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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 넓히는 대한항공, '고민' 깊어진 아시아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20 16:37
A350_17P_F01 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조인트 벤처’ 시행에 속도를 내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중·장기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 상대가 하늘길 세력을 급격히 키우고 있어 점유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시행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조인트 벤처는 두 항공사가 영업을 한 뒤 수익과 비용을 나누는 방식으로 ‘코드쉐어’ 보다 높은 단계의 협업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교통부(DOT)로부터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시행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양사가 지난 7월 서류를 제출한 지 4개월여 만이다.

향후 본격적인 영업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교통부 심사 기준이 더욱 까다로운 만큼 국토부 승인에는 큰 걸림돌이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의 신청 서류를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절차가 끝나는 대로 태평양 노선에서 공동운항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아시아·미국 시장에서 공동 판매·마케팅을 하고 마일리지 서비스 혜택도 강화할 계획이다. 태평양 노선에서 항공화물에 대한 협력을 돈독히 하고 인천공항 등 핵심 허브 공항에서 시설을 공유할 수도 있다. 양사가 한 회사처럼 힘을 합치게 되는 셈이다.

반면 아시아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은 아시아나는 중·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그림을 그려둔 상태다. 저비용항공사(LCC)와의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에어서울을 출범해 노선을 정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손을 잡았다는 소식은 아시아나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미주 노선 점유율은 각각 49.5%, 7.4%다. 단순 계산해도 60%에 육박하는 하늘길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한 시너지까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항공-아메리칸항공, 전일본공수-유나이티드항공 등은 조인트 벤처 이후 태평양 환승객을 상당수 유치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정 노선에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가격 담합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대한항공의 조인트 벤처 출범을 국토부·공정위가 100% 허락해 줄거라는 장담은 어렵다"면서도 "다른 국가로 향하던 태평양 환승객을 인천 공항으로 다수 불러들인다는 점에서 항공 경쟁력 강화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수익성 개선은 물론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이는 계기를 만들게 됐는데, 아시아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인트 벤처를 시행하는 게 가장 좋은 해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시아나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1881억 원이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노선에 타격을 입은 것이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시아나가 노선 다변화와 미주 등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배경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조인트 벤처 시행을 위해 다양한 시도·협상을 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특정 항공사와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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