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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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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의 눈] 절반조차 리콜되지 않은 '살인 에어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5.22 18:16
기자의 눈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일명 ‘살인 에어백’이라고 알려진 다카타 에어백 리콜에 한국지엠과 지엠코리아가 동참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해 말 리콜 의사를 타진하고 올해 3월부터 리콜에 돌입했다. 유보적인 입장을 고집하던 3개사가 에어백 리콜 실시를 결정하면서 비로소 국내에 다카타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을 수입·판매한 17개사가 모두 리콜을 진행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2016년 9월 처음으로 리콜 계획서를 받기 시작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안심하긴 이르다. 현실은 긴 여정에 앞서 이제 갓 첫발을 뗀 수준에 불과하다. 다카타 에어백 리콜의 성패는 업체에서 실제로 리콜을 이행하는 비율, 즉 리콜 이행률에 달렸다. 저조한 리콜 이행률을 간과한 채 결함을 지닌 에어백이 버젓이 도로 위를 누비도록 용인한다면, 고객 안전을 위해 손수 부품을 구입·교체하겠다고 밝힌 사측의 공언(公言)은 단지 공언(空言)에 그치게 된다. ‘실없는 말’로 전락하고 만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업체 14개사(벤츠, 한국지엠, 지엠코리아 제외)에서 실시한 다카타 에어백 리큘 이행률은 46.7% 수준이다. 에어백이 터질 때 파편이 튀어나와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리콜은 2대 중 1대꼴로만 이뤄진 셈이다. 다카타 에어백은 운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위험하다. 전 세계에서 20여 명이 해당 에어백 결함으로 목숨을 잃었다.

외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 역시 ‘살인 에어백’ 리콜율이 낮아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이달 초 BMW, 혼다,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FCA), 다임러 AG, 포드 등 12개사에 조속한 리콜 이행을 권고하는 서신을 전송했다. 지난해 2000만 대에 대한 리콜 및 교체를 주문했지만, 700만 대(42%)가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채 버젓이 도로 위를 누비고 있어서다.

리콜 이행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여러 가지다. 콜센터 근무 시간을 연장하거나 리콜 관련 정보 제공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분기별로 각 업체에서 실시한 리콜 이행 현황을 웹사이트에 게재, 경각심을 제고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가 해당 업무를 담당한다.

전 자동차 업체가 다카타 에어백 리콜에 참여했다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만 현재의 이행률 수준으로는 ‘반쪽짜리 리콜’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앞으로 리콜 이행률을 높이기 위한 관리·감독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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