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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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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대형사에서 가입해야지”…양극화 심해지는 보험업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2 17:35

지난해 손보사 CM 점유율 빅4에 몰려
자동차보험상품 경쟁도 대형사에 밀려

중소형 손보사, 요양·소액보험 등에 시선
생보사, 연금시장 제도 개편 타고 기회모색

보험사

▲보험업계 내 상품 판매력이 대형사 위주로 쏠리면서 중소형사와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내 상품 판매력이 대형사 위주로 쏠리면서 중소형사와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중소형사들 중에서는 대형사와의 경쟁이 크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시장에서 2차적인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사이버마케팅(CM) 채널에서 거둔 수입보험료 중 '빅4'(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점유율은 94.3%로 전년 대비 3.0%P 증가했다. CM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고객이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을 뜻한다.


빅4 중에서도 삼성화재의 CM 점유율이 44.1%로 선두 지위를 지켰다. 이어 현대해상의 수치가 17.9%를 나타냈다. DB손해보험은 16.5%, KB손해보험은 15.8%로 각각 0.7%P와 1.8%P씩 CM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


빅4의 CM 점유율이 높은 까닭은 대부분 CM으로 판매되는 자동차보험상품의 점유율이 빅4가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최근 보험상품 비교·추천 플랫폼 서비스 도입 등에 힘입어 중소형사가 약진할 것이란 기대감이 실리지만 아직까지 대형사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추세다.


마케팅 비용과 상품 개발 능력이나 설계사 숫자 등이 상품 판매력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인데, 중소형 손보사가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설계사 수에 밀리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비대면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CM채널에서조차 주도권을 내어주면서 손보사들이 꾸준히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이기에 시장이 크고, 상품은 보험사별 특성과 관계없이 일률적인 편이라 비교적 경쟁을 노려볼 수 있는 시장이었는데 대형사와의 양극화 벽을 넘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생보사도 판매량이 대형사에 쏠리면서 양극화가 나타나는 추세다. 양극화는 지난해 연간 실적 희비를 가르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은 40%대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지만 일부 중소형사는 마이너스를 가리키기도 했다. 생보업계에선 저축성보험에 매진했던 회사들의 경우 보장성보험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 지표에서 불리한 위치를 얻게된 영향이 있다.


이에 중소형사들은 기존 경쟁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으로도 눈을 돌려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손해보험 업계는 초고령화를 앞둔 추세적 변화에 따라 요양 시장 진입과 상품개발 등에 주력할 전망이다. 디지털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외에도 여행자보험이나 휴대폰, 골프보험 등 소비자 니즈나 회사별 특성을 살린 소액 단기 보험으로 눈을 돌렸다. 암보험과 같은 보장 설명이 필요한 상품보다 경쟁이 쉽기 때문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비교적 크게 경쟁하지 않는 시장이 접근성이 높다. 다만 보험액 규모와 납입기간에서 차이가 있기에 경쟁에서 성공해도 수익성을 늘리는 것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정부가 퇴직연금 수수료 부과 체계를 개편함에 따라 수수료 절감을 기회로 고객 유인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새로운 퇴직연금 수수료 부과 체계를 시행했다. 제도 개편으로 기존 대기업보다 높은 퇴직연금 수수료율을 부담했던 중소기업의 가입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생명 등 일부 생보사는 퇴직연금에 가입한 중소기업 고객사에 대해 퇴직연금 수수료 감면 혜택 제공에 나섰다.


미래에셋생명은 금감원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적용된 IRP 계좌에 대해 운용수익률 부진 시 수수료를 덜 받는 '성과 연동' 구조 도입에 따라 해당 고객을 타깃으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달부터 IRP 수수료 면제와 관련한 혜택을 제공 중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퇴직연금 점유율이 증권, 은행 업권에 밀리는 추세지만 보험업계에선 경쟁에 있어 관심이 크지 않았던 해당 분야가 오히려 중소형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연금시장이 생보사 핵심 사업 중 하나이기에 자율적으로 수수료율 인하에 나서는 등 해당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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