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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키운 증권사에 금융지주 실적↑...하반기도 '효자 노릇' 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10 07:54

KB증권, 2분기 순이익 62.67%↑
NH투자증권-하나금투 사상 최대실적
KB금융·하나금융·NH지주 비은행비중↑
신한금융투자 펀드 충당금에 나홀로 ‘울상’
하반기에도 지주사 실적 ‘증권사’에 갈릴듯
강세장 속 펀드 관련 충당금은 ‘변수’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충당금 적립에도 증권사 호실적에 힘입어 양호한 성과를 달성한 가운데 하반기에도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증권가를 둘러싼 분위기도 나쁘지 않지만, 하반기에도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예고돼 있는 만큼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 지주사 소속 증권사들, 잇단 사상 최대실적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금융지주사 소속 증권사들은 2분기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KB증권은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2302억원, 당기순이익 15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9%, 62.67%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94.2% 늘어난 2963억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2305억원으로 114.3% 증가했다. 이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다.

특히 하나금융투자는 상반기, 2분기 기준으로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분기 영업이익 1470억원, 순이익 125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8.81%, 39%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2113억원, 순이익 1724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0.3%, 13% 늘었다.

▲금융지주사 소속 증권사 2분기 실적 및 전년 대비 증감률.


◇ 코로나19 충당금에도...지주사 비은행부문 비중 '쑥'

이들 증권사의 선전에 힘입어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도 전체 순이익 내 비은행부문 비중을 늘리며 코로나19 여파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 누적 연결당기순이익 1조3446억원으로 2012년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순이익 기준 비은행부분 기여도는 33.3%를 기록했다. 즉 전체 순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은행이 아닌 증권, 캐피탈, 카드 등 비은행부문 계열사에서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KB금융지주도 비은행부문 수수료이익 비중을 작년 상반기 49.4%에서 61.1%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상반기 순이익은 1조71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6.8% 감소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침체와 금리 하락 등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했다는 평가다. NH농협금융지주 역시 2분기 순이익 5716억원으로 우리금융지주(1423억원)를 앞지르고 지주사 4위에 올랐다.

▲하나금융지주 당기순이익 기준 비은행부문 기여도 추이.(자료=하나금융지주)


모든 금융지주사가 증권사 덕분에 웃은 것은 아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 571억원으로 전년보다 60% 급감했다. 이는 신한카드(3025억원), 오렌지라이프(1375억원), 신한생명(916억원)보다도 낮은 성과다. 2분기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 관련 충당금으로 1248억원을 쌓은데다 라임펀드 관련 충당금 769억원을 영업외 비용으로 반영한 탓이다. 그 결과 신한지주 상반기 누적 순이익 1조8055억원, 2분기 8731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2.34%, 5.69% 감소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아직 증권사를 계열사로 갖추지 못한 탓에 2분기 순이익이 14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7% 급감했다.


◇ 하반기에도 '증권사' 등 비은행부문 실적 주요 변수로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지주사들의 실적도 증권 등 비은행부문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이슈가 계속될 가능성이 큰 데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면서 차별화된 실적을 거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증권사의 경우 최근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거래대금 역시 증가세를 보이면서 대내외적으로 실적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투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IB 에서 국내외 대체투자 빅딜을 꾸준히 발굴 중인 만큼 상반기와 같은 흐름을 하반기에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1월 1900억원 규모 핀란드풍력발전소 지분인수를 비롯해 2월 3000억원 규모 뉴욕호텔 재건축사업 브리지론, 지난달 920억원 규모 뉴욕 맨하튼 30 허드슨야즈빌딩 메자닌 투자도 단행했다. 하나금융투자 측은 "WM과 IB를 중심으로 최근 몇 년 새 실적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이에 안주하지 않고 하반기에도 더욱 우수한 실적을 내기 위해 임직원이 심기일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 '펀드 충당금 불확실' 호실적 달성 여부 비관론도


다만 최근 금융권에서 사모펀드 사태가 계속해서 터지면서 하반기 호실적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NH투자증권은 2분기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 관련 충당금 800억원을 반영했다. 아직 옵티머스 사태 관련 선지급 여부나 원자산 회수율 등이 정해지지 않아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소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금융사 관계자는 "상반기 증권사들 실적을 보면 대체로 거래대금 증가 등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었지만 충당금 이슈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며 "펀드 관련 충당금은 일회성 비용이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증권사들 실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분기는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실적이 대부분 좋지 않았지만 2분기는 기저효과로 인해 대부분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며 "3분기에도 WM과 IB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나, 실적 증가 폭은 2분기에 비해서는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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