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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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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카르텔 붕괴…"감산 못하는 이유는 석유 중독 때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7.31 17:10

▲사진 오른쪽부터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 에삼 알-마르주크 쿠웨이트 석유장관,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한때 강력한 석유 카르텔이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힘이 붕괴되고 있다. 석유 생산을 제한해 유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감산 정책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 이유로 "OPEC 회원국들이 기름에 중독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감산을 약속한 OPEC 회원국 11곳 중 7곳은 약속한 것보다 원유를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감산에도 불구하고 원유 가격은 하락해 왔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초 대비 7.6% 떨어진 배럴당 53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OPEC이 ‘공정한 가격’이라고 주장했던 3년 전의 유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과거에는 원유 생산비용이 낮았던 덕분에, 유가가 좀 하락해도 OPEC 회원국들은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오늘날 OPEC 회원국들은 복지비, 국방비 등으로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려놓은 상황이다. 원유 판매 수입의 감소를 허용할 여유가 없다. 이들 국가의 예산은 빠듯해서 유가가 높을 때만 이를 감당할 수 있다. 유가가 낮다면 생산량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RBC 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원자재 전략 수석은 "자금이 부족한 대부분의 원유생산국이 더 잘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OPEC 회원국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원유를 생산했다. 유가가 높았던 2011~2014년 동안 OPEC 회원국들은 원유 판매 수입으로 재정을 충당했다.

당시에는 민간 석유업체들의 손익분기점 유가보다 10~40달러 낮은 가격에서도 OPEC 회원국들은 예산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투자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은 이제 대형 석유업체들의 손익분기점보다 유가가 10~20달러 높은 수준에서야 재정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한때는 생산 비용이 배럴당 3달러 수준으로 저렴하기도 했다. 낮은 생산비용에 힘입어 OPEC 회원국들은 유가가 높을 때는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유가가 낮은 수준일 때도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WSJ은 아랍에미리트(UAE)가 OPEC에서 석유를 너무 많이 생산하는 ‘최악의 규정 위반 국가’라고 지목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UAE의 실제 감산량은 합의한 감산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UAE가 원유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배럴당 12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67달러 수준으로 형성돼야 한다. UAE의 국가 예산은 1140억달러로 지난 15년 사이 4배 늘었다.

UAE의 사회적 지출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UAE 정부는 시민들에게 주거 비용, 수도 요금, 전력요금에 대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재정이 악화된 지금도 UAE 정부는 시위가 우려돼 보조금을 중단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UAE는 1년에 국방비로 23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예멘과 시리아 내전 때문이다.

카를로스 페레스 에콰도르 석유장관은 이달 국영 방송에서 ‘더 이상 감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콰도르의 필요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역시 IS와의 전쟁으로 예산 압박을 받고 있다. 이라크는 일평균 20만 배럴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IEA에 따르면 실제 감산량은 그 절반에 못 미친다.

OPEC 산유량의 30%를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판매 수입은 2014년 이후 60% 감소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같은 기간 사우디의 정부 지출은 1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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