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8일(수)
에너지경제 포토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윤하늘 기자기자 기사모음




유가-주가 폭락에...ELS-DLS '원금손실' 공포 커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3.25 08:20

1조5000억원 규모 ELS·DLS 원금손실 ‘경고등’
대부분 만기 여유 있지만 원금손실 가능성 공지 1077개
코로나19 지속되면 손실 불가피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의 규모만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세계 증시와 국제 유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간 상품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ELS 발행 주체인 증권사의 운용손실 확대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16개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외 주가지수 또는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공지한 ELS·DLS는 모두 1077개로 집계됐다.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의 미상환 잔액은 총 1조 5094억원에 이른다.

상품별로 기초자산으로 삼는 항목과 손실 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유가나 해외증시 지수나 종목 등이 발행 당시 기준 가격보다 35~50% 정도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생기도록 설계돼 있다. 큰 폭으로 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된다는 면에서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국내외 주요 국가의 증시가 폭락한 데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유가 전쟁’으로 국제유가도 하락하면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ELS·DLS가 늘어나고 있다.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 1년간 고점과 비교하면 현재 66%, 브렌트유는 같은 기간 64% 정도 폭락했다.

▲(자료=메리츠종금증권)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지난 2월 기준 잔액은 9140억원이다. ELS는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품 대부분이 유럽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스톡스 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유로스톡스 50지수는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34% 정도 하락했다.

따라서 앞으로 유럽의 코로나19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유럽 경제 위축 및 주가 하락이 심화할 경우 원금 손실 구간으로 떨어지는 ELS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른 주요국 주가지수들도 급락장세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2.1%,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31.4%, 코스피200 지수는 30.5% 각각 급락한 상태여서 향후 주가 급락이 지속되면 관련 ELS들도 일제히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ELS와 DLS는 만기까지 가격과 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 ELS 발행사의 대규모 운용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사의 ELS 운용방식은 크게 자체헤지와 백투백헤지로 나뉜다. 백투백 헤지는 외국계 증권사에게 ELS 손실이나 이익을 모두 전가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ELS 자체헷지를 하는 증권사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대한 우려가 비합리적으로 작동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극도록 위축됐다는 점이다.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수조원 규모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가 자체헤지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자체헤지 ELS 물량은 2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 관련 자산의 평가손실 우려와 ELS·DLS 운용손실 우려가 반영됐다"라며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면서 ELS·DLS 운용에 있어 수반되는 증거금 부담 확대, 이로 인한 증권사의 유동성 우려까지 더해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증권사의 증거금 부담이 계속 불어나는 구조는 아니고, 일정 수준 이후에는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