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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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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 발전사, 에너지위기 때 체리피킹 의심”…가스공사 보고서 파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16 12:27
국내 한 민간 LNG 발전소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국내 한 민간 LNG 발전소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에너지 위기 때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직수입 발전사들이 의도적으로 비싼 현물 구입 및 발전량을 줄여 마진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체리피킹'을 했다는 가스공사 보고서가 발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가스공사는 비싼 현물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전기요금 급등과 한전의 대규모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반면 직수입 발전업계는 재고에 따라 구매가 이뤄질 뿐 체리피킹은 아니라고 부인하며, 가스공사의 현물 구입 증가는 정부의 LNG 공급계획보다 초과 발생한 수요가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1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송형상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계간 가스산업 제23권에 실린 'LNG 직수입발전사의 발전량 감소 군집행위와 그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직수입사의 LNG 도입량 감소가 의도적이었다면 발전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직수입사의 체리피킹이 그 원인일 것"이라며 “사상 최대로 국제 LNG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에 6개 직수입사들의 직수입 발전량이 모두 감소하는 군집현상이 발생함과 동시에 사상 최대의 수익실현이 이뤄졌다. 정황상 직수입사의 체리피킹을 합리적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체리피킹이란 시장 참여자가 자기한테 유리한 선택만 한다는 뜻으로, 완전자율경쟁 시장에서는 당연한 행위이나, 국내 LNG 시장처럼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섞여 있는 시장에서는 얌체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체 LNG 발전량은 전년보다 2.8% 감소했다. 이 가운데 직수입 발전사의 발전량은 25.5% 감소한 반면,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발전사의 발전량은 6.3% 증가했다. 보고서는 직수입 발전사의 발전량 감소가 의도적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내 LNG 발전소는 연료 출처에 따라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직접 LNG 수입해 사용하는 직수입 발전사 그룹과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발전사 그룹이 있다. SK E&S, 포스코인터내셔널, GS파워 등이 직수입 발전사이고, 남부·서부발전 등 대체로 한전의 발전사들이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 LNG 현물가격이 폭등했다. 연평균 LNG 현물가격(MMBtu당)은 2020년 3.83달러, 2021년 15.04달러, 2022년 34.25달러로 상승했다.


2021년 대비 2022년 민간 LNG 직수입 발전사들의 발전량 추이. 자료=송형상 한국가스공사 선임연구원의 'LNG 직수입발전사의 발전량 감소 군집행위와 그

▲2021년 대비 2022년 민간 LNG 직수입 발전사들의 발전량 추이. 자료=송형상 한국가스공사 선임연구원의 'LNG 직수입발전사의 발전량 감소 군집행위와 그 영향'

보고서는 2022년 LNG 현물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직수입 발전사들이 현물 구입을 줄이면서 발전량이 감소했고, 감소한 발전량만큼 다른 발전사들이 추가 발전함에 따라 가스공사가 이들에게 공급하는 물량을 추가하기 위해 비싼 LNG 현물을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개 직수입 발전사의 직수입 발전량은 전년보다 적게는 9%에서 많게는 87% 감소했다. 하지만 직수입 발전사들은 2022년에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5개 직수입 발전사의 발전수익은 총 1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0% 증가했다. 또한 5개사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전년보다 최소 25%에서 최대 362% 증가했다.


직수입 발전사들은 비싼 현물을 구입하지 않음으로써 도입비용을 낮췄고, 가스공사가 비싼 물량을 구입해 공급함으로써 한전의 전력구매단가(SMP)가 급등해 직수입 발전사들이 큰 이익을 봤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보고서는 “발전공기업의 경우 SMP가 아무리 높아져도 정산조정계수가 적용돼 원료비 마진이 제한되기 때문에 2022년 SMP 급등 시기에 LNG 발전시장에서 시장 대비 높은 초과수익을 얻은 기업은 민간 직수입 발전사가 유일하다"며 “현재의 LNG 발전시장 구조가 유지되는 한 향후에도 SMP 급등에 따른 수혜자는 민간 직수입 발전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직수입 발전사들의 행위가 2022년 한전과 가스공사의 대규모 적자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전은 영업적자 32조6500억원을 기록했으며, 가스공사는 미수금이 13조원으로 늘었다.


보고서는 민간 직수입 발전사의 행위가 에너지 수급 안정성을 저해한다며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가스발전시장의 연료확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전제조건과 같다"며 “국내 가스발전시장의 연료확보 안정성을 위해서 직수입자들의 도입계획과 이행의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발전용가스 장기계약 비중을 늘려 도입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과 특정 국가와 프로젝트의 불시정지로 인한 위험을 완화시키기 위해 국가 차원의 도입 포트폴리오를 계획 및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가스공사의 보고서는 민간 직수입 발전업계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현재 LNG 도입시장은 물량을 지키려는 가스공사와 그 물량을 뺏으려는 민간 직수입사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도입비중은 가스공사 79%, 직수입사 21%이며, 직수입 물량은 계속 늘고 있다.


직수입 발전업계는 가스공사 보고서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직접적 대응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 이행을 위해 LNG 재고량에 따라 LNG를 구매할 뿐, 가격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또한 가스공사도 언급했듯 가스공사 현물 구입 증가는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반영된 공급계획보다 수요가 초과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3월 21일 과학기술포럼 발표에서 “장기 계약을 맺어 LNG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정부의 전력기본계획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가 너무 크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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