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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제유가 시장] '42~58달러' 원유시장 올해도 ‘롤러코스터’…주요 이슈 3가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23 10:29

미국 셰일 증산·중동 지정학적 리스크·OPEC 감산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차량에 휘발유를 주유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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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변화 추이. (표=네이버 금융)

3년간의 긴 침체기를 통과한 원유시장에 마침내 강력한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초 20달러대까지 폭락했던 국제유가는 현재 배럴당 6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효과에 반신반의하며 유가를 부양할 수 있을 지 우려를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유가는 올 들어 13% 올랐고,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올해 원유시장은 수년래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냈다"며 OPEC 감산 연장에 따른 재고 감소와 세계 경제의 성장세에 힘입어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각종 호재 속에서 유가는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 국제유가는 1% 가까이 상승했다. OPEC 주도 감산이 유가를 지지하는 가운데, 미국 원유 재고 감소와 북해 포티스 송유관 폐쇄가 상방압력을 가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53달러(0.9%) 상승한 58.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0.76달러(1.19%) 오른 64.56달러를 기록했다.

OPEC 회의부터 미국 셰일업계의 증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올해의 유가를 움직인 주요 이슈 세 가지를 정리해봤다.


◇ 美산유량 역대 최고…셰일 증산 어디까지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치고 유가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부상한 미국 셰일업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게 거래되던 2014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원유시장은 사우디 에너지 장관의 말 한 마디에 출렁거렸다. 그러나 이제 시장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미국 원유재고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셰일 혁명 이후 사우디가 점유율을 잃으면서 힘은 분산되고 있고, 미국 셰일업계는 사우디를 제치고 스윙 프로듀서로 부상했다.

저유가 시기 잠시 주춤했던 미국 셰일업체들은 유가가 60달러를 돌파하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을 늘릴 전망이다.

EIA는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1월 7개 주요 셰일오일 생산 지역의 일평균 생산량이 전월 대비 9만4000 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음달 7개 지역의 일일 총생산량은 최대 64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평균 생산량이 520만 배럴이었던 올해 1월과 비교하면 120만 배럴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EIA는 지난주 발표한 2018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일평균 석유 생산량이 올해 920만 배럴에서 내년 102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내년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일평균 80만~100만 배럴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60 달러를 넘으면 셰일오일 업체들의 채산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BC는 "최근 유가 상승에 따라 셰일오일 업체들은 재무 상황을 개선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생산을 늘리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점유율 전쟁 끝에 살아나는 미국 셰일업체들은 더욱 강하게 돌아왔다. 기술적 혁명을 통해 손익분기점은 더욱 낮아졌고 시장 점유율도 회복하고 있다. 주요 셰일 업체인 EOG리소시스가 새로운 유정을 시추하는 데 걸리는 시일은 20일로 2014년의 38일에 비해 크게 단축됐다.

동시에 셰일의 생산비용은 하락했다.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미국 셰일의 손익비용은 현재 배럴당 35달러다. 유가가 최소 35달러만 넘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몇 년 전만 해도 비용은 중동을 비롯한 전통적 산유국의 3배가 넘었다. 또, 셰일에서 추출된 원유 비율은 5%에서 12%로 늘었고 앞으로 몇 년 안에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빈 살만 숙청 칼바람에 지정학적 리스크↑ + 아람코 상장



지난 달 초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실세 빈 살만 왕세자가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단행하자 유가는 크게 치솟았다. 호전적인 성향의 빈 살만이 중동에 전쟁을 몰고 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다.

그러나 한 달 반이 지난 현재 빈 살만은 재산을 몰수한 채 이들 중 65% 가량을 석방했다. 아직 완전히 권력을 장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왕족들의 반발이 두려웠을 수도 있고, 원래 목표가 개혁자금에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사우디발(發) 제2차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와 지난 6월 카타르 단교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모두 완화된 모습이지만, 올해 유가를 끌어올린 주요 재료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9월 들어 배럴당 50 달러를 넘어선 브렌트유 가격은 이라크의 키르쿠크 점령과 이란 핵협정 파기 가능성 등 중동 지역 이슈가 부각되기 시작한 10월 말부터는 급등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10월 20일부터 보름 만에 가격이 10% 이상 올라 지난 6일에는 배럴당 64.27 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랜트유 가격이 6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이에 대해 피터 테르자키안 오일프라이스 전문가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두려움이 ‘지정학적 리스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유 1배럴마다 시장참여자들의 두려움이 추가요금으로 붙는 식이라 보면 된다. 길었던 3년간의 공급과잉 시장이 마침내 끝을 보이며, 공급부족 우려가 시장을 강타하는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여기에 빈살만이 추진 중인 아람코 IPO도 유가 상승의 주 요인 중 하나였다.

사우디는 기업가치 약 2조 달러로 평가되는 아람코를 내년 하반기 중 사우디 증시와 해외증시에 동반 상장하고 지분의 최대 5%를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성사만 되면 세계 증시 사상 역대 최대규모 기업공개(IPO)에서 1000억 달러를 회수하게 된다.

주목할 지점은 빈살만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빈살만이 추진 중인 변화의 결정체 ‘비전2030’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아람코 IPO를 최대한 비싼 가격에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다. 개혁의 승패는 사실상 유가가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배럴당 40달러의 가격에서는 아람코 IPO가 완전히 실패할 것이고, 아람코 IPO에서 마련될 재원 없이 석유 다각화도 불가능하다. 경제적 기반이 부재한다면, 아랍 세계의 청년층이 열망하고 있는 사회 문화적 개혁 역시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유가가 배럴당 75달러를 넘어 100달러까지 급등한다면 빈 살만 왕세자에게는 서구 자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경제적 힘이 주어지게 된다. 그가 수십 년 동안 앉게될 왕좌를 통해 혁명적 계획을 시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아람코의 IPO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왕족과 보수 성직자들의 반발을 누르면서 왕권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본래 아람코는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로 사실상 왕가 소유 재산이기 때문에 아람코 지분 매각은 기득권층의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댄 디커 에너지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라크에서 이란, 이스라엘까지 중동 정세 균형은 빈살만 왕세자의 전략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은 유가가 얼마나 상승할 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그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 지를 보면 우리가 지금 당장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 지 알 수 있다. 유가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 앞서 빈살만 왕세자는 "유가를 지지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감산이 결국 미국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에도 OPEC과 러시아가 감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빈살만을 꼽았다. 당장 유가 상승이 절실해서라기보다는, 사우디의 새로운 실세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 너무 오른 유가에 고민하는 OPEC …러시아와 감산 연장 합의



지난달 OPEC과 러시아의 감산 연장 합의로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예정된 합의였던 만큼,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았으나 추세적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1월 30일(현지시간) 열린 정례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감산 규모를 내년 12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OPEC 회원국이지만 원유 생산을 늘렸던 나이지리아와 리비아도 내년에는 올해 이상으로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국가들은 지난 1월부터 각각 120만 배럴과 60만 배럴을 감산하고 있다.

다만, 산유국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달 중순 에삼 알마르주크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원유 시장이 내년 6월까지 균형을 되찾을 경우 감산 합의가 이른 시점에 끝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알마르주크 장관은 감산을 틈타 미국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이 출구 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OPEC은 내년 6월 열리는 회의에서 출구 전략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11월 말 OPEC 총회 전 러시아는 감산 연장이 미국 원유 생산 증가를 자극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감산 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감산 합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라이벌인 (미국의) 셰일 공급이 얼마나 증가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OPEC도 감산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 지 고민했을 것"이라며 "11월 말 OPEC 총회 직전까지 연장 기간을 두고 여러 방안이 거론된 것은 OPEC이 셰일 혁명 이후 원유 가격 지배력을 잃었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또, 국제유가가 기대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서 OPEC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 가격 상승으로 OPEC이 주도하는 24개 산유국의 감산 카르텔이 붕괴할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등 미 외신은 OPE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OPEC 내부에서 지나친 유가 상승이 러시아 등의 내부 이탈을 부르고, 미국 셰일석유 생산을 부추겨 석유시장을 감산 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OPEC은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60달러 유가 수준을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감산 연장 합의 직후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시장(ICE)에서 2015년 6월 이후 2년 반만에 배럴당 65달러를 돌파했다. 이 값이면 셰일의 증산을 부추길 수 있다.

OPEC에서는 감산합의 연대를 유지하고, 미 셰일업계의 증산이 시장을 다시 어지럽게 하지 않도록 하는 적정유가 수준을 비공식적으로 60달러대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65달러로 오르면서 취약한 감산합의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OPEC 내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덴마크 삭소뱅크의 상품전략 책임자 올레 한센은 "추가 유가 상승은 감산합의를 깨고 몰래 생산하는 카르텔 붕괴로의 초대장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부 OPEC 회원국들은 유가 상승의 과실을 따먹기를 갈망하는 러시아 석유 업체들이 합의 붕괴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 석유업체들은 다른 OPEC 국영석유업체들과 달리 이윤이 최고의 덕목인 민간 업체들이라 유가 상승의 혜택을 누리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OPEC 내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유가수준은 제 발목을 자기가 잡는 꼴"이라며 "유가가 다른 석유업체들에도 매력적이라면, 감산합의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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