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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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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의 눈] ICO는 사기? 기술경시가 재앙 부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7.1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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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머다하고 전 세계 돈이 쏠리는 시장. 일찍이 꿈꿀 수 없던 신흥부자들이 탄생하는 곳. 5%의 옥(玉)과 95%의 석(石)이 존재하는 곳. 신세계를 여는 ‘뜨는’ 시장이지만 언론조차 입에 올리기 꺼리는 게 요즘 핫하디 핫한 가상화폐공개(ICO)다. ICO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려는 스타트업들이 암호화폐로 자금을 모으는 것을 뜻한다. 블록체인 사업의 성패가 ICO에 달린 셈이다.

해외에서 둥지를 트는 국내 블록체인 업체들이 언제 어떻게 ‘대박’을 칠 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 한국에서 그런 대박을 볼 일은 없다.

정부 공백 때문만은 아니다. 기술은 사라지고 ‘펌핑’만 남은 업계 분위기도 그렇다. 실제 수많은 ICO 관련 행사에서 조차 ICO라는 이름은 볼 수 없다. 혹시라도 사기라는 인식을 심을까 알아서 몸을 사리는 것이다.

인류의 4번째 부의 이동을 목전에 두고 우리는 어쩌다 ICO를 ICO라 부를 수 없는 처지가 됐을까? 게다가 그 중심에 한국이 ‘있을 뻔’ 했는데도 말이다.

비단 암호화폐의 문제만이 아니다. 요즘 경제 전반에서 ‘있는 놈은 때려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국 특유의 기술 경시 정서에 이 같은 분위기까지 더해져 ICO를 더욱 ‘금기’로 만들고 있다.

최근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우리는 흔히 기술자들을 공돌이라 불렀다. 한국 사회의 성공은 판검사로 대변됐다. 의사를 하다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다는 경우도 더러 있을 정도다. ‘고시 출신’ 문과생들의 정책은 간혹 기술 경시와 함께 기술 무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가 아직까지 문송해야 한다면 대단한 실수다. 앞으로도 문송할 예정이라면 우리는 ‘살아남느냐 뒤쳐지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다잡은 경제 대국의 기회를 놓쳤다고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전세계 미래학자들이 하나같이 말하듯 이제 국가 경쟁력은 변화와 적응에서 나온다. 비가 와도 뛰지 않는다는 책상물림 선비의 문화가 아직도 지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명분이 실리를 앞섰다. 이제 실리를 추구하고 악착같이 변해야 한다.

‘인터넷 강국 코리아’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탄생하지 않은 건 우리가 꼭 되짚어 봐야 하는 점이다. 변화를 통한 인프라 구축은 산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꿈 같지만 한국만 빼고 세계는 알고 있다. 이참에 한국이 타오르면 전세계가 들썩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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