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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 채권단, 고강도 개혁 압박…"채무 탕감은 불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07.13 08:44

12대 개혁법안 15일까지 입법 끝내야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

그리스 사태 난항, 독일 제안한 ‘한시적 그렉시트·500억유로 자산매각’ 대안으로 언급
구제금융 820억~860억유로 규모…8월까지 브리지론 120억유로 제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가운데)이 1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그리스 개혁안 수용 여부와 구제금융 협상 재개 문제를 논의한 유로그룹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 박진우 기자]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에 ‘3차 구제금융’ 조건으로 강도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그리스가 합의를 거부하면 ‘한시적 그렉시트’를 맞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12일(현지시간) 그리스가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에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개혁안을 논의한 결과 이런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해 유로존 정상회의에 안건으로 올렸다.

합의문은 연금과 부가가치세, 민영화 등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금지선’으로 설정한 분야의 개혁입법을 15일까지 끝내야만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리스에 3년 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이 필요하며 협상 타결까지 필요한 유동성 지원으로 120억 유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는 장관들이 합의한 문서로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스는 지난 9일 ESM에 3년간 지원을 요청하면서 개혁안을 제출했으며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유로그룹이 작성한 조건부 합의안을 토대로 ESM 구제금융 협상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그리스 제안보다 가혹한 개혁 촉구…15일까지 입법해야 협상 개시

유로그룹이 채택한 합의문은 구제금융 협상 개시 조건으로 12개 개혁법안을 15일까지 입법을 끝내라고 요구했다.

주요 개혁법안은 ▲부가가치세 간소화 ▲과세기반 확대 ▲연금체계 지속 가능성 ▲그리스 통계청 법적 독립성 보장 ▲재정지출 자동 중단 실행 ▲송전공사 민영화 ▲부실채권 처리 ▲그리스 민영화기구 독립성 강화 ▲행정부문의 정치 간섭 배제 등이다.

특히 전날 공개된 독일 재무부 문건에서 제안한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자산을 독립적 펀드로 설정하고 이를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유로그룹은 ESM 프로그램 개시의 요건으로 그리스 정부와 신뢰를 재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그리스 정부가 약속한 개혁 조치들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해야 하며 구체적인 일정과 목표 등을 설정하라고 요구했다.

유로그룹은 또 3차 구제금융이 시행된다면 채권단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의 실사와 자문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합의문은 단체교섭 축소 등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를 요구했다.

그리스는 채권단이 지난달 25일 제시한 협상안과 거의 같은 수준의 개혁안을 제출하면서도 채권단이 거부한 단체교섭권 부활을 명시했으며, 채권단이 요구한 대량해고 요건 재검토는 수용하지 않았다.

합의문은 또 시장규제 완화로 일반의약품(OTC)과 일요일 영업, 세일기간, 약국 면허, 우유, 제과점 등의 부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안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리스는 개혁안에서 OECD의 이런 경쟁규제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반의약품은 제외하고 관광버스, 화물차 면허 등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초안은 이런 개혁안을 올해 법제화하거나 개정하면서 채권단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2차 구제금융에서 권고한 개혁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 채무 탕감은 불가 경감만 가능…협상 결렬되면 ‘한시적 그렉시트’

합의문은 그리스의 부채를 만기 연장 등으로 경감(relief)만 제안하고 원금을 탕감하는 헤어컷을 거부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채권단은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보다 강도 높은 조치들에 합의한다면 채무 경감을 해주기로 했다.

합의문은 유로그룹이 지난 2012년 11월 채택한 부채 경감 약속에 따라 그리스의 부채가 지속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만기 연장과 상환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채무 재조정은 그리스가 개혁안을 모두 이행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합의문은 또 "유로그룹은 명목 부채 헤어컷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며 그리스가 요구한 헤어컷을 거부했다.

특히 독일 재무부의 제안대로 이번 협상이 결렬되면 그리스는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 협상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 문구는 괄호 안에 표기해 장관들 모두가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유로그룹은 그리스 정부부채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가 있지만 이는 지난 1년 동안 그리스 정부의 정책 실패와 그리스 내수 경기 침체, 국제 금융환경 등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그리스 정부에 지웠다.


◇ 3차 구제금융 820억~860억 유로, 브릿지론 120억 유로

유로그룹은 또 구제금융 규모를 820억~860억 유로로 추정했다. 이는 ESM 외에도 IMF가 2차 구제금융에서 지급하지 않은 160억 유로가 포함된 수치로 추정된다.

유로그룹은 그리스의 유동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언급하면서 ECB에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20일까지 70억 유로를 긴급 지원해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ESM 협상의 타결 목표시점으로 추정되는 다음달 중순까지 추가로 50억 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협상이 타결된다면 3차 구제금융 820억~860억 유로 외에도 브릿지론으로 120억 유로가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그리스 시중은행의 유동성도 고갈 직전인 상황을 고려해 은행권 자본확충에 100억~250억 유로를 지원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ESM을 통한 100억 유로를 즉각 지원해 은행들의 파산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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