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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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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화재로 통신 ‘대란’…한순간에 무너진 대한민국 재난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11.25 10:36

▲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KT 관계자 등이 복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



KT 아현지사에서 일어난 화재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KT는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완벽한 복구까지는 일주일이 소요될 예정이다. 5G 시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한민국 재난망 컨트롤 타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첫눈과 함께 찾아온 통신 장애에 시민들 ‘발만 동동’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기록적인 첫눈이 내린 지난 24일 토요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20대 남성 노모 씨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스마트폰은 내내 ‘먹통’이었고, 인근 빌딩 지하의 푸드코드에서 점심을 먹고자 했지만 식당에선 신용카드 결제가 어렵다며 현금을 요구했다. 결국 노씨는 추운 눈길을 찾아 헤맨 끝에 은행 ATM 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후에야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데이터 송수신도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가능해졌다. 노씨는 "날씨도 추운데 휴대폰도 안 되고, 카드도 쓸 수 없어 난감했다"며 "친구에게 물어볼 수도, 검색을 해볼 수도 없어 답답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김모 씨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김씨는 "아이가 친구들과 외출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라며 "스마트폰과 TV, 심지어는 일부 ATM도 안 돼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화재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


이날 빚어진 ‘통신 대란’으로 일부 프랜차이즈 업계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콜센터와 온라인주문관리업체가 마비된 일부 업체는 통합 회선을 통한 배달 주문 접수를 받을 수조차 없었다. 파파존스 측은 "KT 화재로 인해 네트워크 및 GIS 장애 등 전산문제가 발생했다"며 "(24일 오후 5시) 현재 콜센터를 통한 주문과 온라인, 모바일 주문이 모두 불가하니 주문전화는 매장으로 직접 걸어달라"고 밝혔다. 맥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맥도날드 측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은평구, 중구에 위치한 일부 매장에서 카드결제와 전화통화, 배달주문 등이 어려울 수 있다"며 고객에 양해를 구했다.


◇ KT "복구 최선 다하는 중"…재난망 컨트롤타워 ‘어쩌나’

▲화재현장 인근 한 가게에서 통신장애로 카드결제가 안돼고 있다. (사진=연합)


이날 오전 11시 12분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는 원인이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신고 접수 10여시간만인 오후 9시 26분께 완전히 꺼졌다고 밝혔다. 이날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아현국사 회선을 이용하는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일대와 은평구·경기도 고양시 일부지역에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KT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서비스가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다.

KT는 이날 여러 차례 입장자료를 내 복구 상황을 알렸다. 25일에는 "오전 9시 기준으로 이동전화기지국은 60% 복구되었으며, 일반 인터넷(카드결제 포함) 회선은 70% 복구, 기업용 인터넷 회선은 50% 복구했다"며 "금일 중 불편을 겪은 고객에게 사과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며, 당사는 빠른 복구를 위해 지속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어제 화재진압 후 통신구 진입을 시도했으나 소방당국에서 안전상 문제로 진입을 불허했다"라며 "현재 신속한 복구를 위해 케이블을 지하 통신구가 아닌 외부에서 건물 내 장비까지 연결하는 작업을 병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KT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언제까지 완벽하게 복구가 이루어질지 단언하기 어렵다"라며 "유선인터넷 가입자 및 카드결제 서비스 복구를 우선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객 피해 보상 등에 대해 질의하자 "일단은 ‘복구’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라며 "보상에 대한 논의는 향후 이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가기간통신사인 KT의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더군다나 KT는 지난달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서 서울을 포함한 두 구역을 가져갔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소방·경찰 등 재난 대응기관의 무선통신망을 단일망으로 통합해 재난 현장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망이다. KT가 재난망 사업을 맡은 지역은 서울과 대구, 대전, 세종, 경북, 충남, 제주를 포괄하는 A구역과 광주, 경기, 강원, 전북, 전남을 포괄한 B구역으로, 발주 규모는 7146억4100만원에 이른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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