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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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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국제유가 변동성 커진 이유는? "알고리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7.11 12:28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연합)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에너지 전문가들 조차 올해 나타난 급격한 유가 변동성에 놀라는 모습이다. 유가가 5% 가까이 급락했던 지난 5월 25일 에너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실망과 미국 셰일 증산이라는 재료가 있었지만 5%에 가까운 폭락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존 애널리스트들 알고리즘에 기반한 자동 주문이 원유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소폭 하락해도 알고리즘상 프로그램화한 기술적 지지선을 돌파하면 자동주문이 가세해 낙폭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미국 재고수준이 사상 최고로 늘었다는 자료가 나왔던 올 3월 8일과 9일에도 알고리즘이 개입됐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주장했다. 당시 유가는 올 들어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RBC캐피털의 마이클 트랜 에너지 전략 본부장은 "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실제 원유 정보보다 헤드라인 뉴스에 흔들리고 있다"며 이러한 변동성 대부분은 "알고리즘과 퀀트가 주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리즘이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3월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관련 각종 계약에서 자동주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2016년 58%로 이전 2년의 47%보다 늘었다.

물론 펀드마다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알고리즘과 자동주문이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수량화하기는 힘들다. 마이클 포마다 크래벨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알고리즘은 복잡성 때문에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된다"며 "일종의 도깨비와 같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WSJ은 ‘수학적 모델의 알고리즘과 인간 트레이더들의 베팅 재량’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게다가 원유 트레이더들은 OPEC 감산이 글로벌 재고에 실제 효과를 낼지를 파악해야 하는 압박에도 놓여 특히 올해 유가가 큰 변동성에 취약해졌다.

브리지톤리서치그룹의 피터 한 퀀트리서치팀장은 "알고리즘을 이용한 모멘텀 트레이더들이 원유 시장의 추세를 움켜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원유 시장이 "전환적 시기"라며 "모멘텀 기반 알고리즘이 롱쇼트(매수-매도)포지션을 몰아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유 선물시장에서 트렌드를 좇는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것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9일 투자보고서에서 "펀더멘털 트레이더들이 알고리즘을 공포의 대상이라기 보다 투자기회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의 한 헤지펀드 퀀트매크로 전략 본부장은 "추세를 좇는 이들은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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