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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수첩] 은행권 앱, 너무 많아도 ‘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28 07:33

금융부 복현명 기자




#. 최근 은행에 적금을 들기 위해 방문한 A씨. 은행 관련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우대금리를 준다는 창구 직원의 말에 앱을 설치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중 자주 사용하는 것은 몇 개 되지 않고 용량만 차지하는 것 같아 해당 앱을 삭제했다.


이렇듯 은행들이 관련 앱을 많게는 10개에서 20개까지 출시하면서 정작 금융 소비자들은 어떤 앱이 좋고 나쁜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카드사 등 계열사를 포함할 경우 70~80개가 훌쩍 뛰어넘는다.

27일 구글 앱스토어에 등록된 우리·신한·KB국민·KEB하나·IBK기업·NH농협은행 등 6개 은행의 지주, 계열사를 포함한 관련 앱을 대략적으로 세어보면 약 200개가 넘는다. 그야말로 ‘앱의 홍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수는 7000만명에 육박하고 실 이용 고객수는 4000만명이 넘는다. 이에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고 앱을 사용하면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빨리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유사한 앱들이 많아 중구난방인 상황이다.

금융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단순히 입·출금과 예적금 뿐만 아니라 자산관리, 생활서비스, 보험 등 고객의 수요가 다양해져 관련 앱이 많을 수 있다.

이러한 앱을 하나로 합칠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은행업계에서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경우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추가하게 되면 보안과 용량과다 등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여러 가지 앱을 출시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한다.

그러나 앱이 무분별하게 늘어날 경우 금융 소비자들은 관련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서 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선택과 소비 측면에서 보면 선택지가 많은 것이 오히려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꼴이다. 또 이렇게 앱이 많다보니 정작 결제 오류, 지문인증 실패, 업데이트 반복, 개인정보 관리 미흡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오류가 높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 행해지는 소위 ‘앱팔이’도 문제다. 직원들의 앱 설치 요구에 금융 소비자들은 ‘혜택을 더 준다’는 말에 속아 여러개의 앱을 설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서비스는 고객의 실 수요에 맞춰 발전, 그 기능을 해야 한다. 은행권의 연이은 앱 출시는 이종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칭찬을 받을만 하다.

하지만 중구난방식의 앱 제공은 정작 생산자 측면에서의 기능을 할 뿐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외 받기 십상이다.

이제는 금융 소비자에게 선택을 강요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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