던 3.3㎡당 1억원 시대가 어쩌면 더 빨리 올 지도 모르겠다.

이 아파트 뿐만 아니라 강남4구에서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아파트들도 그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2018~2020년 강남4구 입주 물량은 매년 1만5000여 가구 등 총 4만5000여 가구로, 작년까지는 건설회사 및 입주예정자들이 입주 리스크에 대한 걱정을 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입주물량 때문에 미 입주 세대가 다수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이제는 희소성으로 이 단지들의 입주 문제는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올 12월에 입주하는 송파 헬리오시티(9510세대), 그리고 내년 8월에 입주 예정인 디에이치 아너힐즈(1320세대) 등 해당지역의 랜드마크 단지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이쯤되면 이 단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분양시점에서 로또에 한번 당첨되고, 입주시점에서 또 한번 로또에 당첨되는 결과를 누리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반포 한강변 재건축 새아파트가 3.3㎡당 1억원이 되면 기타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도 동반 상승한다. 예들 들면, 강북 한강변 아파트들은 3.3㎡당 9000만원, 중구는 7~8000만원대로.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와 상관없이 수도권 아파트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올 상반기 분양 예정인 개포8단지, 한남 나인원 등 신규아파트에 대한 청약 수요는 폭발할 수 밖에 없다.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으로 분양 가격이 통제가 되면 더 좋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되면 더더욱 좋아지게 된다. 청약 대박 분위기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초기 단계의 재건축 시장은 주춤해지는 반면, 강북 재개발, 리모델링,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의 신규 분양 시장은 반사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돈있는 투자자들은 아파트만큼 확실한 투자처가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아파트만큼 잘 아는 부동산 상품도 없고, 환금성과 투자가치 모두를 제공해주는 상품이 부동산 상품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강남 재건축이 어려워지면 다른 아파트 상품으로 투자가 이동하는 것이다. 특히 시장이 불황기가 되면 똘똘한 한 채인 서울 아파트 상품으로 더욱 몰리게 된다.

재건축 규제 등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정착 지방 주택시장은 고사 직전이다. 작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지방 주택시장은 불황기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지방 재건축 시장은 거의 올스톱 되는 분위기 이다. 그러나 보니 점차 지역간 양극화, 소득간 양극화, 세대간 양극화는 계속될 것이며, 그 간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 1970년대 보다 지금의 생활은 나아졌고 좋은 집에 살고 있다. 전체 평균적으로 보면 생활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 삶의 질도 좋아졌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만족도와 행복지수는 아마도 더 떨어졌을 것이다. 만족도와 행복지수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상대적 평가지수 이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 8·2 대책 이후 부동산 소비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아마 정부가 그때부터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규제가 아니라 시장에 맡기면서 긍정적 대안을 제시했더라면 시장이 오히려 더 진정되었을지도 모른다. 바람이 빠지는 풍선을 그대로 두면 계속 빠지게 되는데, 한쪽을 강하게 누르다 보면 튀어 오르는 부분과 푹 들어가는 부분 둘다 생기게 된다.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로 오히려 강남 등 서울은 더 수혜를 받았고 가격 또한 계속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집이 없는 사람과 지방 거주자들은 상대적 박탈감만 생겼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부동산 상품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대신 지금까지 나온 부동산 규제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부동산 구입 자금의 출처가 명확하고 깨끗한지, 세금을 탈피하기 위한 다운 계약, 이면 계약 등에 대해서 제대로 된 관리를 하는 것이다.

강남 집값은 재건축 규제로 잡기 어렵다. 다른 부동산 규제로도 잡기가 쉽지 않다. 규제는 수요대비 공급 부족으로 연결되어 오히려 희소성만 높여주게 된다.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지속하고 초과이익환수와 세금 강화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만, 상대적으로 불황기에 접어든 지방 재건축 시장은 오히려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즉, 지역과 상황에 맞은 탄력적인 재건축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시장에 풀려있는 부동산 관련 유동자금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이나 임대주택, 그리고 수익형 부동산 등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등 긍정적 투자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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