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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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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홍수’ 전례없는 지구촌 기후위기에 광물가격 급등 조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3 10:39

잠비아, 최악의 가뭄에 국가재난사태 선포

수력발전량 줄어 구리 생산 차질, 가격 20%↑

우라늄 생산 1위 카자흐스탄 홍수로 생산 차질

김윤경 교수 “수입처 다변화, 개발에 HSE 적용”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엘리뇨 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해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고 엑스(X)에 적었다.

최근 구리 가격이 2년만에 최고치로 오르는 등 광물 가격이 심상치 않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가뭄, 홍수 등 전례없는 자연 재해가 발생하면서 자연에서 채굴하는 광물 생산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을 반대하는 환경 시위까지 거세지고 있어 환경이 자원 산업의 최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마이닝닷컴 등 외신 및 광업계에 따르면 최근 잠비아 국영 전력청 제스코(Zesco)가 전력 공급에 대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함에 따라 잠비아 내 구리 광산업체들이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잠비아에는 농업분야에 비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5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다음 재배 시기까지 약 600만명이 기아, 영양실조에 놓이게 됐다.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 연설에서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으로 더욱 악화한 가뭄이 물과 에너지 공급은 물론 식량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가뭄을 국가재난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잠비아는 국가 전력 생산량의 85%를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가뭄으로 발전량이 크게 감소했다. 잠비아 정부는 구리 광산업체들에게 전력 공급 약속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잠비아는 아프리카에서 민주콩고 다음으로 광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연간 구리 70만톤가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2031년까지 구리 생산량을 4배 이상으로 증산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작년 말부터 조업이 중단된 파나마의 생산량 세계 10위 꼬브레파나마 구리 광산에 이어 이번 잠비아 구리 생산까지 차질이 발생하면서 구리 공급 감소로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4월 셋째주 구리 가격은 톤당 9513달러로 6개월만에 20% 올랐으며,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라늄 최대 수출국인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남부에는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러시아 남부 쿠르드주가 홍수로 물에 잠겨 있다.

▲러시아 남부 쿠르드주가 홍수로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우랄 지역과 카자흐스탄 북부 지역에 전례없는 폭우가 내렸고, 이로 인해 쌓였던 눈까지 녹으면서 시베리아 남부 알타이산에서 발원한 오비강과 지류인 이르티시강이 범람했다. 이로 인해 강 주변 마을이 침수돼 12만50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번 홍수는 1994년 발생한 홍수보다 2배 규모로 전해졌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우라늄 생산의 약 40%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홍수로 우라늄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하락세를 보이던 가격은 3월 중순 파운드당 86달러대에서 최근 89달러대로 오름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작년 말 미국의 러시아산 우라늄 제재까지 겹친 상황이라 공급 차질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원개발을 반대하는 환경오염 반대 시위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꼬브레파나마 구리 광산 가동 중단은 처음에는 작은 파나마 지역주민들의 환경 시위로 시작됐으나 나중에 전국적인 시위로 번진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광업권 허가를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결국 가동이 중단됐다.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 중 한 곳인 아르헨티나의 카타마르카(Catamarca)주에서는 리튬 개발로 인해 하천이 고갈된다는 지역주민의 시위가 발생하자 주법원은 리튬 프로젝트의 새로운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며 신규 프로젝트의 허가 발급을 중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2월 초반 88위안대에서 최근 109위안대로 상승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스지는 최근 연구에서 친환경 광물 채굴로 인한 자연림 파괴로 아프리카 고릴라, 보노보, 침팬지의 1/3가량이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어드밴스지는 친환경 체제로의 전환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며 광물개발 업체에 생물다양성 자료 공개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보호 의무까지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 교수(전 자원경제학회장)는 “기후위기는 우리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지역에서만 자원을 수입할 게 아니라 수입처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자원기업들이 개발과정에서 HSE(Health·Safety·Environment) 활동을 강화해야 하며, 우리 기업이 앞장서서 HSE 시스템을 적용하면 사업 지역의 원주민과 국가에서 보다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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