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마곡엠밸리 부실공사 '심각'...잇따른 '누수'에 주민 '망연자실'

오세영 기자 claudia@ekn.kr 2019.06.10 22: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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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입주 때부터 누수 문제 발생
수리 결과 스프링클러 동 파이프 부식으로 원인 밝혀져
업계 관계자 "동 파이프 부식 안 돼…다른 부분도 검사해야"
보일러·상수도 문제라면 집 뜯어내고 공사해야
서울시장들 숙원사업 ‘마곡개발’ 주거 단지부터 ‘휘청’


[편집자주] 서울주택공사(SH)의 부실공사가 심각한 상태다. 현재 10억원을 호가하고 있는 마곡엠벨리에서 누수 문제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누수는 지하주차장에서부터 아파트 천장 누수까지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가구가 이미 입주 직후부터 아파트 천장 누수로 고통을 겪은데 이어 누수가 발생했던 집에 또 다시 발생하거나 새로운 누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내 집 마련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들어온 입주민에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발주처인 SH는 방관하다시피 하고 있다. SH 홈페이지에 있는 "시민의 그늘이 돼 입주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각오가 무색할 정도다. 입주민들은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인 SH가 이럴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본지는 아파트 천장 누수 문제를 시작으로 마곡엠벨리의 문제점들을 심층취재를 통해 밝힌다.  


▲마곡엠벨리 단지 곳곳에서 누수문제가 발생해 입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엠벨리 단지의 한 아파트 거실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보수 공사를 해 놓은 모습. (사진=입주민 제공)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새 아파트에 입주하자마자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게 말이 되느냐. 거실에서 물이 새더니 1주일 후에는 안방에서 물이 샜다"

강남 이후 서울의 대형 개발 호재로 부상한 마곡지구의 대단지인 엠벨리 주민의 말이다.

마곡엠밸리 입주민들이 5년 전 입주 시작부터 발생한 누수 문제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누수사고를 당한 한 입주자는 "누수가 생기고 있는 스프링클러 동파이프는 겉으론 멀쩡해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을 통해 물이 샌다"며 "동파이프를 쓰는건 수명이 길기 때문인데 시공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동파이프에서 물이 줄줄 샌다는 건 싸구려 저질 동파이프란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리업체 전문가들은 싸구려 불량 자재를 사용한게 핵심원인이라고 진단한다. 한 전문가는 "엠밸리 아파트 스프링클러 문제는 사태가 심각하다. 언제 어디서 물이 샐지 알 수 없다"며 "동 파이프는 부식이 잘 안되고 수명이 긴 것이 특징인데 이 곳에 시공된 동 파이프는 엉망"이라고 했다. 그는 "스프링클러 배관을 전부 뜯어내고 새로 시설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10일 본지 취재결과 마곡엠밸리 입주자 온라인 카페에는 입주 시작 시기인 지난 2014년도부터 누수 관련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한 단지에서는 지난해 1년 동안 발생한 누수 사건이 총 1466가구 가운데 60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가구의 약 4%가 누수사고를 겪었다는 이야기다.

전체 단지에서 지난해 1년 간 발생한 누수건을 합치면 수백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누수가 입주 후 얼마 안된 시점부터 바로 시작됐으니 지금까지 일어난 누수건을 다 합친다면 얼마나 많을지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입주자들은 "누수사고가 끝없이 일어나다 보니 공사를 맡은 업체가 수리건으로 쉴틈없이 바쁜 실정"이라고 전했다.

누수가 일어나고 있는 부분은 스프링클러 배관이다. 스프링클러는 화재가 발생하면 천장 내부에 설치된 파이프로부터 물을 자동 분출시켜 화재 초기에 불을 끄는 중요한 장치다. 건물의 대형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 설비다.

대부분의 스프링클러 시스템은 평소 파이프에 물이 가득 차 있는 습식 헤드 방식이다. 평소 배관에 물을 가득 담아두고 화재가 발생하면 물을 분사시킨다.

▲마곡엠밸리 한 단지의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누수 관련 게시글 목록(사진=마곡엠밸리 온라인 카페 화면 캡쳐)

그러나 해당 단지의 사업을 맡은 서울주택공사(SH)는 규격에 맞는 건자재를 사용했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곳 모 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수리를 하는 과정에서 스프링클러 배관이 C급의 동 파이프 자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SH에서는 관급자재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관급자재란 공사를 발주할 경우에 자재의 품질, 수급 상황 및 공사 현장 따위를 종합적으로 참작해 정부 혹은 정부 산하기관이 직접 공급하는 주요 자재를 의미한다. SH 관계자는 "자재 선정 당시 여러 후보 군 가운데 동 파이프가 제일 적합한 것으로 결정됐다"며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자재들은 KS 규격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따로 자재 급수를 따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당시 제품 중에서 제일 품질이 높은 것으로 선정해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단지 임차인대표회장은 시공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차인대표회장은 "공사하는 과정에서 인부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우리 단지 동 파이프에서도 굳은 시멘트 등의 물질이 발견됐다"며 "배관 청소 과정을 거친 뒤 조립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건너뛴 셈"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 단지의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경남기업이다. 경남기업은 법정관리를 받다가 지난 2017년부터 SM그룹에 인수돼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엠밸리 입주자들은 "원천적으로 품질 불량 자재일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아직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게 아니다"라며 "계속 원인을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곡도시개발사업은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개발지인 강서구 마곡동과 가양동 일원을 마곡지구로 지정해 지식산업 그린시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특히 서울시장들의 숙원사업으로도 이목이 집중돼 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낼 당시인 2005년부터 구상안이 나오기 시작했고, 후임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여기에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더해 환경친화적인 단지로 격상시켰다. 이들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박원순 서울시장도 마곡 개발 프로젝트 만큼은 이어가고 있다.

전체 면적 366만 5783㎡의 규모로 개발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서부지역의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강서구 마곡중앙로와 마곡서로에 위치한 마곡엠밸리는 SH가 분양했으며, 15단지까지 구성된 아파트 단지다. 아직 분양 예정 단계에 놓여있는 9단지까지 입주를 시작하면 총 1만 가구가 넘는 대단지다. 최근 시세가 분양가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를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분양 당시 4억원이던 84㎡ 주택형은 현재 9억원에서 10억원 사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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