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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제강 스캔들’ 日 제조업 성공신화 ‘물거품’ 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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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제강 도쿄 본사(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고베제강의 데이터 조작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며 ‘제조업 강국’을 자부하던 일본의 신뢰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세계 최대 에어백 업체인 다카타는 품질 불량에 따른 리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파산 신청을 했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연비를 조직적으로 조작하다 적발돼 고객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전세계적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검증’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쟁 상대의 몰락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국내 기업들이 억울하게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3위 철강 업체인 고베제강이 알루미늄·구리 등의 강도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파문이 전해지며 글로벌 기업들의 이목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다.

알루미늄은 강철보다 무게가 가벼워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소재다. 연비를 높이는 게 유리한 자동차, 항공기 제작 등에 폭 넓게 사용된다.

실제 고베제강 파문은 자동차, 항공기 제작 업체는 물론 여객기, 제트기, 각종 부품 업체들로 번지고 있다. 문제 제품 납품처는 500개사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GM, 테슬라, 보잉, 롤스로이스, 현대·기아차 등이 포함됐다.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제품에 의문부호가 생긴 것은 ‘고베제강 스캔들’ 때문만이 아니다.

글로벌 최대 에어백 업체 다카타는 지난 6월 파산 신청을 했다. 회사의 부주의로 인해 에어백에 문제가 발생, 전세계적으로 1억대가 넘는 자동차를 리콜하느라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다카타 에어백 결함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도 20여 명에 이른다.

일본의 완성차 브랜드 미쓰비시는 지난해 경차 4종의 연비를 부풀리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다 적발됐다. 미쓰비시는 결국 닛산 자동차에 합병됐다. 최근에는 닛산에서 무자격 직원이 출하 전 품질검사를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일본 제조업의 성공 신화가 물거품이 되고 있는 와중에 국내 산업계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은 고베제강 스캔들의 후폭풍을 피해가는 것이 먼저다. 현대·기아차 등이 문제의 제품을 납품받은 사실이 전해진 만큼 철저한 진상·품지 조사를 거쳐 피해를 입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실수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경영 투명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도 일정 수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국 기업들은 자동차, 철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 회사들과 경쟁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사이익을 바라기 보다는 불똥이 튀지 않게 조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폭스바겐이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전해졌을 당시 디젤 승용차에 강점을 지닌 대부분 유럽 업체들이 피해를 겪었던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폭스바겐에서 시작된 ‘디젤 게이트’는 같은 독일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으로 번져 현재까지도 진상 규명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웃나라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은 디젤차를 생산한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입어야 했다. 푸조는 누명을 벗기 위해 수많은 에너지를 낭비해야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제조업은 중국 제품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장점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에 임해왔지만, 최근 고베제강 사태 등으로 인해 그들이 자랑하던 ‘장인정신(모노즈쿠리)’의 신뢰가 흔들리게 됐다"며 "품질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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