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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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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에너지 전환시대…정부, 갈등관리에 나서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3.27 16:29

정종오 에너지부장


현대 사회를 정의하는 말은 많다. 감성 시대, 스마트폰 시대, 혼술·혼밥 시대…. 그 중 하나로 ‘갈등관리의 시대’도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그동안 위계질서에 익숙한 문화였다. 어른의 말은 경험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여졌다. 상사의 지시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암묵적 받아들임도 있었다. 옳지 않더라도 형식적으로라도 따르는 척 했다. 관습적으로 상하, 갑을 문화가 깊숙이 뿌리내렸다. 이제 이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다. ‘너와 나’는 수직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로 변했다. 이 상황에서 돌출되는 문제가 갈등이다. 수평적 관계에서 갈등은 필수적이다. ‘너와 나’가 똑같지 않은 이상 생각도, 몸짓도, 의견도 다를 수밖에 없다. 갈등이 생긴다.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요즈음 ‘소통’이 강조된다. 소통은 수많은 갈등 상황에서 서로를 좁혀나갈 수 있는 해결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 곳곳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강원 정선군 임계면 주민들이 때 아닌 시위에 나섰다. 태양광·풍력발전단지가 이 지역에 들어선다는 소식에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정선군 임계면 태양광·풍력발전 반대투쟁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는 "무분별한 개발로 소중한 청정산림생태자원이 없어지고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주민의 생존이 위험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은 채 무차별적 발전단지 건립은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에 반대하는 교수들의 모임도 지난 23일 구성됐다. 원자력 학계를 중심으로 경제·법학·자연과학 분야 등 전국 57개 대학의 210명의 교수들이 참여한 이른바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이하 에교협)’가 그것이다. 문제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이들은 한마디로 잘라 말한다. 조기 대선으로 깊게 논의되지 않았던 탈원전·탈석탄·재생에너지 정책 공약이 에너지 정책의 기조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원전 안전에 대해서는 사실 왜곡은 물론 그 위험성도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그 사이에 공포와 불안감만 조성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에교협에 참여한 교수들은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전문가만 에너지 논의에 참여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덕환 에교협 공동대표(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국가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인데 특정 분야 전문가에 의해 독점, 왜곡되고 있는 것은 슬픈 현실"이라며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창립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친환경 에너지로 표현되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소 등이 오히려 환경을 더 많이 파괴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재생에너지 2030’을 발표하고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정선군 임계면 주민들의 시위와 210명의 교수들이 만든 에교협 모두 그 원인은 다른데 있지 않다. ‘왜 같이 논의하지 않느냐’에 있다. 갈등 국면에서 자신들은 ‘소통’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의 표시이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서로의 의견이 대립하는 흐름으로 갈 것이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추세이다. 에너지 전환은 전 국민의 관심 사항이다.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 정부가 이제 갈등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각계각층 이해관계자들의 숱한 의견 대립만 있고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는 소모적 상황에만 머물 것이다. 갈등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단 갈등의 궁극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이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가 전제 조건이다. 갈등을 방치하고 일방적으로 한 쪽만을 지지하고 다른 쪽을 무시하면 갈등은 공동체를 망가트리는 위험 요소가 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 시대, 정부의 갈등관리가 중요해 지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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