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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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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냐 민간이냐'...청와대, 한전 사장 놓고 3개월째 장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2.20 16:24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 성패의 키로 판단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관료 출신이냐, 민간 출신이냐’

한전 사장 임명을 놓고 청와대의 고민이 깊다. 청와대가 장고하고 있는 이유는 ‘정책’과 ‘사업’ 즉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책만 챙기려면 관료 출신을 앉히고 싶지만, 사업까지 고려한다면 민간 출신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에너지전환 정책의 핵심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 있어 전력은 물론 에너지신산업 그리고 원전수출까지 총괄하고 있는 게 한전이고, 한전 사장이다. 한전 사장을 이 정부 에너지 정책의 성패를 가를 키맨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전력·에너지신산업·원전수출 그리고 전기요금 억제까지...사장 역할 막중


한전은 발전사업의 90%에 달하는 발전 공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데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주사업자로 원전 수출사업을 총괄하고 있고, 사우디와 영국원전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또 전국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스마트그리드와 전남도 에너지밸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마이크로그리드 등 에너지신산업의 컨트롤타워로, 자금 조달부터 기업관리까지 사업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도 한전이다. 에너지업계는 물론이고 전 산업계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성패는 한전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전력(발전 포함)과 에너지신산업 추진을 위해서는 선봉장으로서의 한전 즉 한전 사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위원장을 맡았던 한 에너지 전문가는 "한전 사장은 단순히 한 회사의 사장이 아니라 전력산업 전체를 이끄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사회적 영향력이나 지명도도 중요하다"며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중심이 전력이기 때문에 빨리 후임을 임명해 본격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지만 과거에는 대부분 임기만료 후에 다음 인선이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조 전 사장이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정부 측에서도 차질이 발생한 것 같다"며 "정부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름이 거론됐던 인사들이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등 적합한 인물을 찾기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계 한 고위 관계자는 "DJ와 MB 정부 때 두 차례 민간기업 출신이 한전 사장직을 맡았는데, 정부와 의견 소통이 안 돼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청와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이번에 임명되는 인물이 문재인 정부 집권 말기까지 한전을 맡게 되기 때문에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쌍수 전 사장은 재임기간 중 석유·천연가스의 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이 따라서 오르는 연료비 연동제와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고, 김중겸 전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한 정부와의 갈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 한 채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에너지업계 일각에서는 한전 사장의 역할이 ‘전에 없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력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한전 사장이 신재생에너지 확대 이외에 사업에서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신임 사장이 온다고 해서 현재 한전의 적자가 극복될 것 같지 않다"며 "정부가 발전단가가 낮은 원자력 대신 가스발전을 확대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막고 있으니 한전은 당연히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문제를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전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실행만 하는 수행자 역할에 국한될 것이라는 얘기다.


◇ 공기업 기관장 출신 S씨, 관료 출신 K씨 등 하마평만 무성

조환익 사장 퇴임(12월 8일) 이전부터 현재까지 에너지 및 관가를 중심으로 공기업 사장 출신 S씨, 산업부 관료 출신 K씨, 출연 연구기관장 출신인 A씨 등이 시차를 두고 하마평에 오르내리다 다소 잠잠해진 상황이다.

에너지계 인사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S씨는 여당 쪽에서, K씨는 산업부에서 각각 후보자로 추천하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회자됐으나 최근 원자력 관련 기관 기관장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고, 일찌감치 하마평에 올랐던 국회의원 출신 O씨는 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후보에서 제외됐다.

산업부 박원주 에너지자원실장은 "조만간 공모가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청와대의 고민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교체된 정부, 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 정책과 사업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청와대의 고민이 ‘관료와 민간’ 어느 쪽으로 향할지 에너지는 물론 정관계의 시선이 청와대로 쏠려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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