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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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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품시장 살린 ‘아이디어스’…회사보다 시장이 먼저라는 이상한 사장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30 11:13

[인터뷰] ‘아이디어스’ 백패커 김동환 대표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김동환 백패커 대표가 인터뷰 장소로 들어섰다. 가죽 소재의 멋들어진 버건디 색상의 카드지갑에서 명함을 꺼내며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명함지갑이 참 예쁘네요."

"아, ‘아이디어스’에서 3만 원 대에 구입했습니다.(웃음)"


◇ 회사 최우선 목표는 ‘핸드메이드 시장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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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백패커 대표


백패커는 국내 최대 규모 핸드메이드 장터앱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설립 6년차 벤처 스타트업이다.

‘아이디어스’ 서비스사답게 회사 수장인 김 대표는 물론 그를 만난 마포구 서교동 백패커 사무실 곳곳에 ‘아이디어스’의 흔적이 묻어났다. 벽에 걸린 액자에서부터 회의실을 장식하고 있는 드라이플라워, 탁상시계, 원목 레터 블럭 등 회사 여기저기가 ‘아이디어스’에서 활동중인 작가들의 작품들로 장식돼 있었다.

김 대표는 "나부터가 아이디어스 팬"이라면서 "가방부터 핸드폰케이스, 수제화 등등 아이디어스에서 직접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대표의 홍보성 멘트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수공예품 시장에 대한 김 대표의 애정은 '사업' 그 이상이다. 김 대표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김 대표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가라기보다 ‘자선’ 사업가에 가깝다.

일례로 최근 외부 기관이 진행하는 수공예 작가 지원사업에 아이디어스가 선정됐는데, 해당 기관에서 집행하는 금액보다 백패커에서 들어가는 돈이 더 크다. 백패커가 투입하는 금액만 해도 수천만 원에 달한다.

특히 이 회사는 작가들에게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열어 주고도 이에 따른 판매금액별 별도의 수수료를 일체 받고 있지 않다. 월 정액제 5만 5000원만 내면 수백~수천만 원 어치를 팔아도 수수료는 ‘프리패스’다.

또 작가들의 제품판매를 돕기 위해 내부에 전문 포토그래퍼도 직원으로 채용하고, 매주 한 차례씩 작가 대상의 온라인 판매 및 운영 노하우 강의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추가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실시간 추천’이란 코너를 만들어놨지만 광고비는 고작 1980원이다. 사실상 이를 통해 큰 돈을 벌겠단 계산은 아니었던 셈이다.

실제 김 대표는 평소 입버릇처럼 국내 수공예품 시장 저변 확대가 시급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시장이 활성화돼야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에 시장부터 먼저 살려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2014년 6월 아이디어스 앱을 론칭하고 현재까지 60억 원(마케팅 비용 등 포함)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는 민간 영역에 있는 기업이, 그것도 스타트업이 투자하기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특히 백패커는 아직까지 적자기업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매출을 많이 내고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 시장을 키우는 게 더 시급한 시기라고 본다"며 "수공예품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진 회사 이익을 먼저 챙길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 수공예人 3천여 명 일자리 창출…‘연매출 8억’ 작가 배출


그에 따르면 11월 현재 아이디어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3000명이다. 이는 3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특히 한 달 이상 접속 기록이 없는 작가는 현재 활동하는 작가 인원 카운트에서 빠지는 만큼 그간 아이디어스를 통해 작품활동을 한 작가의 수는 이를 훨씬 뛰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최근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2017청년기업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청년기업인상은 한 해 동안 국가경제 발전과 청년 창업 활성화에 기여한 모범 창업가에게 주는 상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아이디어스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작가는 6억 원을 벌었었는데, 올해는 이미 10월 기준으로 8억 원을 번 작가가 나왔다"면서 "인기작가들의 경우 아이디어스 내 팔로우 숫자만 해도 수만 명에 달한다. 앱 내에서 팬들과 소통도 가능한데, 이들만 잘 케어해도 적잖은 수입을 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앞으론 대기업에 들어가야겠다는 막연한 목표보다 핸드메이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아이디어스는 내년 초 현재의 앱 형태 외에도 웹 형태로도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리고 해외 수공예 작가들을 영입하고, 또 한국의 작품들을 해외 고객들에 선보이는 글로벌 확장 작업도 함께 준비중이다.


"한국의 공예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만큼 기초가 아주 탄탄합니다. K팝, K툰, K패션 등 ‘K’가 하나의 브랜드가 된 지금, 다음 바톤은 ‘K크래프트(수공예)’가 이어 받을 수 있게끔 더 노력해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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