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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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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회사에 합병해라"...운용사 빅3, 주주행동주의 강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6.16 10:06

KB자산운용, 최대주주 이슈 주주가치 훼손 기업 타깃
한국밸류, 상장사·펀드·주주 ‘윈윈’ 대상 기업 적극 발굴
미래에셋, 비재무적 요소 중시...보유종목 가치제고 주력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귀사(CJ제일제당)에서 발표한 쉬완즈 인수 공시에 따르면 인수 대금은 대부분 차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올해 쉬완즈 인수를 위해 차입금 확대가 불가피하나 재무안정성 관리를 위해 순차입금, 부채비율을 어느 수준에서 유지할 계획인지 회신 부탁드립니다." (2019년 3월 22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CJ제일제당에 보낸 주주서한 중 일부)

"이수만 총괄님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에스엠에게 수취하는 인세는 소액주주와 이해상충에 있습니다. 라이크기획과 에스엠 간의 합병, 그리고 30% 배당성향을 요청드립니다." (2019년 6월 5일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가 에스엠에 보낸 주주서한 중 일부)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주주 행동주의를 강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관들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의문을 갖고 있던 핵심 사안들을 콕콕 집어 상장사에게 답변을 요청하고, 펀드 수익률도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상장사들 역시 과거와는 달리 기관들의 주주서한에 성심 성의껏 답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운용사 가운데 주주 행동주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단연 KB자산운용이다.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는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를 운용하며, 배당 여력이 풍부한 기업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향후 배당성향 증가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나 지배구조 개선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에 주로 투자한다. KB자산운용은 투자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상장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2017년 12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골프존, 인선이엔티 등을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발송했으며, 에스엠과 이수만 회장을 대상으로 라이크기획의 계약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해 주목을 받고 있다.

KB자산운용 측은 "우리나라는 최대주주 이슈로 주주가치가 훼손된 기업들이 많은데,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이를 해소하면 알파를 창출할 수 있다"며 "보유종목에 대한 배당요구 또는 주주서한 발송여부는 충분한 내부 논의는 물론 기업의 투자 사이클, 배당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주주 행동주의 전략.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10년투자주주행복펀드’와 상장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안들을 중심으로 주주서한을 발송한다. 펀드 이름 그대로 주주서한을 보냈을 때 상장사와 주주, 펀드 투자자, 자산운용사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충분한 검토와 상의를 거쳐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 2월 영원무역홀딩스에 배당성향 확대, 중장기적인 배당정책 수립, 자사주 활용방안 모색, 유동성 확대 방안, 지배구조 투명화 촉구 등을 담은 주주서한을 발송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최근 에스엠 지분율을 기존 4.91%에서 5.01%로 늘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KB, 한국밸류와 달리 주주행동주의 관련 펀드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 특정 펀드 수익률뿐만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종목들의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같은 원칙에 입각해 지난 2월 태평양물산을 상대로 본사사옥 및 유휴자산의 매각 후 재임대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스튜어드십코드 관계자는 "주주권을 행사할 때는 재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환경 등 비재무적인 부분을 더욱 꼼꼼하게 따지고 있다"며 "다른 운용사와 달리 전사적인 차원에서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주주권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삼성자산운용은 다른 운용사와 달리 아직까지 상장사를 대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지는 않고 있다. 철저한 분산투자 전략에 입각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종목들이 많지 않을 뿐더러 5% 이상 보유한 종목들의 경우 배당이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이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종목은 청담러닝, 서울옥션, 원익QnC, 동국S&C 등 네 종목에 불과하다. 이는 삼성자산운용이 이들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지분을 5% 미만으로 보유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은 운용사 중에서도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매니지먼트 등 가이드라인이 워낙 강한 걸로 유명하다"며 "종목을 고를 때도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 해야 하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안정적인 대신 내부 매니저들은 고충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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