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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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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중국의 힘' 글로벌 원자재시장서 더 커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6.08 15:03

원유선물 상장부터 철광석시장 개방까지

▲위안화. (사진=AFP/연합)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2대 원유 소비국, 7대 원유 생산국 중국의 힘이 세계 원자재 시장 안에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자본시장이 확대되면서 위안화의 영향력이 커졌고, 그 자본이 원자재 시장에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중국의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 위안화의 국제화, 원유선물 상장, 철광석시장 개방’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난 3월 상하이국제거래소(INE)에서 외국인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를 시작하고, 지난 달 4일부터 다롄상품거래소(D CE) 내의 철광석 선물 거래에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를 허용함에 따라, 원자재 시장에서 차이나머니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원유, 금속, 곡물 등 상품시장이 중국 투자자들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 ‘최대 원유소비국’ 중국,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 상장…세계 상품시장 허브로

지난 3월 26일 중국은 국제유가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영향력을 제고한다는 목표 아래, 상하이선물거래소 산하 상하이 국제 거래소(INE)에서 외국인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 상장된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은 해외 투자자에게 개방된 최초의 선물상품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보고서는 위안화 선물 거래가 중국 선물시장의 국제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했다.

과거 중국은 지난 1993년 중국 국내 투자자들만 거래할 수 있는 원유선물시장을 개장했으나, 과도한 변동성을 이유로 폐쇄한 바 있다. 정부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원자재 시장의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리스크를 최소화한 중국의 현지사정을 반영한 금융시장을 마련하게됐다는 평가다.

중국이 선물시장을 개설한 가장 큰 이유는 자국 원유 소비가 급증하면서 현지 수급 조건을 반영한 거래를 체결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기존 원유가격시스템은 영국 런던 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및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 WTI를 지표로 삼고 있다. 주로 중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질사워원유(sour crude)를 반영할 만한 원유선물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수급을 반영하는 벤치마크 가격도 없었다.

따라서 이번 상하이 원유 선물의 상장으로 기존 원유 선물 시장과의 차별화로 중국과 아태지역의 수급을 반영한 원유 벤치마크 가격이 형성되고, 이는 글로벌 원유가격 시스템에 변화를 줄 전망이다. 또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의 상장은 중국의 정유업체가 수입하는 막대한 양의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게 되면서 생기는 환리스크를 회피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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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블룸버그, 다롄 상품거래소, 한국광물자원공사)

개장 두 달 반이 지난 현 시점에서 상하이 원물시장은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습이다. 지난 달 9일 상하이 거래소의 원유선물 거래량은 24만계약(1계약은 1000배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4월 기준으로 미국의 WTI 거래량은 일평균 140만 계약, 브렌트유 거래양은 100만 계약으로 이들 거래량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개장 3개월인 것을 감안할 때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5월 8일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 다음날인 9일 INE의 거래량이 전날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했다.

보고서는 현재 △중국과 같은 고유황 중질유를 취급하고 있는 두바이 상품 거래소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거래량이나 영향력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원자재 시장의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크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인 리스크 등 예측 불가한 변수로 인해 변동성이 크며, △중국 시장에 대한 신뢰성과 당국의 개입여부에 대한 객관성 확보 등의 문제가 상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하이거래소의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내 수요와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글로벌 상품 시장의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 철광석 시장도 문 연다…다롄상품선물거래소(DCE) 외국인 투자자 개방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이자 세계 철광석 무역량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달 4일부터 철광석 선물 투자도 허용했다.

지난 4월 13일 중국 증권감독권리위원회가 5월 4일부터 외국인에게 철광석 선물 투자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후, 글렌코어 등 49개의 업체가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선물 시장을 개방했다.

보고서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가 제한돼 있어 다롄 상품거래소(DCE)의 영향력이 그나마 제한적이었는데, 철광석 선물 거래에 대해 외국인 투자를 허용함으로써 앞으로는 중국의 가격 결정력이 더욱 높아지고, 위안화의 국제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3년 10월 다롄상품거래소(DCE)에서 시작한 중국의 철광석 선물 거래는 2017년 329억톤에 달하며 이미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투자자가 중국 내에 제한됐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가격과의 연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철광석 시장의 중심의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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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블룸버그, 다롄 상품거래소, 한국광물자원공사)

보고서는 또 "다롄 상품거래소에서의 철광석 거래는 개장한 이래 가격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거래량이 급변동하는 경향을 띈다"며 "이는 철광석 가격 변동성 증가와 맞물려 헤징, 투기 목적의 거래량이 급증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이어 "2016년 4월 한달 간 거래된 선물 계약 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4배 증가했는데, 이는 수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자금이 철광석 시장에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 中원유·철광석 선물, 글로벌 경제지표에 포함되나?


보고서는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자, 자국의 비중이 큰 상품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원자재 금융시장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금융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원자재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원유 선물, 철광석 선물의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다롄 상품거래소 지표가 글로벌 인덱스 지수 등 경제 지표에 포함될 경우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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