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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갈등 격화 속 미중 무역분쟁도 '지지부진'...경기침체 '경고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8.16 11:20

美 중국산 제품 관세부과 연기 훈풍 하루만에 잠잠..."중국 양보 없었다"
2년물-10년물 금리 2007년 이후 첫 역전..."미중 무역갈등 더 악화됐다"
일본 극우인사 잇단 혐한 망언에 한일 갈등 격화...'동남아산업도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본격화된 한일 갈등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격화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금융 시장에 향후 글로벌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경고등'이 켜졌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연기한 것과 관련해 중국 측으로부터의 양보는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글로벌 경기가 추가로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美상무부 "중국 관세부과 연기, 中양보에 대한 답례 아냐"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은 불과 하루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성명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9월 1일부터 부과키로 했던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관련, 일부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오는 12월 15일까지 관세를 연기하기로 했다. 

또 일부에 대해서는 관세 목록에서 아예 삭제하기로 했다.

관세 부과가 연기된 품목에는 수입규모가 큰 제품들이 포함돼 있다. 휴대전화와 랩톱의 교역규모만 약 800억달러에 달해 10% 관세 부과가 예고됐던 3000억달러 상당 제품의 4분의 1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중국 상무부가 성명을 통해 류허 부총리가 미 협상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13일 밤 통화를 했다고 밝힌 지 불과 몇 분 뒤에 이뤄졌다. 미중 고위급 무역대표단은 전화통화를 하고 향후 2주 내에 추가 통화를 하기로 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매우 좋은 논의를 했다고 강조하면서 그간 격화된 무역갈등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어제 중국과 매우 좋은 논의를 가졌다"며 "매우 매우 생산적인 통화였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 부과를 연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 "우리는 크리스마스 시즌 때문에 이것(추가 관세 부과 연기)을 하는 것이다.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연기에서 촉발된 훈풍은 미국 상무부의 발언으로 하루 만에 잠잠해졌다.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다음달인 14일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관세부과 연기) 조치는 (중국으로부터의 양보에 대한) 답례가 아니다"며 "중국 측으로부터의 양보는 없었다"고 밝혔다.

로스 장관이 언급한 중국의 양보는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중국의 구매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위협하면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구매 중단을 발표했다.
  
로스 장관은 미중 협상과 관련해 "정말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상호 합의 될 때까지는 누가 어디에 와 있는지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약간 시기상조다"고 강조하며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아울러 로스 장관은 중국 측과의 추가적인 전화접촉이 논의됐지만 대면 협상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 2년물-10년물 금리 10여년만에 역전...채권시장 '경기침체' 경고등

결국 미중 무역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채권시장에는 향후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경고등이 켜졌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장중 1.623%까지 떨어지면서 2년물 미국채 금리(1.634%)를 하회했다.

통상적으로 장기채는 자금을 오래 빌려 쓰는 만큼 단기채보다 제시하는 수익률(금리)이 높은 편이다.

이런 원칙에 역행하는 것은 향후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채권금리는 가격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경기 비관론 속에 장기물에 투자자금이 쏠리면서 채권값이 치솟았다는 뜻이다.
  
초장기물인 30년물 채권도 초강세를 나타냈다.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장중 2.018%까지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그간 2년-10년물 금리가 뒤집힌 이후 1년여 이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만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년-10년물 금리가 뒤집힌 것은 2007년 6월 이후로는 처음이다.

또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년-10년물 금리역전은 지난 1978년 이후로 모두 5차례 발생했고, 모두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침체 시기는 6~18개월 범위에서 제각각이었다.

저명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일간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채권시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면서 "물론 채권투자자들의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분명 시장을 휩쓸고 있는 비관론의 물결이 있다"고 주목했다.

침체 시기의 변수로는 단연 무역분쟁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미중 간의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오히려 올해 5월 협상이 결렬됐을 때보다 더욱 안 좋은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미중 협상 대표 간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농산물 구매나 화웨이, 환율 조작, 지식재산권 보호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진전이 거의 없다"며 "기존에 부과된 관세를 인하할 방법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고 부과를 선언한 관세는 추가로 적용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관세 부과를 연기하면서 경제 충격이 지연되고 있지만, 무뎌지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7월 주요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하게 나온 점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달의 6.3%와 시장 전망치 6.0%에 모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써 2002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7월 누적 산업생산 증가율도 작년 동기보다 5.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중국 정부의 산업생산 증가율 목표는 5.5∼6.0%다.
        
로이터 통신은 "예상에 못 미친 약한 7월 데이터는 미국과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


◇ 자충수 두는 일본...한일 경제갈등에 동남아 산업도 타격 입을듯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간 경제갈등 역시 도무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본 극우 인사들의 혐한(嫌韓) 망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일본 화장품 기업 DHC의 자회사인 'DHC테레비'는 최근 혐한 발언이 담긴 유튜브 콘텐츠인 '진상 도로노몬 뉴스'를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인 극우인사가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다. 일본은 그냥 조용히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출연자는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예술성이 없다. 내가 현대미술이라고 소개하며 성기를 내보여도 괜찮은 것인가"라고 망언을 했다.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DHC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여론이 악화됐다. 결국 올리브영 등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업계는 DHC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DHC TV는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명의로 공지문을 띄우고 '정당한 비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지문은 "프로그램 내 뉴스 해설의 한일관계에 관한 말은 사실에 근거한 것과 정당한 비평으로, 모두 자유로운 언론의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디가 혐한적이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가를 인상론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디자이너인 사다모토 요시유키(貞本義行·57)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평화의 소녀상을 "더럽다"고 표현하는 글을 올리며 망언을 퍼부었다. 
    
그는 "더럽다. 소녀상. 현대 미술에 요구되는 재미, 아름다움, 놀라움, 기분 좋음, 지적 자극성이 전무하며 저속한 진절머리밖에 없다"고 막말을 했다. 
 
이렇듯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망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동남아시아 관련 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신남방 지역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국가는 '베트남'인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은 전자부품·장비 분야 최종재를 생산하는데 한국의 부가가치 기여 비중은 2.72%(5억8800만 달러) 수준이다. 이는 해외 국가 중 가장 크다.
   
일본의 최종생산 부가가치 기여 비중은 2.09%, 중국은 1.87%로 집계됐다. 베트남 자국의 부가가치 기여는 27.2%였다.
    
필리핀의 경우에도 전자부품·장비 산업서 한국의 부가가치 기여 비중이 2.17%(3억5700만 달러)로 높은 편이었다. 싱가포르에서는 1.59%(10억100만 달러)였다.

부가가치 기여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한국의 전자부품 및 장비 수출이 감소할 경우 해당 국가의 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베트남 정부는 한일 갈등 고조가 자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달 초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중국 외교장관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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